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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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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02 03:49:38 조회: 760 추천: 0 |
4/10 - 날개 달린 사자
한동안 왕궁의 한쪽에서는 슬픔이 끊이지 않았다. 랜더린 공주의 장례식날.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왕궁에 입궐한 날 그려진 초상화가 영정사진이 되어 군나르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뿐이였다. 햇볕이 가장 잘드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힌 공주는 책과 함께하고 싶다는 말만 남겨 무덤 주위에 책장을 만들어 주었다.
장례식 다음날. 몇주동안 접견을 거부하던 크루드왕은 휴고와 크리스를 불렀다. 그동안 얼굴이 많이 좋아진 크루드왕의 모습에 안도를 하는 크리스였다.
"음.. 스톡홀름의 누구였지... 알..멘토?"
"알베르토 였습니다. 끈질긴 녀석이긴한데.. 부장이 직접 항복을 받아왔더군요."
"부장? 군나르 라는 친구가?"
"예. 지휘자로서 능력도 괜찮고 칼쓰는 법도 상당한 실력이더군요. 또한 장군으로서 등한시 되는 선봉장의 자리도 마다하지않는 그런 자입니다."
"오.. 그거 꽤 듣기 좋은말이군.. 난 그저 갔다오면 관직하나 줘서 쫓아내버릴라 그랬는데?"
"그런 유능한 자를 아카데미가 몰랐다니.. 이거참.."
"몇일뒤에 왕궁에 한번 들리라고 하게."
"예 폐하"
"그리고.. 크리스는 뭐 할말 없는가?"
"예.. 폐하 안색이 많이 좋아지신거 같습니다."
"하하하.."
크리스는 랜더린 공주의 일과 에스타인 왕자의 일 모두를 알고 있었으나 말을 아꼈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던 찰나, 크리스는 휴고를 잡고는 하소연하듯 말을 꺼냈다.
"이보시오. 레닌경.. 이거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랜더린 공주가 죽고, 에스타인 왕자가 십자군 원정길에 올랐는데 걱정이 안된다는 겁니까!!"
"아.. 랜더린 공주는 듣자하니.. 궁에 적응을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휴.. 그런 참하신 공주께서 어쩌다 그런.. 그리고 에스타인 왕자는 장차 덴마크를 이끌어갈 분이고, 십자군은 그저 경험상 다녀오는 것이니 걱정마시오. 하하하하"
할말은 잃은 크리스는 그의 손을 놓고는 궁으로 돌아섰다.
"멍청한 장군같으니.."
군나르 클레인 21세 - 보병군단 기마대장
엄청난 출세였다. 그저 그런 외척으로 형식상의 관직과 함께 내쫓길 것이라 여겨졌던 주위의 반응과는 다른 것이였다. 여기엔 휴고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능력을 보고 말을 전한것 뿐이였다.
클레인 가문 저택
축배를 들지못했다. 장남 군나르가 군 실세가 되었으나, 랜더린 해럴드, 아니 랜더린 클레인의 죽음은 그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랜더린 공주의 하녀가 군나르에게 모든것을 이실직고 하였다.
에스타인 왕자의 원정길의 이유와 그 이후의 일들..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군나르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저 들었다. 그리고 다 말했다는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그 하녀의 목을 베어버렸다.
"왕궁에서 일하는 자가 이렇게 말이 많아서야.."
하지만 충격은 충격이였다. 주위 소문에는 적응을 못하고, 원정을 떠난 에스타인 왕자를 그리워하다 그렇게 된것이라고 떠돌기에 그것을 믿었던 그였다.
에스타인과 군나르는 함부르크 아카데미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비록 에스타인의 조기졸업으로 인하여 먼저 졸업했지만
에스타인과 군나르는 말그대로 용호상박. 우열을 가누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에스타인에게 자신의 여동생을 소개시켜준 것도 어렵지않았다. 그가 왕자란것을 몰랐을때 그렇게 소개받은 이후로 결혼에 성공했으니 군나르의 감회도 남달랐다.
