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은 중년의 남자와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서는 계속 머리가 복잡해진 느낌은 받았다. 몽둥이로 한대 후려 맞은 기분에 정신없이 몽롱한 상태로 기지로 돌아온 맥스는 미리 짜 놓은 듯한 전개를 볼 수가 있었다. 기지에 도착하고 옷을 갈아입자마자 국장의 호출에 탈의실에서 5분정도의 거리는 단숨에 달려갔다.
똑똑··
“들어오게나··”
“무슨 일이십니까··”
“자넨 오늘부로 기동 경찰 소속이 아닐세··”
‘결국·· 녀석 잘리는 건가..? 그런 임무를 실패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숨어서 지켜보던 다른 팀원의 리더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대화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언제나 서양 놈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엘리트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임무를 주한의 팀이 맡았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주한은 그런 시선 따위 모두 자신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지금 그들의 대화는 주한에게 자극적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모든 것이 세튜(S.A.T.U)에 들어가기 결정했고 그에 따른 짜여진 전개라지만 8년을 같이해 온 기동 경찰에서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된 것에 대한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은 그로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미안하네··”
짧은 위로의 한마디··. 하지만 주한에게 그런 위로 따위 필요 없었다. 지금의 이 감정은 어떻게 주체 못한다 할지라도 주한에게는 현재 앞에 길이 놓여져 있는 상황이었다. 주한은 조용히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기동 경찰임을 증명하는 신분증과 전용 시계를 반환하고는 그대로 국장의 방에서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나왔다. 무뚝뚝한 행동에 국장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평소의 그다웠다.
철컥··!
주한은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에 올라탔다. 키 박스에 키를 꽂아 넣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엔진이 힘차게 회전하며 차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배기통에서 하얀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차는 앞으로 나아갔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주한은 집으로 향하기 위해 언제나 가던 도로로 차를 끌고 나가고 힘차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끼이이익··! 콰아앙!!
힘차게 달리고 있던 한 검은 차량은 교차로를 빠져나오고 있던 하얀 트럭에 부딪혔다. 급하게 검은 차량을 피하려던 트럭은 검은 차량을 향해 넘어졌다. 검은 차량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려졌고 안에 있던 사람은 머리가 뭉개진 채로 사망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정신을 잃었던 주한이 눈을 뜨고 어딘지로 모르는 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텔레비전을 키고는 뉴스를 틀었다.
지지직··!
정부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강도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평소와 다름없는 뉴스 속보··. 하지만 마지막 뉴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뉴스를 보고서야 주한은 그 중년의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름은 이제 버리게. 이주한은 오늘부로 사망 처리됐네.’
주한의 차는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폭주한 듯이 차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폭주는 결국 참사를 불러오고 말았다. 교차로를 통과하던 하얀 트럭은 폭주하는 주한의 차를 발견하고는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핸들 꺾었지만 큰 트럭으로서는 그것이 무리였다. 주한의 차는 폭주 끝에 트럭에 부딪혔고 핸들이 꺾인 상태였던 트럭은 부딪히는 충격과 함께 주한의 차를 향해 넘어갔다. 그리고 검은 차량의 운전자는 즉사. 즉사한 자의 이름은 이주한··.
하지만 진짜 주한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었다. 다른 물체가 만져지고 자신의 몸도 확실하게 보였다. 죽은 자가 자신이 살아있다고 착각하고 살아간다는 오컬트적인 이야기 따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주한 역시 엑셀레이터를 밟고 폭주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죽기직전까지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사망처리 같은 데이터 조작이 아니라·· 정말로 죽어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단 1분만에 해결되었다.
끼이익·· 덜커덕··!
“잘 잤는가. 맥스웰 해밀턴(Maxwell Hemilton)·· 침대는 어땠나··”
“당신··!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자네 어제 정신없이 달리더군. 덕분에 데이터 조작을 쉽게 할 수 있었지. 자네 실제로 죽을 지도 몰랐어. 강에 빠져버렸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자네 차가 강을 향해 가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거든·· 덕분에 미리 준비해둔 자네와 차를 콰앙~! 시킨 거지.”
중년의 남자의 말대로라면 모든 것이 설명됐다. 실제로 폭주하던 주한은 세튜에 소속되기도 전에 죽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다행히 미리 데이터 조작을 위해 준비 중이던 세튜의 요원들 덕분에 강에서 몰래 건져져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주한이 있는 이 건물은 당연지사 세튜와 관련된 건물일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년의 남자는 준비해 온 갈색 봉투에서 신상정보가 기록된 카드와 옷을 꺼냈다.
“아··! 그리고 난 세튜의 정보부 국장 김석한..음··아니지. 해리라네··”
“구··국장? 게다가 당신도 코리 아네즈 사람인가··?”
