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스런 아내” 순수하지만 더없이 불순한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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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스런 아내” 순수하지만 더없이 불순한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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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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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4.01 16:25:46 조회: 485 추천: 0 |
삭··· 삭··· 삭···
엄숙하고 어둡기 그지없는 공간에서 껄끄러운 쇠의 마찰음이 울린다. 음산한 기운이 퍼지며 이 어둠속에서 하나의 인영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유일하게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어둠속 존재의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삭··· 삭··· 삭···
같은 소리가 반복해서 일어난다. 쇠의 마찰음 소리가··· 그는 지금 무언가에 열중하며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어슴푸레 보이는 날카로운 쇠의 감촉. 바로 칼이었다. 직사각형모양 숫돌에 날카롭게 빛나는 칼을 갈며 혓바닥을 날름 거렸다. 마치 그 모습은 배고픔의 굶주린 독사와도 같았다. 심장을 옥죄는 짙은 광기의 살기. 섬뜩하게만 느껴지는 이곳엔 죽음의 그림자만이 드리울 뿐이다.
“으흐흐··· 이정도면 일도양단에 끝나겠군.”
침음을 흘리며 더욱 날카롭게 갈린 칼의 날 부분을 혓바닥으로 쓱 핥는다. 이때!
쾅!
“야!”
“헉!”
샤악~
우악스럽게 문이 열리자 당황한 남자는 그만 혓바닥을 날카롭게 갈아진 칼에 베여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해를 입은 남자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서 자신을 당당히 뇌까리는 존재에게 단호히 외쳤다.
“너는 노크도 할 줄 모르는가?! 매너가 없군!”
그렇게 말하며 주문을 외워 힐링으로 상처 난 혓바닥을 치료한다. 이에 문 앞에 있던 존재는···
“웃기고 있네! 너! 내가 부엌칼 갈라고 했더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오히려 당당히 대꾸하며 그에게 면박을 주었다. 남자는 꿀릴 것 없다는 듯 당당히 반박했다.
“너의 말대로 칼을 갈고 있었네.”
“그런데 왜 여기서?”
“쯧쯧쯧··· 로제. 넌 잘 모르는구나.”
남자의 입에서 거론 된 로제란 이름은 연성에 부인이자 하나 밖에 없는 푼수 쟁이 오라버니를 둔 여성이었다. 잡티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적발에 날카로운 눈매. 반듯하게 내리뻗은 코와 아담하고 작은 입술. 전체적인 이목구비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는 지금 교복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허리에 팔을 얹혀놓으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더욱이 로제가 너! 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이 인간세계엔 단 한명. 바로 자신의 오라버니인 크리네스 폰 에실에이드 뿐이다. 크리네스가 오른손검지손가락을 좌우로 까닥까닥 흔들며 말하자 이 알 수 없는 행동에 로제가 반론을 제기했다.
“뭐가 잘 몰라?”
로제가 의아해하자 크리네스가 설명했다.
“말해주지. 어제 내가 TV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한 남자가 음침한 곳에서 쓱쓱 칼을 갈고 있더군. 너무도 섬뜩한 눈빛으로 말이야···”
“그게 뭐 어쨌는데?”
“난 거기에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인간이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놀랍지 않느냐? 인간의 심리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더 흥미로운 것이다. 난 또 다른 내면을 가진 인간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그래서 나도! 그 인간이 하고자 했던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기에! 이 어둡고 컴컴하고 더럽기 짝이 없는 지하창고 안에서 칼을 갈은 것이다. 로제여. 내가 훌륭해 보이지 않느냐? 인간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이 오라버니의 모습이?!”
“······”
왜 하필이면 살인자의 심리를 알고 싶어 하는데··· 내 오라버니이긴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고도 싶지 않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두 팔을 높게 치켜든 뒤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다.
“자! 존경해라! 자신의 심리를 이용하면서까지 인간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오라버니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으로 받들어라! 그러면 축복이 있으··· 크윽!”
사이비교주의 전유물인 “믿습니까?”를 외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만약 그가 마법사에서 사이비교주로 직업을 전향한다면 꽤나 큰 수입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제에 발이 크리네스의 안면에 박히며 열변을 토하는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왜 아침부터 개소리야?”
