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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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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23 19:02:31 조회: 842 추천: 0 |
타오르는 홍련(紅蓮)은 무너져가는 세상을 표방한다.
끊임없이 그 암화(暗火)를, 광염(狂琰)을 뿜어내는 보라색의 마왕(魔王)은.
그저 생각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생물을 산화(酸化)시켜버렸다.
찰나의 순간조차, 인간은 침범할 수 없는 신(神)의 한계영역을, 단순히 폭염만으로 그 불가침의 영역을 끌어올린.
그 '진리(眞理)에 가장 가까운 자'는.
오직 모든 것을 탄소화(炭素和) 시켜버리는 것을 목표로, 신의 모든 피조물을 소멸 시키려한다.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만물을 태울 수 있는 능력을 얻는 대신에 주어지는 화염의 저주.
그리고 신을 향한 끝없는 분노.
생물로써의 존엄조차 유린받은, 그녀가 신에게 대항할 수 있던 유일한 것은.
이 세계를 '산화(酸化)'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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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ress
-3-
"...살아있는게 신기하네."
눈 앞에 쓰러진 여자를 바라본다. 온통 피에 물들어있다. 축늘어진 오른팔, 손목에는 기묘한 자국이 있다.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그녀가 피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은 나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처음부터, 내가 이 망할 장소에 오기도 이전에 이미 이런 상태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여자의 몸은 어디나 성한 곳이 없다. 일단 외상으로는...
"이거...못쓰겠네."
오른팔을 잡아보았다. 신경을 이어주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뜯겨나가있다. 뼈는 이미 재생할 단계를 넘어서 완전히 분쇄(粉碎)되어있었다. 얼마나 흘렸는지 상상조차 않되는 검붉은 넝마자락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몸에서는 참혹한 구타의 흔적이 엿보인다.
'...기절했나?'
여자는 눈을 감고있었다. '죽은 것'은 아니다. '죽어가고 있는 것'이지. 그런 주제에 편안한 표정이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 짜증이 밀려온다. 그녀의 의식을 회로에 접속시켜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싶을 만큼. 내가 원하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절망. 그것을 위해서는 죽음조차도 편안해서는 않되는 것이다. 부수고, 부수고, 부숴버린 다음에 붕괴되어 버릴 때까지, 나의 유희(遊喜)를 위해서 고통받아야한다.
"재미있을 것 같은 장난감이 생겼네."
아, 장난감이다. 요즘들어 생물만 보면, 망설이지 않고 폭파(爆破)시켜버리는 바람에, 실험이라거나, 연구라거나 할 여유가 없었다. 겸사겸사 공포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면, 어느새 도망칠 궁리를 해대는 족속들이라 나도 모르게 짜증이나서 죽여버린다. 진리의 목적을 찾고 있는 내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이런 살육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렵기 때문이다.
'죽이지 않고 포획하는 것은.'
내가 가진 힘은 다른 초월자(transcendencer)들과는 다른 상성이다. 원소의 흐름을 따라 이어진 발화점을, 자의적으로 끌어올려 순식간에 기화시켜버리는 소멸의 힘. 단순히 말하자면, 존재(存在)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태워버릴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구현(具現)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화점 따위가 생길 리가 없는 혹한의 설원에서도 나의 원소구현 능력이 발동되면, 없었던 발화점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어떠한 제약도, 한계도 없다. 단지, 힘을 발동시키려면, 그만큼의 대가가 나에게로 찾아온다.
'...아, 벌써.'
붕대에 감긴 왼팔이 타들어간다. 손가락 끝부터 시작되어 어깨죽지까지 이어진 '팔'이라는 경계선은 이미 '팔'이라는 신체의 기능을 수행하기로써 적합하지 않다. 이계의 능력을 한계점까지 끌어올린 대가는 나의 신체의 이변으로 인해서 나타나게된다. 초월을 했는데, 오히려 신체의 기능으로써는 평균이하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소 조작을 시도하면, 어디까지나 이계의 존재인 나의 '불카누스(Vulcanus)의 영역'이, 그것을 법칙으로써 부정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구현시키기 위해서 왼팔을 원소결집의 촉매로써 이용하기로 했다. 이계와 왼팔의 기점을 연결시켜, '불카누스(Vulcanus)의 영역'의 영파를 중화시켜, 이 세계에 불러올 수 있게 만든다.