여동생과의 교류는 잦은 편은 아니였으나, 그가 가장 아끼는 동생이였다.
그가 가장 아끼는 두명이 이렇게 쉽게 떠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의 상심은 컸다. 그러나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오직 한자리 빼고는..
"내가 죽기전까지 이 일을 잊지 못하리라"
랜더린 공주의 무덤앞에서 그렇게 외친 군나르의 눈에선 물방울이 보였다.
세달 뒤.. 서신이 한통 도착했다. 십자군 원정대는 메시아 항에 도착하여 원정배에 올라탔다는 소식이였다. 하지만 이것은 오직 크리스 헤일에게만 도착했고 그외엔 감감무소식이였다.
에스타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군나르 혼자가 아니였다. 그보다 더 수심이 가득한건 크루드 왕이였다. 마음의 병이었다 그것은.
이럴때일수록 왕비의 내조가 필요했으나, 그녀는 예술품, 진귀한 물건, 금귀걸이들에게 시선이 고정되버렸다. 그 모습에도 왕비에게 말한마디 못하는 왕이 크리스는 한심했다.
1080년 겨울. 에스타인 왕자가 없는 덴마크는 냉랭하기만 했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자 크리스는 기마대회를 개최하였다. 상금은 백 플로린. 주민들의 1년치 식량을 거뜬히 해결할수 있는 그런 막대한 상금이였다.
지위를 막론하고 여러 계층에서 신청했고, 냉랭했던 덴마크의 오르후스는 기마대회로 달궈져있었다.
누구를 위한 기마대회 였나 싶을 정도로 일개 마부도 승승장구하는 그런 대회가 되었다. 한달뒤. 결승전은 오르후스 광장 한복판에서 이루어졌다.
한명은 33세 - 알베르토 클레인. 한때 스톡홀름 반란군의 대장이였으나, 귀화하여 클레인 가문에 소속되었다. 뛰어나진 않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마술이 그를 이끌었다.
또 한명은 군나르 클레인.
"폐하, 군나르 장군이 날이갈수록 무의 깊이가 높아지는거 같습니다."
"음.. 레닌경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라니.. 헤일경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에스타인 왕자에게는 못미치지만 노르웨이 군단의 중책을 맡겨도 될듯 싶습니다. 아니.. 맡겨야 될 인물입니다."
그렇게 군나르의 칭찬을 주고받던중 이미 결승전은 끝났고, 당연하다는 듯, 알베르토의 패배하였다. 부상으로 받은 백 플로린은 결승전에 참관한 주민들의 축제에 모두 기부했다. 그에게서 역사의 인물, 그와 동질한 기분을 느끼는 크리스였다.
1081년의 봄이 왔을때, 에스타인은 없었다. 오직 군나르만이 존재하였다. 이렇게 축제분위기 속에서도 조용히 살아야하는 두명이 있었는데, 스포르차 공주와 주교 아스톤 이였다.
군나르는 궁에서 그 둘을 마주칠때마다 자신의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스포르차와 단독으로 맞설때에는 검의 손을 얹은 무례한 행동도 마다하지않았고, 아스톤 왕자에게는 눈에 불을 켜고 다가가 얼굴을 맞대고는 인사하였다.
군나르는 궁 외부에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출세로 인하여 가문의 플로린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교황청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하지 않고 좀더 나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고, 그것을 도와줄 유일한 방법은 교황청의 교황 뿐이였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주교 아스톤이 중간에서 손을 쓰기 시작했다. 교황에게 보내는 주교의 서신 대부분은 군나르의 비난 일색밖에 없었다.
그중 한명이 군나르에게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고, 이일을 들은 아스톤은 뒤도 안돌아보고 신로마의 교회로 도망갔다. 물론 왕에게는 기독교국의 방문이라는 말을 남기고..
"이게 진정 한나라의 주교가 쓴 편지란 말이더냐!!!"
말도 안되는 소문과 험담이 가득 담긴 편지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 하지만 아스톤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몇일뒤 그에게 도착한 교황청의 서신은 그를 만족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81년 여름. 따사로운 햇살은 군나르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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