“으그극! 으갹!”
로제에 발에 잘근잘근 밟히고 있는 도중이라 제대로 된 언어가 구사되지 않는다.
“고기가 잘 썰어지지 않아 칼 갈랬더니 여기서 아주 꼴깝을 떠는구나. 다 갈았으면 이리 내놔!”
크리네스가 들고 있는 칼을 획 낚아채며 지하창고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하창고에 홀로 남겨진 크리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었다.
“나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참으로 미숙한 지고···”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일뿐더러 만약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상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크리네스는 지하창고를 나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일어난 연성은 부스스한 연갈색 머리를 긁적이며 샤워실로 향했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양치질을 끝냈고 두 손을 모아 차가운 물을 받고 얼굴에 뿌리자 순간 잠이 확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세수를 끝낸 그는 샤워기를 틀고 번개처럼 삐쭉삐쭉 솟은 머리를 잘 씻어내며 머리를 단정히 했다.
그래도 잠이 완전히 달아나지 않았는지 약간 힘든 걸음으로 방으로 건너간다. 그리곤 서랍 속에 모셔둔 학교 교복을 차려입고 가방을 동반해 1층으로 내려간다. 부엌엔 음식을 준비하는 로제를 볼 수 있었고 바로 옆엔 크리네스가 밥상 앞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자. 먹어.”
오늘도 아침은 진수성찬이었다. 매일 이렇게 먹으면 식비에 꽤나 돈이 나가겠지만 연성이네 집안은 좀 부유한 편이라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로제가 가지고 있는 보석만 해도 상당하니··· 연성은 젓가락을 집고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네스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인상을 쓰며 로제를 쳐다보았다.
“뭐야? 그 눈빛은?”
“나이프와 포크는 쓰지 않나?”
“에휴··· 넌 여기가 에실에이드 가의 저택인줄 아냐? 살인마의 심리를 파악하지 말고 평범한 인간의 심리와 방식을 파악해라.”
“흠··· 알겠다.”
우직하게 말하며 서투른 젓가락질을 시도한다. 그렇게 평온한 아침식사가 마무리 되었다. 연성과 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관 맞은편에 놓여있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었다. 이 모습을 보며···
“너희 지금 이 아침부터 어딜 그리 가는 게냐?”
의아해하며 크리네스가 묻는다. 이에.
“학교가요.”
연성이 답해준다.
“학교?”
“예.”
“음··· 그 학교란 곳은 뭐하는 곳이기에 이리 일찍 가는 것이냐?”
“그냥 천공성에 있는 아카데미와 비슷하다 보면 돼. 그럼 먼저 간다. 이대로 가면 지각이야!”
서둘러 답변하고 로제는 아직 신발도 재대로 신지 못한 연성을 끌며 현관을 나섰다. 현관문을 나선 둘의 모습이 사라지자 집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크리네스는 거실로 건너가 소파에 앉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학교라···”
왠지 그의 표정이 들떠 보였다.
한천중학교.
(주)한천사가 후원하는 중학교이며 타 학교보다 뛰어난 시설, 청결함을 중시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천중 이사장은 돈과 명예보다 사람의 됨됨이를 보기 때문에 한천중학교엔 불량학생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좀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은 여럿 존재한다. 지금의 시각은 11시 5분이다. 이 시간이면 3교시가 시작중일 것이며 2학년 7반은 고구려선생님의 역사 시간이었다.