“그러고 보니 말 안 했군.·· 나 역시 자네와 같은 코리 아네즈 사람이지··”
세튜 정보부 국장 해리가 본래 한국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노란 머리에 흰머리가 살짝 보이는 헤어스타일··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눈은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한국 사람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흔하지 않은 갈색 눈동자·· 특히나 이곳 「엠버츠」에서는 더욱 더 그랬다. 아시아 사람이 이곳에 오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주한은 해리가 준 옷을 전부 입은 상태였다.
“자. 그럼 가지··”
해리의 한마디에 주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이끌려 문밖으로 나섰다. 좀 더 화려할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인가·· 보통 건물과 다를 게 없는 환경이었지만 주한은 속으로는 내심 비밀스러운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그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보니 은근히 그런 부분을 바라는 경향이 있기도 했다. 해리를 따라 걷고 있는 지 어느새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지금 주한이 있는 이 건물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것 같았다. 직선 길을 걷고 또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걷다 지쳐 한숨을 쉬던 주한은 해리라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것을 보고는 드디어 기지로 간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해리와 주한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해리는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꺼내 버튼과 버튼 사이의 공간에 카드를 긁었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엘리베이터는 탈바꿈을 하고 고속으로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굉장한 속도였다. 숫자를 벗어나 영문으로 바뀌고 S를 지나고 A를 지나고 T를 지나 U에 도착해 S.A.T.U가 완성되자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다. 주한이 엘리베이터에 내리고 주위를 둘러볼 때 해리가 연설 하듯이 말을 꺼냈다.
“이제 전부 모였군. 각 도시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자네들을 세튜에 불러들인 이유는 알 것이네. 요원들이 사전에 전부 설명해 줬을 테지. 자네들은 각 도시에서 일어나는 범죄만 맡아왔고 처리해 왔을텐데··지금부터 우리가 상대하는 녀석들은 도시 같은 작은 스케일이 아니다. 「느와르 멤버즈」는 현존하는 최고의 조직이며 각 도시에 뿌려져 있는 녀석들은 전부 이 소속이다. 자네들은 임무 도중에 누군가에 실수·· 또는 정보 조작으로 인해 몇몇 놓친 경험이 있을 거다. 그 녀석들 역시 이곳의 소속이다. 알다시피 녀석들은··”
국장의 연설은 길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 전부가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심각성을 느끼게 해줬다. 「아크로즈」의 보스였던 레밍턴··. 그 역시 「느와르 멤버즈」의 일원이다. 하지만 국장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레밍턴은 그 조직에서 조무래기 정도의 녀석밖에 안되는 듯했지만 그 조무래기가 정부에게 돈을 먹여 데이터 조작을 하게하고 한 도시를 자신이 맘 내키는 대로 주물러댔다. 이것을 토대로 본다면 「느와르 멤버즈」라는 곳은 뭔가 굉장한 조직임이 틀림없었다.
국장에 말을 따르면 이들은 곧 세계를 집어삼키려 들것이고 결국 도시가 아닌 국가 하나하나가 이들 손에 의해 주물러지게 될 것이었다. 그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세튜(S.A.T.U)이며, 국가조차 모르는 1급 비밀 부대인 것이다.
“알겠나·· 자네들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되네. 알겠지만 자네들은 죽은 목숨이야. 자신들이 쓰던 이름은 이곳 이외에서 쓰지 않길 바라네.”
세튜의 일원이 되기 위해 모인 자들은 전부 30명. 부대라고 보기에는 적은 인원이지만 엘리트만 모였다면 30명만으로도 충분한 듯 했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녀석도 보이고 반면 어벙해 보이는 엘리트도 있었다. 눈으로 확인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엘리트라니 그건 그거대로 인정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모인 엘리트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오고 말았다. 30명이 줄을 맞춰 테스트 장소로 이동하고 도착한 곳에는 교관처럼 보이는 남자가 국장에게서 명령을 받고 서있었다.
“지금부터 팀을 짜기 위한 테스트를 하겠다. 단계는 전부 4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무기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다. 지금까지 쓰던 무기와는 다르니 자신에게 편한 것을 고르기 바란다.”
딱딱한 말투를 보니 꽤나 이 사람도 무뚝뚝해 보였다. 자신의 무뚝뚝함은 생각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는 주한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생각은 나중에 미루는 것이 좋을 듯했다. 생전 처음 보는 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딱 하나 주한의 눈에 들어오는 총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총에 이끌려 집어 들었지만 교관을 그의 행동에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주한이 드는 총은 현재 준비되어 있는 총중에 파워 면에서는 가장 높지만 조작법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 거의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총이었다.
