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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륜 야상곡(月侖 夜想曲) # 1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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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륜 야상곡(月侖 夜想曲) # 1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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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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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8.23 17:34:45 조회: 538 추천: 0 |
사건은 언제나 예고가 없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번일은 명백히 예고가 있었다.
태양이 그 빛을 잃고 밤의 여신이 기지개를 필 무렵. 미도 외국인 학교 기숙사 5층. 복도의
바로 왼쪽에 있는 방에서는 하나의 지옥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마견(魔犬)의 체취와도 같은 끔찍한 냄새. 5초 만에 질식할 것 같은
대량의 연기. 그리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그 저주받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성해내는 마녀의
냄비.
“우…우우욱! 점, 점심이 넘어와요!”
미소청년 레이는 입을 틀어막고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털썩).”
냉철한 미녀 시리아는 정신을 잃었다.
“이 정도로 기절하다니 수련이 부족하잖아.”
그런 여유로운 대사를 내뱉으며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는 샤오링. 하지만 그녀의
손은 담배를 들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녀는 거의 최강에 달하리라.
그리고 마지막. 이 모든 사건의 장본인은 저주받은 마녀의 냄비 앞에 서서 미소 짓고 있었
다.
“자, 다 됐어요!”
지옥의 액체를 사람 수 만큼의 그릇에 여유롭게 따르는 마리나. 어째서인지 색깔은 거무튀
튀한 보라색이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2구의 시체와 피와 같은 땀을 흘리는 샤오링을 강제로
식탁으로 끌고 온 그녀는 가장 먼저 레이에게 친히 그것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다
주었다.
“자, 특별히 먹여줄 테니까 앙- 해요.”
“…………(꿀꺽).”
레이의 목젖이 부들부들 떨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그 냄새에 레이는 멀어져가는
자신의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결국 그는 각오를 다지고 마리나의 손에 의해 자신의
입술 근처로 올라온 숟가락에 혀를 대었다. 그리고 레이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렇다. 이 저주받은 액체는 바로 마리나의 ‘손으로 만든 요리’ 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된 걸까, 라고 한탄하며 레이는 자신의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사건의 발단은 이틀 전. 즉 그녀들이 이 기숙사에 머무르기 시작한지 2일째의 점심이다.
드물게도 오늘 점심은 백색의 여왕님이신 샤오링이 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리나의 도발에
그대로 순응한 것이다. 무언가를 끊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지고, 곧 식탁
앞에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너무나도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 차려졌다. 그것을 수저로 살짝
저어보던 마리나는 자신의 지식에서 합당한 물체를 찾아냈다.
“이건, 죽인가요?”
“특별한 재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좋은 녀석이지. 보통 식사보다 많은 양을 먹는 점심의
경우 이런 죽을 이용하면 적은 양으로도 큰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녀의 말에 옆에서 쌀이 부족할 때 자주 끊여먹었다고 보충설명을 해주는 레이.
마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수저로 하얀 죽을 떠서 입으로 옮겼다. 그리고 맛을 음미하길
약 10초.
“………?!”
그리고 약 1분 후. 마리나의 죽 그릇은 텅 비어있었다. 밥알을 입술 주위에 붙여가면서
허겁지겁 먹은 그녀를 샤오링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훗. 감상을 묻고 싶었지만 그 표정을 보니 더 물을 필요도 없겠군. 자, 한 그릇 더 먹어.”
그녀가 넘겨주는 죽 그릇을 말없이 받아드는 마리나. 그녀의 뺨은 루비와도 같은 그녀의
눈동자보다도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시리아도
곧 감탄사를 입에 담았다.
“이건… 정말로 뭐라고 할 수 없군요. 상(上)의 상(上)입니다. 저도 한 그릇 더 부탁해도
될까요?”
그런 그녀에게 미소로 대답하며 샤오링은 죽 그릇을 전해준다. 정작 본인은 평소의 식사시
간의 소란스러운 모습은 어디가고, 하나하나가 귀족적인 품위를 담고 있는 동작으로 천천히
자신의 요리를 입으로 옮기고 있다. 그런 그녀들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레이는
갑작스런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마리나 씨는 요리를 잘하시나요?”
-순간, 주위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뜬, 뜬금없이 그건 무슨 의도에서 나온 질문이죠?”
