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픽션과 허구의 세계.
존재치 않는 허구가 등장합니다.
그저, 그저 작품으로만 이해해 주세요~
"여기까지 하지."
얼굴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이 뒤섞인 남자가 허탈한 심정이 물씬 풍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탈하지만 덤덤했다. 어차피 마음 한 구석으로는 상상만 했지만, 일단은 염려했던 상황이니까.
남자가 바라보던 사람은 여태까지 그랬던 것 처럼 아무런 감흥없는 동작으로 자세를 풀고 돌아간다. 마침 부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와 옷자락. 웃기게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강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강하다고 믿어왔다. 자신과 자신을 이끌어주는 이들을. 그렇게 믿어왔지만 지금은 이렇게 처참히 무너져버렸다.
"부장!"
"아아, 괜찮아."
유독 의욕이 크고 강해 언제나 열심히인 막내를 바라봤다.
"정구야."
"네. 부장!"
막내 정구의 눈에선 눈물이 고였다. 그만큼 굴욕적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염두해두었던 결과였다. 그리고 이참에 이 녀석들도 조금은 깨달았을 터이고."
"그렇지만…그렇지만!"
"그렇지만이 아니다. 오늘 봤지 않느냐? 그는 우리와 다르다. 이런 결과가 나왔지만 여기서 우리의 정신을 기르고 더욱 굳건해진다면. 분명 우리 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극진 공수도. 그 극진 공수도를 자신들에게 맞게 개량하여 익히고 서로에게 조언을 하며 발전해온 자신들의 수련장. 극아極我부.
극아부의 4대 부장인 박수만은 지금 이 상황을 절대 절망적으로 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부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었다.
'내가 미친 듯 달려도 너의 뒤 조차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지만…그러나 난 너의 등이 목표다. 죽을 각오로 달려주마!'
굳은 결심은 굳게 쥐어진 주먹에 맹새했다.
무호고교武虎高校. 이 곳은 평범한 고등학교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무예가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대로 이어지는 정통 유파. 그에 개량된 방파. 등 무호고교에서 초청한 유파가 아니라도 많은 지원자들이 있었다.
최첨단 시설과 학문에 있어서도 절대 허술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호고교가 무조건 무예만을 추구하며 무예가 있는 자들만 학생으로 받지 않는다. 평범한 학생들이 무예생들 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이 사실.
평범한 학생들은 여러가지로 공부하기 좋은 시설이라 좋고 무예생들은 자신들의 무를 발전시키면서도 현대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학문도 더불에 배우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일부 무예생들이 학문을 배우는 것에 대해 반기지는 않지만.
이런 무호고교에서 얼마 전에 큰 사건이 있었다.
태백에서 시작된 가문라 하여 지어진 이름인 태백류가太白流家. 태백류가에서 어태껏 거부해왔던 초청장을 드디어 수락했던 것이었다. 은거무가隱居武家 중 가장 비밀로 가득하고 배타적인 가문이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물론 완전한 개방이 아니었다. 다만 한 명의 학생을 보낸 것일 뿐이다.
류정流貞.
그가 지금의 류가 당주堂主와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알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가 익힌 무예가 류하예류流河藝類라는 것이다.
류하예류는 태백류가에서 창안한 모든 무예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류가의 모든 무예의 오의奧義는 흐름[流]이었다. 어찌보면 중국의 무당과도 비슷하지만 달랐다. 류가의 오의는 흐름의 본질을 쫓는다. 무당의 태극太極과는 비슷한 맥일지는 몰라도 서로가 추구하며 결과적 산물은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이러함이 모두 류하예류에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무호고교는 양팔을 벌려 반길 수 밖에. 드디어 견식하게 될 류하예류. 그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태백류가에서 무호고교로 온 류정이라는 학생을 반겼다.
"저기 봐. 저기 저 사람이 그?"
회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섞여 매우 세련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저마다 속삭였다. 교복엔 공통적으로 마스코트화 시킨 호랑이 모양의 브로치가 가슴 부근에 꽃혀 있었다. 하지만 일부의 학생은 조금 달랐다. 팔뚝 부위에 부착된 포효하는 호랑이의 머리. 바로 그 것은 무호고교의 무예생을 상징하는 지표指標였던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사람의 차림은 독특했다. 그는 분명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못지 않게 긴 머리카락하며 조선시대의 사대부나 선비들이 입었을 법한 두루마기. 모든 것이 시선을 끌었다.
긴 머리는 어깨 부근에서 한 차례 묶어 깔끔했고 두루마기는 은은한 옥빛을 띠고 있었다.
"그런가봐. 모든 게 범상치 않잖아?"
"얼마 전에 그렇게 날뛰던 극아부를 부셨다던데?"
"에─? 저 몸으로?"
"원래 우리학교 무예생들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잖아."
아침의 가벼운 수다거리가 된 그는 그러한 수다를 신경쓰지 않고 절도와 부드러움이 가미된 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오? 저 사람은 극아부의 부장 아니야?"
"정말 정말! 자기가 제 2의 최배달이라고 설치는 그 박수만?"
"여기서 싸울건가?"
또 다시 주변을 애워싸는 소리들.
"여어 류정."
그의 귀엔 눈 앞의 거구의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대꾸도 해주지 않는가? 이래뵈도 우린 손을 섞은 사이 아닌가?"
"……."
"큭큭. 침묵의 미덕이라 이말인가?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저번의 대련."
툭 끊어지는 박수만의 말.
주변의 모든 학생들의 말소리도 사라졌다. 복수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말 고마웠다."
라는 박수만이었다.
몇 몇 의아에 하며 놀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시시하다며 자신들의 교실로 향했다.
류정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난 그저 이 말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럼."
박수만의 등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그렇게 사라지는 박수만을 보던 류정의 얼굴에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왔다.
눈을 감으며 살며시 짓는 미소. 그리고 청아한 목소리.
"이 곳에서 사내다운 녀석이 있었군. 생각보다 좋은 선택인가."
류정은 가만히 서서 불어오는 바람의 흐름을 느꼈다.
캐스톨™
류정이 여자였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소설 분위기가 천상천하를 많이 닮아 있네요. 현대판 무협 학원액션? 이라고 해야하나? 이런 류의 소설 무지 좋아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 하나 잡아보았습니다.
"이 곳에서 사내다운 녀석이 있었군." 이 곳에서보다 이곳에"도" 가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곳" 한 칸 띄어져 있는데, 그 부분은 "이곳"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암튼 잘 읽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본 쾌남님의 글.
다음 편 보러 사라지겠습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