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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덱터』-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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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덱터』-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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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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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3.10 01:15:57 조회: 914 추천: 0 |
핏빛 붉은 노을이 간간히 내리쬐는 공허한 복도.
금빛으로 빛나는 기사의 발걸음과 함께 철갑의 육중한 마찰음이 복도를 울렸다.
잠시 뒤 철갑의 마찰음이 멈춤과 동시에, 커다란 십자가가 새겨져있는 큰 두쪽 여닫이문이 기사에 의해 열리며 사사로운 소리를 냈다.
크그그극!
안으로 들어선 금빛 기사는 자신의 철 투구를 벗었다.
그러자 산발했던 금발의 머리카락이 자유로워지면서 기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기다란 눈썹, 푸른색의 눈동자, 오똑한 코, 작고 붉은 입술, 뚜렷한 이목구비의 어느부분도 헛잡을수없는 완벽한 얼굴을 가진 기사는 뜻밖에도 여자였다.
그녀는 금빛 투구를 옆구리에 끼고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을 빼내들었다.
챙!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며 새하얀 블레이드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검을 잃은 검집을 여닫이문의 문고리에 걸어 놓았다. 이것이 잠시 뒤 추격해 올 적들에게서 작지만 시간을 벌어줄것이다. 금빛 기사는 뒤로돌아 거대한 '타이탄 석상'과 그 앞에 십자가가 걸린 제단을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그녀가 여기에 온 이유가 있었다.
'아르닌 글라시아 문 자이러스!'
이곳 자이러스 왕국의 공주.
대륙력 3120년에 자이러스 왕국과 오랜 적국인 테레시스 제국간의 큰 전쟁이 일어났다.
승리의 여신은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펼친 테레시스 제국에게 미소를 지었고 결국은 이곳 왕궁으로까지 밀리고야 말았다.
현재 궁은 매우 위험한 상태.
아무리 자이러스 왕국의 자랑거리이자 국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기사단인 수호기사단이 밖에서 제국군과 싸우고있다지만 결국엔 시간벌기. 얼마남지않아 자이러스왕궁은 무너질것이다.
왕인 자이러스는 제1수호기사단 단장인 '제레니아 말빈 아리아스'에게 자신의 딸을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녀는 왕의 부탁에 허리를 굽히며 '반드시 공주님을 지키겠나이다!'라고 자신의 검에 걸고 맹새했다.
그렇기때문에 자신의 사력을 다해 그녀의 안전을 위해 왕국과의 오랜 동맹국이자 우정국인 '아란티아'로 어떻게든 모셔야만했다.
금빛 기사는 붉은 노을에 잠겨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공주에게로 다가갔다.
바닥에 갈라진 틈을 찾아 그 곳에 검을 꽂은 그녀는, 공주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왼쪽 무릎을 꿇었다.
"제1수호기사단 단장 제레니아 말빈 아리아스가 공주님을 뵙습니다!"
그녀의 외침에 공주는 조용히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은요?"
공주의 짧은 물음에 그녀는 한참 있다가 대답하였다.
"심각..합니다..."
제레니아는 그녀 답지않게 말꼬리를 흘렸다.
"폐하와 오라버니는?"
이번에도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동안 침묵이 찾아왔다.
"제레니아, 이제 저는 어찌해야만하나요?"
잠시동안의 침묵 끝에 수 많은 감정의 교차를 읽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가 가녀린 떨림과 함께 공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자이러스의 수호자인 '아이어스'와 함께 동맹국인 '아란티아'로 가셔야만합니다."
제레니아만의 무뚝뚝하고, 어찌보면 싸늘하다고 할 수 있는 대답인데도 그녀는 발끈하지 않았다.
"모두를 버려두고 나 혼자만 살아남으라고요? 난 그럴수없어요."
"가셔야만합니다."
"어째서죠?"
약간 떨림석힌 질문.
"폐하께 맹새했기 때문입니다. 공주님을 반드시 지켜드리겠다고"
순간 공주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저..저는.."
쾅쾅!
둔탁한 마찰음이 문쪽에서 울렸다.
"문이 잠겨 있다! 타이탄들을 동원하라!"
공주의 눈이 쥐방울만큼 커졌다.
'제기랄! 벌써"
제레니아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적들의 추격이 빨랐던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북쪽의 마지막관문이 뚫렸다는 뜻.
더이상 기다릴수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타이탄 석상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족히 6m의 높이의 타이탄을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뛰어올라갔다.
머리부분까지 올라간 그녀는 미간에 박혀있는 사람 주먹만한 붉은색 돌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때 돌에서 붉은빛이 발하며 타이탄 석상의 두 눈에서 안광이 새빨갛게 일기 시작했다.
쩌적!
그리고 몸 전체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부서져내리며 은빛의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타이탄이 눈에 들어왔다.
제레니아는 사뿐히 타이탄의 가슴부분으로 내려와 왼쪽 가슴에 박혀있는 붉은 보석을 또 손바닥으로 감쌌다.
놀랍게도 아까와는 다르게 보석은 그녀의 손을 삼켜 버렸고 곧 붉은 빛을 띄며 타이탄의 은빛 가슴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저없이 타이탄의 내부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곧 열렸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쿵!쿵!콰쾅!
그때 문고리에 걸었던 검집이 휘어지더니 여닫히 문이 두쪽으로 박살나버리며 곧 창과 검으로 무장한 병사들과 타이탄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레니아가 모든 준비를 끝마친 사이에 일어난 아주 운 좋은 때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은빛의 타이탄은 공주를 그 거대한 손으로 잡고 일어서더니 허리춤에서 거대한 검을 꺼내들었다.
그때 그런 타이탄을 보고 앞에서 지휘를 맏던 장교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저 타이탄을 제압하고 여자를 잡아라! 잡은 자에겐 후한 보상이 내려지니라!"
그러자 뒤에 있던 황색의 타이탄들이 은빛 타이탄에게로 다가왔다.
타이탄이 차갑게 소리쳤다.
"아무도 공주님을 붙잡지못할것이다. 공주님에게 손을 향한 자는 죽음이 내려질터이니."
곧 주위로 싸늘한 살기가 은빛 타이탄을 압박해왔다.
"죽여!"
황색의 타이탄들중 한명의 외침으로 모두가 일제히 은빛 타이탄을 향해 검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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