명백히 당황한 기색이 들어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었던 레이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
면서 미소로 얼버무렸다.
“에… 그게 그러니까, 마리나 씨는 인상이 꼭 공주님 같아서 요리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어째서인지 한번 그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달까…”
머리를 긁적이는 레이의 표정에 당황한 기분을 눌러 삼키던 마리나에게 결정타를 먹인 것은
역시나 샤오링이었다.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지. 기본적으로 싱크대에서 제대로 된 조리를 할 수 없는 신장인
데 어떻게 요리를 배웠겠어? 레이 너도 사람 아픈 곳을 그렇게 찌르다니 너무한데?”
마치 자신은 위로를 해주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상 그 내용은 ‘어차피 키가 작아
서 싱크대에서 못서는 여자가 어떻게 요리를 하겠냐?’ 이다. 그리고 그녀의 도발에 마리나
는 완전히 말려들고 말았다.
“하! 겨우 이정도의 요리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좋아요. 그럼 내일 모래. 저녁은
제가 준비하도록 하죠.”
“헤에? 정말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조리 가능한거야? 그런데 왜 오늘 저녁이 아니고
내일 모래인건데?“
“그런 건 상관하지 마세요! 이쪽도 바쁜 몸이라 그렇게 노닥거릴 시간은 없으니까.”
어찌나 바쁜지 카드로 할 수 있는 게임 전부를 오늘 점심에 해본 그녀이다. 마리나가 제시
한 이틀의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서 필승의 연습기간이다. 물론 그녀는 요리를 할 줄 모른
다. 이 나라에 오기 전 본국에서는 성에서 쉐프가 조리하는 음식을 먹었고, 반년 전. 이
한국에 와서는 쭉 시리아의 요리나 외식, 그노시스 지부 내의 식당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샤오링을 노려보며 마리나는
작은 목소리로 시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시리아… 이틀 이내에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를 알려줘!”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만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고는 못살아! 저 여자 수준의 음식은 만들 수 없다고 해도 아무리 그래도 싱크대에
손이 안 닿아 요리를 못한다니! 허튼 수작 부린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그렇게 각오를 다진 그녀의 특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결과는 참패. 10:0으로 KO
수준이지만 말이다. 시리아가 마리나에게 가르치려고 한 요리는 스튜였다. 조리방법도 어렵
지 않고 특유의 가정의 맛을 가지는 스튜는 웬만큼 해서는 그 맛을 비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시리아. 이걸 냄비에다가 넣으면 돼는거야?”
껍질도 벗기지 않는 감자를 냄비에 투하한다.
“아! 언니, 그건 껍질을 까야!”
“그럼 이건?”
흙이 묻은 당근도 또 다시 냄비 속으로 다이빙.
“당근은 흙을 씻어낸 후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이미 인간의 음식을 초월한 그것의 맛을 억제하기 위해 우유를 1.5L가까이 들이부은 그
음식은 이미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소국의 사는 사람들도 반기지 않을 듯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난 정말 요리에 소질이 없구나.”
그건 단지 그녀의 귀족생활이 너무 길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성의 쉐프는 마리나
에게 주방에는 한발자국도 못 들어오게 막았기 때문이다. 손에 물방울 한방울 묻힌 적이
없는 그녀에게 요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했던 것이다. 그런 이틀의 훈련시간이 지나가고
달력은 어느새 결전의 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정말로 기대되는걸… 서로 살아서 다시 보자고.”
엄지손가락을 팟! 하고 치켜세우며 웃는 샤오링. 그녀는 나름대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가락을 떨떠름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리아. 잠시 후. 오늘의
주최자가 될 마리나는 레이의 파란 에이프런을 몸에 걸치고, 붉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체 등장했다.
“기대하고 있어도 좋아요! 거기 앉아서 조용히 목을 내밀고 기다려요!”
-이렇게, 사건은 시작된 것이었다.
처음은 좋았다. 원래 손재주가 좋은 마리나는 금방 시리아에게 식칼의 사용법을 배워 감자,
당근, 양파 등의 야채를 순식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다. 마찬가지로 점심에 할인매장
에서 사온 소고기를 2cm정도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으로 잘라낸 후 냄비에 샐러드 오일
을 넣고 달구어 쇠고기의 표면이 갈색이 될 정도로 볶는다. 그리고 야채를 투하. 동시에
으깬 토마토를 넣고 다시 1~2분정도 볶은 후에, 브라운 스톡(소스)를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아?!”