'회복사(回復士)가 필요해, 이 몸으로는 한계다. 범위를 한정한다면, 앞으로 수십번은 더 구현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왼팔이라는 연결체가 사라져버린다. 다른 매개체는 있을 수 없다. 이계의 여파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한번 뿐이다. 그런 도박을 해서 겨우 얻어낸 촉매다. 이런 일로 낭비해 버릴 순 없다.'
나는 머릿속으로 팔의 치료성을 크게 되세겼다. 이제는 내 '왼팔'인데도 '물건'과 같이 취급하게 되어버렸다. 이건 '생물'로써도 '존재하는 자' 로써도 상반된 모순이다.
'...일단 이 자리부터 떠야겠네.'
소란스럽다. 인간들이 몰려온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으로 오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왼팔에 이어진 이음새를 고치는 것이 먼저다. 피로 물든 채로 기절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온통 만신창이라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미인이다.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는. 적어도 이목구비의 비례라든가, 눈과 코의 배치, 그리고 지금은 피때문에 애매해졌지만, 갈색의 머리카락은 그녀가 인간의 '암컷'으로써는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 지금은 이런 것을 분석할 때가 아니다.
'...일단...'
나는 주위의 대기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부피가 적은 기체를, 원소의 흐름을 조작하여, 부피가 큰 기체로. 그것의 움직임을 유린하여, 나는 공중을 부양한다. 이 세계에서는 가장 흔하디 흔한 기체. 산소(酸素)는 기폭의 원료말고도 이런 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나의 능력이 꼭 이런 식으로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지만, 물리적인 힘이 없는 나로써는 귀중한 연구재료를 맨손으로 옮길 수는 없다. 이 보이지 않는 '기체의 벽'으로 기절한 여자를 들어올린다. 방금전 박살 낸 벽의 구멍으로 그녀를 끌어낸다. 여기는 감옥이다. 죄수가 탈출을 할 수 없도록 하기위해서 세개의 방을 쌓아올린. 아무래도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에 도망을 갈 수 없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에서는 말이지.'
폭파시킨 뒤에 구멍을 내서 들어오는 것은 그리 힘들진 않았다. 들어올 때도 기체를 조작하여 날아왔기 때문에, 처음 인간에게 방해를 받을 때를 재외하고는 별다른 장애는 없었다. 나갈 때도 같은 방법을 쓰면 되는 것이다. 유유히 공중을 난다.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분자구조를 띄고 있는 조작되어버려 이제는 이름조차 없는 이 기체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다.
"마녀다! 마녀가 하늘을 날고있다!"
아, 짜증이 밀려온다. 그저 가진 것이라고는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비약적으로 향상된 뇌뿐인 생물인 주제에. 내버려 두어도 자멸할 것이 뻔한 종(種)주제에. 자기와는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이 세계에서 가장 짜증나는 생물. 나를 지칭해 마녀(魔女)란다.
"..."
한 놈의 외침으로 어느새 몰려온 인간들은 나를 올려다본다. 그 시선이, 소리가 거슬리고, 거슬려서 참을 수가없다. 방금전 능력을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왼팔을 생각해서 사용을 자제하려 했는데.
"죽여라! 마녀를 죽여! 활을 쏴서 떨어뜨려라!"
...참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정도 버텨줄 것이다. 양자의 단계를 넘어선 나의 왼팔이 그렇게 쉽게 부서질 리는 없을테니까.
"...후..."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원소의 흐름을 따라간다. 발화점이 하나, 둘, 셋. 그것을 커다란 원으로 감싼다. 인간들이 모여있는 광장의 중심을 축으로, 그것은 멀리 퍼져간다. '불카누스(Vulcanus))의 영역'을 개방한다. 주위에 있는 산소의 농도를 몇 천배로 밀집시킨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폭의 스위치.
"마녀를 죽여라아아아!!!"
망설일 이유따윈없다. 나는 단호히 그들 주위에 불꽃을 터트린다.
"...여기서 기화(氣化)해버려, 모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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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소녀 판타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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