고구려선생은 백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다.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온조가 하남위례성에 작은 부족국가인 백제를 세운 660년간 존속한 고대국가이다. 온조왕이 46년간 나라를 다스리다가 죽자, 아들 다루가 앙위를 계승하였다. 다루왕은 북쪽에서 말갈족이 자주 침입하자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무찔렀고 왕의 말년에는 신라를 공격하여 낭자곡성까지 국토를 넓혔다. 다루왕의 뒤를 이은 기루왕은 말갈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신라와 힘을 합쳐 나라를 지켰고 왕 49년에는 말갈의 침략을 받은 신라가 군사를 요청하자 군사를 보내어 신라를 구하였다. 뒤를 이은 개루왕도 국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북한산성을 쌓았으며 소고왕, 초고왕도 영토확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백제가 마한의 여러 부족국가를 통합하여 강성하게 되는 것은 고이왕 때부터···”
그렇게 쭉 이어진다. 그의 열변은 계속 되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은 귀 기울이고 관심 있게 경청했지만 역사를 좀 기피하는 이들은 입을 막고 하품을 해대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중 길섭과 로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길섭은 이미 넉 아웃 되어 잠에 빠져버렸고 로제는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졸음을 참고 있었다. 반면 연성과 혜선은 수업에 열중했다. 혜선은 원래부터 우등생이지만 연성은 워낙 뒤처지기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했다.
“아함···”
연성은 그만 저도 모르게 하품을 하고 말았다. 이 고구려선생의 수업은 자장가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더욱 참기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역사가 3교시에 들어서 망정이지 점심시간 다음인 5교시에 들었다면 모두 게임오버일 것이다. 역사의 고구려선생은 힘들지도 않은 지 폐활량에 직접 관계될 정도로 열변을 토했고 그의 직업정신은 실로 투철했다.
“백제의 전성기는 근초고왕 때이다. 근초고왕은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민가를 약탈하고 국가의 기틀을 어지럽히자 태자에게 군사를 주어 이를 격파하였다. 또 근초고왕 26년에는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하여 고구려의 고국원왕을 살해하고 백제의 영토를 한강 이북의 평양성까지 넓혀 국위를 떨쳤···”
딩동댕동.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업종이 울려버리고 말았다. 이에 고구려선생은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펼쳤던 책을 접었다.
“굉장히 아쉽게 됐군. 이제부터가 진짜 재미인데 말이야··· 하지만 내일 또 시간이 있으니 오늘 못한 이야기는 내일 해주도록 하지. 이상.”
“차렷!”
반장이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경례.”
“감사합니다!”
“그래.”
수업을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예의를 취하자 고구려선생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업도구를 들고 교실을 나섰다. 수업이 끝나고 10분의 여유시간.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활짝 기지개를 펴며 숨을 내쉬었다.
“하아~ 드디어 끝났구나~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나도. 역사는 재미있긴 하지만 선생님의 말투가 너무 느릿느릿하니.”
“하하하, 정말이야~”
저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떠들어댄다. 역사의 관한 내용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많다. 다만 그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의 말투가 너무 느리다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에겐 자장가로 인식되며 그들의 수면 욕구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좀 말이 빠르다면 역사시간은 굉장히 인기 있는 시간으로 변모 할지도 모른다. 이때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로제를 혜선이 발견하고는 슬쩍 물어보았다.
“로제. 무슨 일 있어? 왠 한숨이야?”
“응? 아무것도 아냐··· 그냥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안 좋은 느낌?”
“응. 마치 거대한 악의 기운이 이 학교로 오고 있는 것 같아서.”
판타지소설책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지껄이고 있는 로제를 바라보며 혜선이 깔깔깔 웃었다.
“하하, 뭘 그런 걸 의식하고 그래? 그냥 편하게 마음 가져.”
그러면서 로제에 어깨를 툭툭 친다. 이에 로제도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응. 그럴게.”
같은 시각 크리네스는.
“음··· 로제에 기운을 따라 와봤는데··· 여기가 맞는지 모르겠군.”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변을 살폈다. 지금 그는 바람의 마법인 레비테이션을 시전 해 창공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인 로제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학교란 곳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로제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려했지만 한번 발동 걸린 궁금증과 호기심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학교라는 정체불명의 장소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정확한 곳을 알지 못해 허둥대는 중이었다.
“분명 이 부근일 텐데.”
그는 바람의 기운에 중력의 힘을 보태 자신의 몸을 밑으로 천천히 하강시켰다.
착.