휘익~ 하고 공중을 나는 병. 마리나의 짧은 신장으로는 상당히 무리한 작업이었는지 어깨
높이 이상을 계속 떠다니던 그녀의 팔이 병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병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
마리나의 가방 속으로 다이빙. 그냥 요리 하자니 팔이 잘 안 닿고, 그렇다고 받침을 쓰기엔
또 너무나도 어정쩡한 그녀의 키가 원망스러운 순간이다. 급하게 달려가서 가방에서 병을
꺼낸 마리나. 그리고 비극은 시작되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냄비에 닿자마자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는 갈색의 액체. 이상한 반응이었다. 그것을 의아하
게 여긴 마리나는 병의 라벨을 보고, 경악했다.
‘알카헤스트(alkahest).’
파라켈수스가 처음 언급했다고 전해지는 온갖 것을 녹여버리는 용매. 그녀가 냄비에 넣은
물질은 실로 브라운 스톡이 아닌, 연금술의 비의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첸 시리아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언니, 이건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째서 알카헤스트를 냄비 속에 넣은 겁니까? 특성상
냄비는 무사하다고 하지만 내용물이 전부 용해되어 버렸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보라색으로 변한 스튜에 가있다. 모든 건더기가 액체화 되어있는 상황.
‘병이 헷갈렸어! 이를 어쩌지? 재료는 정확히 사왔는데?! 난 저 여자에게는 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녀의 눈이 빛났다. 상황은 ‘속행’으로 결정. 남은 감자와 고기, 양파를 다시 잘게
썰어 냄비에 투하. 이번엔 제대로 찾아온 브라운스톡을 냄비에 적정량을 넣고, 향신료인
부케가르니를 넣고 끊인다. 지금부터는 약 40분간, 그저 끊이기만 하면 된다. 분명 그것이
바른 스튜의 제작법이었을 터였다.
-냄비가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뚜껑을 날려버리고 검은 연기를 뿜어댄다.
“……………….”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침묵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나 연성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 투하된 알카헤스트가 심각한 반응을 일
으키고 있는 듯 했다. 멀어져가는 정신을 붙잡은 마리나는 결국 폭주해버렸다.
모든 사태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그녀의 선택지은 다음과 같았다.
① 모든 사태를 사과하고 곱게 포기한다.
② 지금 당장 냄비를 밖으로 던진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③ 시리아를 제외한 사람들을 사형시킨 후 도주.
④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냥 먹어보자.
그리고 그녀의 마우스는 4번을 골랐다. 그 이후의 사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사건 발생 3일 전. 한가한 저녁. 장본인인 마리나는 1시간 가까이 환각 속을 뛰어다녔고
미소청년 레이는 꽃밭을 약 2시간가량 달린 후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액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비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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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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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핫 참 웃기네요 뭐랄까 아인님의 월륜 야상곡은 항상 진지하고 뭔가가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태클이 아니라 칭찬이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이번엔 참 정겹고 웃기네요 푸훗 얼마나 심각하면 장정 두시간을..
시간 얘기하니까 생각 난건데요 전 저번에 계곡을 갈때 차가 밀려 11시간이 걸려 도착했다는 그땐 정신이 혼미해서 여기가 집인지 계곡인지 생각이 불가능했다는... |
2006-08-23
21: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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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텔미님의 코멘트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역시 글에 코멘트가
하나도 없으면 좀 쓸쓸하달까요... 코멘트가 나의 원천(?) 이란 느낌이
드는 순간도 종종 있습니다. |
2006-08-23
22: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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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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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죠 저는 세글이 연속으로 코멘트가 없길래 충격먹어서 인터넷 접을 뻔 했답니다 ㅇㅅㅇ 우웅 어떻게 해서 남긴 남았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그걸 감사히여기고 있어요 나중엔 현대판(마약이나 도박에 얽힌 뒷골목? 이야기 랄까)도 한번 써볼까 생각중이라는 ^^ |
2006-08-24
16: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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