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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연서(月下戀書) -채월(彩月)- C.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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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연서(月下戀書) -채월(彩月)- C.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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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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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27 16:34:46 조회: 863 추천: 0 |
멍한 표정으로 병실 앞 벤치에 앉은 상경의 뺨에 차가운 음료수 캔이 닿는다.
“또 그런 표정한다! 인상 좀 펴고 살아.”
멍하게 앉아 한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이 못마땅한지 진아는 그렇게 소리치며 그의 옆에
앉는다. 그녀는 상경에게 캔을 넘겨줌과 동시에 자신의 캔 커피를 단번에 들이킨다.
“새 학교는 어때? 적응할 수 있겠어?”
“그럭저럭요.”
소년도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답한다.
“오늘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그런 소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진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녀의 얼굴은 미안함과
불안함, 그리고 무력감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또 악화인가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진아가 하고자 하는 말을 먼저 하는 소년.
“응. 또 원인불명의 세포붕괴가 일어나고 있어. 아마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을 거야….”
유월이 입원하고 있는 이 반년동안 그녀의 병세는 무한의 궤도를 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소녀의 몸을 갈아먹고 있었다. 그 끊이지 않는 연쇄에 고리에
유월 본인은 물론, 그녀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조차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로 힘들지도 몰라. 그렇다면 하다못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먼저 가볼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소년은 진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벤치에서 일어선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의사에게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던 퇴원권고였다.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일상을 즐길 권한을 주자.’
이것이 소녀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조금씩 부서지는 신체.
그렇다면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더 삶을 즐기게 해주자, 라는 소리는 결국 소녀가 죽을 것
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고,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웃기지 마….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소년은 그렇게 소리치며 강하게 벽을 쳤다. 그러자 콘크리트를 울리는 그 큰소리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그를 바라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상경은 너무 강하게 쥔 탓에 피가
흐르는 손을 감싸며 묵묵히 병원을 나섰다.
소년의 멍한 눈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한없이 검정에 가까운 잿빛 하늘이었다.
같은 시각. 상점가의 한 카페.
“모처럼 쇼핑하러 나왔는데! 비가 온다는 건 너무하잖아!”
창가 테이블의 앉아 체리 소다를 마시고 있던 페디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일기예보에는 그런 이야기 없었는데….”
차가운 홍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유나가 작게 말한다. 지금 두 사람은 상점가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유나를 페디
가 발견해서 그대로 납치했다고 하는 것이 실질적 사실이지만 말이다.
“지나가는 소나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디와 유나가 있는 테이블의 위에 갓 구운 쿠키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으며 아리가 말한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조화된 에이프런 드레스를 입고 이곳에서 서빙
을 하고 있었다.
“그럼 다행이지 뭐. 아직 못산 게 잔뜩 있으니까.”
“…아직도 살게 있으세요?”
따듯한 쿠키를 맛을 음미하고 있던 유나는 체념의 한숨을 내쉰다. 그녀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에는 겹겹이 쌓여있는 쇼핑봉투의 산이 있었다.
“이제 겨우 옷 몇 벌 산거잖아. 이사장은 바쁘다고! 쇼핑할 시간도 없어!”
흔히 말하는 몰이구매를 실천하고 있는 페디의 모습에 유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슬슬 점
심때가 지나가고 있는 덕분인지 가게는 조금씩 한산해지고 있었다. 그제야 주방에서 끊임없
이 빵과 케이크를 굽고 있던 미나가 밖으로 나온다.
“배고파…. 아리~ 밥 먹자.”
조리복을 입고선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미나. 상점가의 카페 중에서도
매출 NO.1을 자랑하는 가게, Mondschein(몬트샤인)의 점장. 미나의 등장이었다.
“미나도 알고 보면 대단하단 말이야. 기숙사와 자기 가게를 같이 경영하다니….”
테이블에 쓰러지듯 엎드리는 미나를 바라보며 페디는 웃었다. 매일 아침 기숙사의 누구보다
도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칼 같은 시간에 맞춰서 10시에 카페를 오픈하는 그녀의
성실함은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호평이었다.
“마스터. 일어나세요. 빨리 먹지 않으면 손님을 기다리시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리는 그런 미나를 흔들어서 제정신을 차리게 한 후 주방에서 식사를 가져온다.
“서버를 한명 더 늘려야 할까봐…. 지금까지는 아리가 워낙 잘해줬으니까 그런대로 할 수
있었지만, 손님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슬슬 힘들어지고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앉은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리와 미나는 빠른
동작으로 식사를 끝마친 후 주방으로 돌아갔다. 결국 페디와 유나 두 사람만이 테이블에
남아서 유리창에 닿는 빗방울을 보게 되었다.
“좀처럼 그칠 생각을 안 하네요….”
찻잔을 손에 든 채 작게 중얼거리는 유나. 페디도 지루한 건 마찬가지였는지 티스푼으로
체리 소다가 담긴 글라스의 끝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 페디를 잠깐 지켜보던 유나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나마 밖을 바라보고 있는 편이 덜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바깥풍경
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유나의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차가운 빗발 아래에서
우산도 없이 길을 걷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잠시 그 소년을 바라보면 유나
는 이윽고 가방에서 자신의 우산을 꺼내 가게를 나섰다.