그가 발을 디딘 곳은 무려 6층에 달하는 높은 건물이었다. 외각엔 철로 이루어진 펜스가 매끄럽게 진열되어 있었고 이곳으로 오는 통로 하나와 갖가지 건물의 중요기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다 해도 옥상의 여유 공간은 상당했다. 건물이 크다보니 인원이 꽤 많아도 거뜬히 수용할 만한 크기였다.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주위를 걸어 다니며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나?”
그렇게 말한 찰나, 어디선가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웃음소릴 자아내며 떠들어대고 있는 음성이 크리네스의 귓전에 울렸다. 그는 정체불명의 음성이 들린 근원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웃음소릴 지어낸 자들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연성과 같은 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음··· 저들은 알지도 모르겠군.”
“흐흐흐”라는 기분 나쁜 웃음소릴 자아내는 이들은 모두 두 명이었고 평범한 이목구비에 표준체형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크리네스는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멱살을 부여잡고 자신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물어볼 것이 있다.”
“으허헉! 지··· 지금 뭐하는 거 에요?!”
꽈악!
“그냥,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렇다네.”
호흡이 힘들어 질 정도로 멱살을 부여잡고 “물어볼 것이 있다.” 고 말하면 그 어느 누가 그의 말에 순순히 응해주겠는가? 멱살을 잡힌 학생은 살짝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쓰며 반박했다.
“이런 식으로 부탁하면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주기 싫다고요!”
“허··· 그런가? 하지만 어제 TV를 보았을 때 멱살을 부여잡고 말을 하던데···”
어제 6시에 했던 영화에 나온 부분을 보고 똑같이 따라한 행동이었다. 그는 이 방식이 인간세계에선 정상적인 인사법인 줄 착각하고 있다. 대단한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찌되었든 크리네스의 말을 들은 학생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력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우선 이거 놓고 말하세요!”
“알았네.”
잡았던 멱살을 풀어주자 신체가 자유로워진 학생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상대의 행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기로 했다.
“그런데, 물어볼 것이 뭡니까?”
“이 근방에 로제스 폰 에실에이드라는 아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네들 혹시 알고 있나? 이렇게 생긴 아이라네.”
그는 품속에서 로제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꺼내며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오오오!!”
두 명이 동시에 흥분하며 팡파레를 외치기 시작했다. 사진 속에 그녀는 많이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한천중학교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으로 찍힐 정도입니다. 한천중 3대 꽃 미녀 중 한명이죠.”
“음··· 그런가? 아무튼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는가?”
“예. 이 건물 4층 2학년 7반에 소속되어 있죠. 그런데 왜 그녀를? 실례지만 그녀와 무슨 관계죠?”
두 명의 남자 중 한명이 물어왔다. 이에,
“난 로제의 단 하나밖에 없는 오라버니일세.”
오라버니··· 오라버니··· 오라버니···
오라버니라 함은 그녀의 오빠를 지칭하는 말이 아닌가! 여기서 그녀의 오빠를 만나게 될 줄이야··· 그 둘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천중 제일의 미녀인 그의 오라버니를 만나다니··· 잘하면 그녀와 잘 될 수도 있을 수 있다. 둘은 정중히 인사를 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밝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한천중 3학년생이자 Girl Of Mystery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음 흉한이라 합니다.”
“전 같은 3학년생인 Girl Of Mystery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임 신중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둘이 이름을 밝히고 나오자 크리네스도 예우에 맞게 행동했다.
“난 크리네스 폰 에실에이드라 하네. 만나서 반갑네. 그런데 말이야···”
고개를 들어 지면에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종이들을 바라보며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저기 저것들은 다 뭔고? 나에게 좀 보여줄 수 있겠나?”
“예! 물론이죠.”
Girl Of Mystery의 부회장 음 흉한은 널려있는 사진 중 하나를 집어 그에게 주었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이의 전체적인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옷차림을 보니 여성인 건 확실했다. 더욱이 치마는 밑이 휑하니 열려있어 속안이 다 보이기도 한다. 크리네스가 받은 사진엔 여성의 치마 속이 사진에 담겨있었다. 이 사진을 건네주며 음 흉한은 들뜬 마음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이 사진은 가보로 삼고 대대로 물려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하죠. 옥상 난간에서 경계심 없이 느긋하게 쉬고 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초 앵글로 촬영한 망원사진 입니다. 이것을 촬영하기 위해 꼬박 3일을 소모했죠. 기회는 점심시간밖에 없으니까요. 점심시간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날을 기약해야 합니다. 힘들고 고된 과정이었지만 갖고자 하는 물건을 얻었으니 대 만족입니다.”
