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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루시안 - 01. 네 이름은 루시안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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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루시안 - 01. 네 이름은 루시안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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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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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11.27 23:46:20 조회: 727 추천: 0 |
“루시안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뭐든 상관없습니다.”
마을 입구에 도달한 루시아가 루시안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정히 물었다. 그러나 루시안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차갑기만 했다. 게다가 마을로 걷는 내내 루시아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루시아는 슬그머니 루시안에게 섭섭한 마음이 생겼다. 도대체가 이렇게 동생을 신경써주는 누나가 어디 있다고…….
‘잠깐, 내가 왜 이런 건방진 애송이의 보호자를 자처한 거야?’
악마 루시아. 비록 300살밖에 안 된 어린 축에 속하는 악마지만 그녀의 명성(?)은 마계의 따분한 악마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대상이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요염한 붉은 머리칼과 그에 맞춘 듯 한 붉은 눈동자.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긴 속눈썹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으며 얇은 입술은 선명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몸매 또한 나이스 바디. 하지만 그녀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그녀의 외모보다는 그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 때문이었다. 마계의 7대 악마 중 한 명인 카루스의 딸인 그녀는 아버지 카루스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왈가닥이었다. 게다가 말발 또한 수준급(?)이라 누군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짓을 한다면 가차 없이 욕설이 난무했다. 그 욕설 사이사이에 본론이 나오곤 하는데 그 본론이란 게 전부 논리에 맞는 내용들이라 상대방은 그녀에게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한 채 꼬리를 내린다. 아니, 솔직히 루시아 그녀가 대꾸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쭙잖게 말대꾸를 시도했다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그녀의 욕설에 혼이 빠져나갈 정도다. 게다가 가끔씩 부드러운 눈으로 마물들을 쓰다듬어 주는 모습은 악마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 그녀가 한 인간 꼬마에게 이렇게 굽신거려야 하다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너 말야!”
“뭐죠?”
루시안이 계약 이후로부터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차갑게 식어 있는 눈동자에 다시 슬픔을 느낀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루시안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 눈동자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비춰져 있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눈빛에 너무나도 약해져 버린다. 루시아는 그 눈빛을 지닌 자가 얼마나 슬픈가를 알 수 있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도…… 같은 눈빛으로 울었었으니까…….
“아, 그러니까…… 그래! 남매사이에 존댓말 같은 건 너무 거리감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별 시답잖은 소리로 얼버무리는 자신을 깨닫고 속으로 조소했다.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쩔쩔매다니 아버지가 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후후…… 손으로 땅이라도 파헤쳐 놓고 들어가 누우려나? 아아……, 아마 자신이 헛 걸 봤다고 생각하겠지. 그 늙은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자신이 생각해도 이게 정말 자기 모습일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사람(?) 눈엔 오죽할까? 루시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데 루시안의 반응이 이상했다. 고개를 숙인 채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눈치 채지 못하고 걸어서 루시안과 20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었다. 루시아는 자신이 못 할 말이라도 했나 곰곰이 기억을 더듬으며 루시안을 향해 몸을 돌렸다. 또 울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루시안의 안색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우는 건 아닌 것 같다.
‘다행이야. 이런 눈빛으로 울면…… 감당하기 어렵거든. 그 놈도 그랬지.’
“루시아 씨.”
루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늙은 노인의 목소리처럼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덕분에 깜짝 놀란 루시아는 사래가 들려 한참을 콜록거려야 했다.
“켁……. 콜록, 콜록…… 루…… 루시아 씨라니? 누나를 부르는 방법치곤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루시아의 넉살에 루시안도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차가운 얼음 인형만이 그녀와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얼음 인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 그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제가 믿는 건 오로지 자신 뿐. 제 자신만이 저를 배신할 수 없지요. 때문에 제가 믿을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마족이라 해도…… 전 함부로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점에는 루시아 씨,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아아…… 야박하기도 하지. 누나에게 기대어 펑펑 울 땐 언제고, 이제는 누나를 믿을 수 없다는 걸까?”
알고 있다. 물론 루시아도 이미 알고 있다. 그도 그랬으니까. 그와 닮은 눈을 한 이 아이도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못내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밝게 말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그건 잊어주세요! 어, 어쨌든 저는 지금 당신도 믿을 수 없습니다. 네, 맞습니다. 분명히 가족이 되어주길 부탁한 건 저 자신입니다. 하지만……. 변덕스럽다고 욕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분명 사실이니까요.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호기심에 해 본 계약이었죠. 그저 서점에서 낡아서 버리는 흑마술서를 운 좋게 얻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해 본 거였습니다. 그래요, 호기심……. 하지만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그런 소원을 빌었어요. 왠지 당신에게서 익숙한 기분을 느꼈거든요. 아, 아무튼…… 제가 당신을 믿는 건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저라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라도 그건 제 숨겨진 본심일 테니까요. 말이 다소 이상하지만 제 말은……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풉…….
차가운 얼음인형이 당황하는 모습은 루사아에게 퍽 재밌게 보였다. 얼음인형의 양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시선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른 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허둥거리고 있었다. 은근히 장난기가 치미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조건 반사였다.
“싫어.”
“에?”
동그랗게 뜬 루시안의 보랏빛 눈동자가 그렇게 귀엽게 느껴질 수 없었다. 루시아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루시안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떨어지더니 슬픈 눈으로 자신의 발을 노려보았다.
“날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네 소원은 들어줄 수 없어.”
루시아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든 루시안을 반기는 것은, 팔짱을 낀 채 매력적인 미소를 띄고 있는 루시아의 얼굴이었다. 루시안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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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문체는... 은근히 딱딱한 것 같습니다 ㅜㅜ |
2006-11-27
23: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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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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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지적할 것은 없지만 뭐랄까... 글 자체는 적은 편은 아니였는데 내용이 쪼까(?) 적은 듯 하네요 바로 다음 편~ |
2006-11-28
16: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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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런식의 밀고당기기 무지 좋습니다![<] |
2006-11-28
19: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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