“저기….”
아주 약간, 눈에 익어가기 시작하는 그 뒷모습을 가진 소년은 유나를 향해 돌아섰다.
비에 젖어버린 머리칼. 어딘가 슬픔을 담고 있는 검은 눈동자. 그 소년은 분명 소녀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유나는 손을 뻗어 소년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어차피 다 젖었어. 괜찮으니까 그냥 가.”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어둠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그 뒷모습은 마치 꺼져가는 촛불과
같이, 금방이라도 그 빛을 잃을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유나는 손을 뻗어서 뒤로 돌아선
상경의 손목을 잡았다.
“미나 씨의 가게가 바로 근처야. 우산이라도 빌려서 가….”
그렇게 말하며 유나는 상경을 이끌고 몬트샤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침 주방에서 나온
미나가 그의 모습을 보고 놀라 다가온다. 그녀는 잠시 소년을 바라보더니 이내 아무 말 없
이 소년을 가게 안쪽의 탈의실로 이끌었다.
“일단 좀 작더라도 이거 입고 있어. 춥니? 담요 가져다줄까?”
그녀는 로커를 열어서 셔츠와 청바지, 수건을 꺼내 상경에게 건네준다. 그런 다음 탈의실
구석에 놓여있는 전기난로를 소년의 앞까지 끌고 와서 전원을 넣는다.
“마시세요. 몸이 따듯해질 거예요.”
아리는 머그 컵에 따듯한 홍차를 가득 담아 그의 손에 억지로 쥐어준다.
“…고마워.”
두 사람은 상경을 배려해주기 위한 것인지 금방 탈의실을 나섰다.
“저렇게 어두운 녀석은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테이블에 앉아 탈의실의 방향을 지켜보며 페디가 중얼거린다. 아침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
기에 조금 당황한 것이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유나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다. 페디는
이 칙칙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화제를 일부러 돌렸다.
“그런데 유나 의외로 대단하네? 그 어두운데서 사람을 찾아내질 않나,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 적극적으로 남자를 끌고 들어오질 않나. 혹시 마음에 든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놔둘 수가 없었어요. 예전의 저랑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그렇게 대답하는 유나를 보며 페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진심으로 반응하면 내가 오히려 민망하잖아~.”
고개를 홱 돌려서 창밖을 바라보는 페디. 어느덧 비가 그치고, 하늘을 뒤덮고 있던 검은
구름은 조금씩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러자 비를 피하기 위해 가게로 들어왔던 사람들
이 하나둘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고, 다시 가게는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미나가 가져다 준 옷으로 갈아입은 상경이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꼴사나운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제 괜찮으니까 가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가게를 바로 나가려고 하는 상경을 페디가 테이블로 불러들인다.
“잠깐 앉아. 아직은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조금 더 있다가 나가는 게 좋아.”
페디는 소년을 자신의 옆자리로 부른다. 상경이 하는 수 없이 자리에 앉자 페디는 턱을
괴고서는 상경과 눈을 마주친다.
“섣불리 말해봐라, 도와줄게. 같은 소리는 하지 않아. 어차피 지금 너와 나의 거리는 생면부
지의 타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
갑자기 그렇게 말한 페디를 보고 당황한건지 상경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페디는 환하게 웃으며 윙크를 한다.
“하지만 한 지붕아래에서 같이 살게 된 이상은 싫어도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조금씩 이해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네가 힘들다고 느끼거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지 말해. 그때는 진심으로 도와줄게.”
그렇게 말하며 페디는 상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진심이 담긴 작은 손을 바라보던
소년은 이윽고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 손을 마주잡았다.
“결론은 힘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털어놓으란 이야기지! 아, 괜히 안 어울리는 말을
해버려서 나만 부끄럽잖아!”
쑥스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페디를 보며 상경도 그제야 겨우 표정을 펴고
작게 웃는다. 그러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동생이 많이 아파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화가 나서….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어서…!”
거기까지 말한 상경은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다시 입을 다문다. 그러자 페디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상경의 머리를 살며시 감싸 안는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지금까지 쭉 참고 있었지? 그저 혼자서 짊어지려고만 했었지? 괜찮아…. 지금은 울
어도 괜찮으니까. 옆에 있어 줄 테니까….”
상냥하게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귓가에 울리는 다른 누군가의 심장소리. 비에 젖어 차갑게
식어버린 뺨에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
“으으윽… 흑, 흐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소년은 지금까지 쌓여있던 감정을 단번에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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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길게 늘어지는 잡설을 시작 합니다~. 늘어지는 제 말만큼이나 요즘 감기에 걸려
전신이 늘어졌습니다. 두통과 기침, 오한이 멈추지 않으니 이거 애로사항이 엄청 크네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이 감기라더니 틀린 말 하나 없습니다. -┌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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