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가슴이 미어지고 마음이 한층 무너져 내리는..그런 미약한 심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아마.잃은 기억과 관련이 있는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 '남자'는 다시 말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을 떠오르기만 하면 머리만 아프겠지?기억상실증 이란 원래 세월이 지나면서 차차 돌아오는거니까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그나저나..최소한 너를 부를만한 이름은 있어야 겠지?하지만..이름조차 생각나지는 않는거 같군..안그래?"
"예."
그 '남자'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약간의 의기양양 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뭐..딱히 생각 나는건 없지만..간단하게 지어주지.뭐 그렇게 의미없는 이름은 아니니깐..무타르 라고 부르마.웬지 어감도 좋고 발음도 깔끔하고..안그래?뭐..의미는..무 는 저쪽 송대국의 없을 無 라는 한자의 의미고..너의 기억상실증에서 따온거니까.타르 는 이곳 몽고의 습성에 따라 붙인거다.어때?그런대로 좋지않냐?"
"무타르..."
"그래.넌 오늘부로 무타르다."
왠지 씁쓸한 마음이 느껴진다.하지만 그런 감상적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나저나...밥값은 해야겠지?지금 보니까 몸은 팔팔한거 같다?뭐..간단한 끼니만 채우면 되겠군."
"솔직히..밥값은 해야겠죠..뭘 할까요?"
"뭐..그냥 간단한 전쟁좀 참가해줬으면 하지."
"..에?하하..무슨 농담을.."
'그'는 약간 장난기있던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진중하고 위엄한 표정이 자리를 잡았다.난 살짝 겁을 먹었다.즉..기세싸움(?)과 비슷한..그런 것 에서 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농담이 아닐세.그래도..그렇게 큰 전쟁은 아니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넌 단지 수비만 맡아주면 돼.아아..!물론 개 돼지 못한 것들이 중앙부 까지 올리가 없으니 걱정은 할 필요없다.음..그렇고 말고.."
'그'는 갑자기 중얼중얼 거리며 자기암시 를 거는듯한..엉뚱한소리 만 했다.그런데..궁금한것은 '개 돼지' 라는 것을 비유한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저어..."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 살짝 놀란듯이 나를 보다가 방금전에 있던 것을 잊으라고 하는듯이 어깨를 팡팡치며 말했다.살짝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아?하하 내가 잠시 궁상좀 떨었나 보군.그래..다시 애기를 시작하지."
"일단..방금 당신이 '개 돼지' 라고 칭한것들은?.."
"아니..뭐..오랑캐야.우리하고 같은 부류인.."
'오랑캐..몽고족인가...?'
"그럼...여긴 몽고?"
난 의심을 품은 얼굴로 물었다.기억의 저편에선 '몽고' 라는 것들은 왠지 자신의 '적' 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렇다.송 제국 근처에 있는 오랑캐들이라고 생각 해둬."
난 자칫 놀란 표정으로 바꾸며 말하였다.
"설마..간단한 전쟁이라는건 송 제국을 적으로 삼는건 아니겠죠?"
'그'는 방금전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풉..크...크하하하하하!!!"
난 살짝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왜..그렇게 웃는건가요..?솔직히 기분 나쁩니다."
'그'는 웃는걸 간신히 멈추었지만 여전히 '끅..큭..' 거렸다.
"아..미안하네..하지만 너무 웃겼는걸 어쩌나..큭.."
난 여전히 표정을 찡그렸다.정말 자신은 진중한데..남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기분 나쁘게만 웃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 표정 풀게..하지만 내가 웃은 이유는 자네의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 때문이였네.말이 안되지.."
"...?"
"우리 오랑캐들이 모여봤자..얼마나 되겠는가?송 제국에 덤벼보았자 금세 죽는다고.게다가 그 '황제'라고 돈많은 황족들이 무림인을 고용해서 황족들은 이번기회에 아예 오랑캐 씨를 말릴려고 하겠지.지금도 이미 미끼를 던져 놓았으니..개자식들..."
"그럼..간단한 전쟁이란 함은?"
"아니..뭐 그냥 세력확장이네.우리가 너무 고려(高旅)쪽에 있는것만 같아서..좀더 세력도 확장할겸..내부반란군들도 몇명 있는듯해서..이번기회에 물갈이좀 해야겠지."
'고려?..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리는군..'
난 언젠가 기억이 돌아올날을 기다릴생각으로 방금전 느낀 그리운듯한 감정은 떨치고 말하였다.
"하지만 반란조직을 알아낼 방법은..?"
"아아...그놈들 이미 나갔으니 걱정할거 없네.밥값만 축내고 나간것들이..정말 눈꼽만큼도 가치가 없어."
'그'는 밥값 이라는것을 계속 강조하며 말하였다.아마..본인에게도 그 '축'에도 끼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흠..이거 잘못 걸리면 큰일나겠군..'
"후..이제 대충 알겠군요.간단한 '전쟁' 이라는 시기는?"
"보름 후."
"..보름 기간동안 전쟁대비나 해야 겠군요."
'그'는 좀 이상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지금 내가봐도 비리비리해서 일부로 수비지역에 배치한건데..뭘 대비씩이나.그냥 가벼운 木槍[목창]만 들고 문앞에서 긴장풀며 기다리면 된다고~하하하"
"하하....그 배려 고맙군요."
"후..하여튼 잘 알겠지?"
"예.그럼 .. 보름 후에 다시 뵈는건가요?"
"그래.넌 그때까지 간단한 몸풀기 와 창에 익숙해지기나 해라."
"그나저나..당신 호칭은...어떻게 하죠?"
"그냥..'장군님' 이라 부르세.어감도 좋고.."'
"그러죠...장군님?"
"하하 그렇게 하세.그럼 이만 가보지."
"예.."
'그'는 의자 위를 떠나며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신도..그래..이젠 무타르..그냥 자신 주위에 있던 옷을 입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강렬한 햇빛이 자신을 기다렸다는듯 거세게 비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