‘제 1단계·· 모든 적을 사살하고 폭탄을 설치하시오’
‘제 2단계·· 적의 눈을 피해 폭탄을 설치하고 모든 인질을 구출하시오’
‘제 3단계·· 적을 사살 후 증거를 확보. 폭탄을 설치 후 인질들을 구출하시오’
‘제 4단계·· 모든 적을 생포··. 증거 및 인질 확보 후 폭탄을 설치하시오’
삐이익··!
출발 음이라 생각되는 소리와 함께 대기 중이던 30명 모두가 그 커다란 테스트 장으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급격하게 밀려오는 긴장감은 실전과도 같았다. 모두들 긴장한 것처럼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30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다보니 움직임이 좀 더뎠지만 무기를 알아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한은 29명이 모두 한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혼자 빠져나와 다른 길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다른 길에 역시 적이 있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환상이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진짜처럼 부드럽고 빠른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음·· 이건가··?”
적과 상대하는 동안 총의 조작법을 전부 알아낸 주한은 벽을 등지고 몸을 한번 회전해 숨어 있던 적의 복부에 총알을 관통시켰다. 길이 뚫리고 주한은 주저하지 않고 길을 따라 몸을 재빠르게 이동시켰다. 분위기도 어두운데다가 제대로 된 정보도 갖추지 않고 있어서인지 긴장감은 극에 다다르고 반대편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덕에 주한의 결심이 섰다.
“늦으면 다들 죽어버리겠군. 뭐가 엘리트냐. 이 정도에 쓰러지다니··”
문을 박차고 들어간 주한은 정확하고 빠른 사격으로 4명의 용의자를 죽이고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와 발소리를 위협사격 후에 상대의 반응을 보고는 적임을 확인. 충격탄을 던진 후 곧바로 용의자를 사살했다. 음성 정보에 의하면 현재 남은 용의자는 9명. 남은 세튜요원은 3명이었다.
“남은 2명은 좀 하는 녀석인가··아까부터 사살 횟수가 엄청난데··”
이제 남은 위치는 단 한 곳. 주한을 제외한 나머지 2명도 이곳으로 올 것이 분명했다.
“8명·· 7명··앞으로 6명! 나머지는 그곳에 있겠군.··”
삐비빅··
3··2··1··!
콰앙··!
C2가 폭발하고 주한은 안으로 돌파하자마자 보이는 용의자를 사살하고 남은 2명 역시 다른 문을 돌파하고 들어와 보이는 적을 사살했다. 한사람들 2명씩 용의자를 처리하고 폭탄을 설치한 3명은 그대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폭탄의 폭발과 함께 제 1단계 테스트가 끝이 났다.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쓰고 있던 헬멧을 벗고 나니 살아남은 3명 모두 땀범벅이었다. 테스트 중 죽은 27명은 한숨만 쉴 뿐이었다.
“제 2단계는 내일이다. 각자 준비된 방을 배정 해 줄테니 그곳에서 쉬도록··”
“자네들 3명은 날 따라오게나.”
테스트를 지켜보던 국장은 살아남은 3명을 데리고는 테스트 장소에서 빠져나왔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국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YR·S。
이번 화는 조금 힘들었네요 ㅠ
테스트 도입부분이 참으로 힘들었다는..
2006-04-23 21:58:15
캐스톨™
느낌은 받았다. - 느낌"을" 받았다.
처음 도입부분. 몽둥이로 후려 맞은 부분. 왠지 좀 어색한데?
차를 끌고 나가고 - 나가"며"도 괜찮을 듯?
세튜로 끌어모은 30명의 엘리트중 27명이 탈락?
무쟈게 힘들구만...
느와르 맴버즈.
그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시퍼~ 빨리 다음편~~~~~~
2006-04-23 22:49:25
YR·S。
탈락이 아니고 점수가 떨어진다 해야되나.
일종의 테스트니까 말이지;
팀을 짜기 위한 거니까;
2006-04-23 22:56:09
니네집
세튜는 나쁜 조직인가요?
감이 잘 안잡히네요...;
2006-04-24 17:58:08
YR·S。
용의자가 있다고 분명히 명시해 두었는데 감이 안잡히신다고 하면
난감할 따름입니다..
2006-04-24 20:10:11
궁!(宮)
주한이 든 총은
데저트이글 같은건가..?
난 기관총이 좋은데 ㅠㅠ
2006-04-24 21:58:04
YR·S。
아니야. 흠.. 궂이 말하자면 특수 무기 같은건데..
세튜에서 지원하는 무기 자체가 지금까지 평범하게 사용되어 오던 무기와는 다른 무기들뿐이니까.. 권총같은 부무장 무기는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