마치 평생에 걸쳐 완성한 자신의 연구를 세계적인 자리에서 발표할 때의 모습과 같아보였다. 음 흉한은 그때의 일을 상기하였는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이때 회장인 임 신중이 다가와 흉한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친구. 눈물을 거둬. 우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응! 맞아!”
완전 지랄 쇼하는 장면이지만 크리네스는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면 분명 그들은 모든 여성에게 공공의 적으로 낙인 되어 처참한 일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인간계나 천공성이나 변태 짓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이들은 항상 욕먹고 기피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크리네스는 그들에게 물었다.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지.
“내 자네들에게 하나 물어 볼 것이 있네.”
“예? 뭡니까?”
“자네들은 왜 이런 위험한 일을 자행하는가? 잘못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다네.”
극히 진지하게 묻는다. 이에 회장인 임 신중이 답변을 했다.
“우리들은 그저 알고 싶은 것뿐입니다. 일종의 탐구욕이라 할까요? 저흰 나이는 어리지만 많은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 인간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전 부터 본능에 의해 살아왔습니다. 여성도 그와 마찬가지죠. 다만 여성은 자신의 본능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으려 하죠. 우린 순수한 취지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우릴 좋은 눈으로 보지 않죠. 기피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저흰 저희 나름대로 충실하며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인간도 하나의 동물입니다. 본능의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린 연구를 계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들의 속옷이나 촬영한 사진을 사방에 널려놓고 그딴 말을 지껄여봤자 전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더욱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크리네스는 희한하게도 신중의 말에 수긍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정말 대단해. 어린나이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군.”
그 말에 두 사람은 감동하며 동시에 입을 연다.
“저희들의 이 연구를··· 인정해 주시는 겁니까?”
초롱초롱한 눈빛. 크리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당신들 같이 훌륭한 사람들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인이 될 걸세.”
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런 소릴 나불대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감격에 겨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상체를 90도로 숙이며 최대한 예를 갖춘다. 이에 크리네스는,
“허허허, 고개를 들게. 자네들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을 난 행운이라 생각한다네. 내가 딱히 해줄 건 없고··· 아! 자네들의 그 깊이 있는 연구에 내가 뭐 도울 일이 없는가? 꼭! 자네들을 돕고 싶군.”
“오오오! 이 얼마나 선배다운 모습인가··· 존경스럽습니다!”
“허허, 존경이랄 것까지야. 자! 말해보게!”
“예! 누구도 들으면 안 되니 귀 좀···”
크리네스는 회장인 임 신중에게 귀를 빌려주며 그들의 부탁을 들었다. 그 부탁을 듣고 크리네스의 눈이 부릅떠지며 그의 몸이 전율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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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이번엔 분량을 늘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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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
2006-04-01
17: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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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임신중+크리네스 = 답이 안나오네요 ㅡ_ㅡa
위험한 일이 벌어질것 같은.... !!
잘봤습니다 ^ㅡ^ㅋ |
2006-04-01
17: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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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부분에서 판타지쪽으로 전개가 넘어가는줄 알았습니다.
허허..
역사에 약간 도움이 되기도 하네요 이소설
ㅍㅎㅎ
고구려 선생님 강의중에 오타하나있습니다
신라를 신락이라고 쓰셨더군요 흐흐 |
2006-04-02
11: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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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잘읽었구요
무슨일이 일어날지..크크크 |
2006-04-02
1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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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 ^^a
하루세번// 어쩔 수없는 트리오의 결성이죠 ㅎ;
초코파이// 판타지 성향이 쬐끔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그런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 듯 합니다. 그리고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소나기// 너무 기대는;; 부담스럽답니다^^;;; |
2006-04-02
23: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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