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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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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23 18:53:34 조회: 706 추천: 0 |
언제부터 였을까?
처음부터 망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망가졌다.'는 건 어디까지나, 망가지기 이전의 온전한 모습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다만,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나는 이미 망가져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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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ress
-1-
"..."
고통에 눈을 뜬다. 며칠이고 몇달이고 반복되어 온 고통은 오히려 익숙해져있다. 온몸에 퍼져가는 뜨거움은 끊어진 혈관을 이으려는 신체의 재생활동. 그게아니라면 그것은 이제 재생조차 불가능해져 내장 구석구석마다 스며들어버린 피의 온기일까나?
[철컹.]
손목에는 무거운 쇠붙이가 달려있다. 그것은 내 움직임을 속박하고, 반항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용도의 물건이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은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쇠사슬에 연결된 이 수갑은 어느정도의 자유는 허락된다. 그 자유가 어느정도인가에 대해서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쇠사슬에 연결된 고리로부터 약 1m의 공간이다.
"...퉤엣."
입 안 가득히 피가 고여있다. 비릿한 붉은 액체는 역겨우리만큼 갈증을 자극한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입 밖으로 핏 덩어리를 밷어냈다. 아래를 바라본다. 내가 입고있는 넝마에 가까운 천 조각이 눈이 비친다. 검붉은 색으로 변해버린 어느 동물의 가죽은, 나의 피로 인해서 색상이 변질되어 버렸다. 아아, 내 몸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겠지. 정작 나는 느낄 수 없겠지만. 목안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잠들었던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핏덩어리를 삼켰나보다.
"콜록...콜록...."
제한된 자유가 허락되던 시간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수면시간이나, 죽지않을 정도로만 배급되는 하루 두 번의 식사시간 뿐이다. 그 시간 이외에는 나는 그 최소한의 자유로움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고문과 질문, 그리고 반복되는 일방적인 폭력. 나는 나지막히 웃는다. 갑자기 고통이 머릿속을 휘져어 놓는다.
"...읏..."
손가락 주변이 뜨겁다. 아아, 그래. 어제는 손톱을 뽑혔구나.
"...후후...."
손톱을 뽑힌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이 일곱번째다. 뽑힐 때는 정신이 나가버릴 만큼, 그것이 열 번이나 반복될 때 쯤에 정신이 다시 들었을 때는 다시 반복되는 고문. 손톱을 뽑은 자리에 끓어넘치는 물을 부어대거나, 맨 살에 닿아도 따까움이 느껴지는 이상한 약초를 비벼댄다. 분명히 오늘의 일정도 그 정도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고통스럽다거나 하는 그런 수준의 문제는 나에게 의미가 없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악!!!!!"
옆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 그래. 옆 방에 여자가 새로 잡혀왔다고 했던가? 이번엔 얼마나 버틸까? 하루? 일주일? 아니, 이젠 상관없어. 어차피 그녀는 스스로를 '마녀'라고 자백하고, 타죽는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니까. 부정하면 할수록, 고문은 계속 이어질 뿐이다.
"아아....."
아, 비명소리가 멈췄다. 기절했나? 그러나 그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만들테니까. 물을 부어서든지, 불에 태운다든지해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할 것이다. 기절은 소용없는 반항이다. 해결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저는 마녀입니다.'라고 실토하고, 비교적 편안한 화형을 선택하는 것.
[덜컹.]
내 차례인가? 옆방의 비명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문관은 자신의 행동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겠고, 방금전에 들린 소리는 내 방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자물쇠를 해체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항상 고문을 시작하기 전에 들려오는 소리니까. 무엇을 알리는 소리인지는 상관없다. 어쨋든 오늘도 시작된다. '마녀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귀족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행해지는 쇼의 희생자로써 참가할 것인지, 죽을 때까지 고통을 받고서 비명사 할 것인지'의 '선택 과정'이 말이다.
"캐서린 보나파르트, 아직도 자신을 마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가?"
자신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나에게 질문해온다.
"저는...마녀가...쿨럭...아닙니다."
나는 몇번이나 말했는지도 기억이 않나는 이 말을 다시 되풀이한다. 나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잘 알고있었다. 커다란 남자 두 명이 나의 손목에 연결된 수갑을 쇠사슬에서 떼어낸다. 나는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힘이 있을리 없다. 나는 그들에 의해서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떤 기구앞까지 끌려가 내동댕이 쳐졌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캐서린 보나파르트. 너는 마녀인가?"
복면과 모자로 감정을 숨기고 있지만, 소용없다. 놈들은 나를 '괴물'로 취급하고 있다. 공포에 가까운 감정으로 나를 대하고 있다. 당연할 수 밖에 없겠지. 보통 이곳으로 끌려오는 여자들 중, 마녀라고 실토하고 화형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이틀이다. 길어봤자 일주일을 견디지 못하고, 화형을 선택해버린다.
"...아니...오."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오늘로써 반년은 된 것 같다. 내가 이 곳에 갇힌 것은.
[치이이이이익.]
불에 잔뜩 달궈진 쇠붙이가 물에 닿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은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집행하라."
남자의 조용한 목소리와 함께 고통은 시작되었다. 끓기직전의 물은, 예상대로 손톱이 뽑혀나가버린 나의 양손에 부어졌다.
[치이이이이익.]
"아...아아...아아아...!!"
비명소리.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누구? 아아, 내가 지르는 소리구나.
"...맙소사..."
복면을 쓴 남자가 나를 보고서 이상한 표정을 짓고있다. 마치 무서운 괴물이라도 본 듯이.
"이 년은 마녀가 틀림없어..."
아아, 그런가? 나 지금 웃고있구나. 어째서?
"후...후후후...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런건가, 나는 고통으로써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건가? 웃지않을 수가 없다. 손톱이 뽑혀나간 손톱에서, 화상을 입은 양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전에 담당했던 재판관이 그만둔 이유를 알 것 같군."
그래? 그만뒀구나. 복면을 쓴게 똑같아서 누가누군지 분간이 않간다. 뭐, 상관없나? 누가되었든, 나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은 변함없고, 나에게서 마녀라는 자백을 받으려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대하는 모두의 태도는 같다. 분간할 수도 없을 뿐더러, 분간할 필요도 없다. 이 얼마나 유쾌한가, 모두가 똑같다니? 아하하, 난 아마도 미쳐버린 것 같다.
"아...아하하하...후...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아, 나는 지금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미칠듯한 고통 속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계속되는 고통은 이윽고 내 안의 무언가를 자극한다. 아아, 나는 이제 고통없이는 살수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나의 존재이유. 미칠듯한 고통을 받고서, 그것으로써 삶을 채험한다.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고통속에 몸을 맏긴 채로, 나는 그저 웃을 뿐이다.
"...고통 받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가, 캐서린 보나파르트.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두고보겠다. 이 마녀계집아."
언제부터였을까?
처음부터 망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망가졌다.'는 건 어디까지나, 망가지기 이전의 온전한 모습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다만,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나는 이미 망가져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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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레이븐의 소설 작업은 일단 정지[<]
하지만 그만둔 것은 아니랍니다!
언젠가 다시 쓸거라구요![<]
일단은 그동안 심심풀이로 썼던 디스트리스!
이래봐도 미소녀 판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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