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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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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12.12 21:21:02 조회: 737 추천: 0 |
[8]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날카로운 눈빛에 한쪽 눈을 앞머리로 가린 검은 머리의 무뚝뚝한 동양인 남자와 이상한 발음으로 투덜거리는 눈꼬리가 처진 독일인 남자, 그리고 눈에 띄는 보라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미녀.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복장인데, 입고 있던 옷이 모두 검은색의 제복 코트였다는 점이었다. 특이한 디자인의 검은 제복은 나의 눈길을 끌었는데, 그것은 내가 공군에 있을 때도 전혀 본 적이 없는 형태였다. 또 하나는 그들이 저마다 이상한 물건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과묵한 검은 머리 남자는 이상한 장식용 검을, 보라색 머리의 여자는 내 키를 훨씬 넘는 커다란 검은색 케이스를, 마지막으로 말투가 이상한 독일인은 무거워 보이는 괴상한 쇳덩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용도로 쓰일 것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너무도 튀는 모습이라 나는 손님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여유보다 아직 끝내지 못한 창고 정리가 현재로서는 더 급했다. 조금 전까지 창고에서 부품 정리를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에 그것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일거리를 맡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공항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수행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상부의 지시는 이러했다. '25번째 격납고를 찾는 검은 옷의 손님이 오면 그 장소로 즉시 안내하도록.' 이라는 식의 명령이었다. 사실 제25 격납고는 격납고 이긴 하지만, 폐기된 기종의 비행기들을 보관하는 일종의 창고 같은 곳이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건물. 그런 것을 찾는 손님의 등장에 나는 의아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독일인 남자의 말 한마디에 그런 부수적인 의문들은 사라져버렸다.
"비밀유지만 잘해준다면, 이번 달부터 월급이 두 배가 될걸?"
나는 그것에 순순히 따르기도 했다. 손해 볼 일은 아니니까. 나는 그들을 안내하던 중 그들 사이에서 한 여자를 발견했다. 내가 있던 창고 사무실에 들어올 때만 해도 없었던 여자다. 그녀는 20대가 약간 넘은 듯한 짧은 금발의 백인여성 이었다. 그들과 다르게 그녀만 파란색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태도를 보아서는 아무래도 이들의 상관은 아닌 것 같았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신입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꿋꿋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느껴진다.
"여, 여기가 제25 격납고 입니다."
그들의 상하관계를 멋대로 해석하던 중, 어느새 목적지인 25번째 격납고에 도착했다.
"수고했어, 이만 돌아가 봐."
거슬리는 발음이다. 독일인 특유의 긴 발음이 거슬린다. 짜증이 날만큼의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많이 들으면 그것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내가 도중에 멈춘 일을 다시 하기 위해서 서둘러 본래의 장소로 되돌아갔다. 창고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은 나는 방금 전 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었어."
"...하아..."
그들은 현재 1,200m 상공을 비행 중이다. 티파니는 이제 놀랄 기력도 없는지 묵묵히 창가를 바라보다 한숨을 쉰다.
"도착은 금방이니까, 조금만 참아."
앞 조종석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행기라 하더라도 개인용 비행기보다 약간 큰 크기라 티파니와 조종석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덕분에 대화는 가능했다. 티파니의 옆자리에서 열심히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제니퍼와 무표정으로 자신의 레이피어를 손질하고 있는 휴. 지금 이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아인하르트였다. 그들이 타고 있는 이 비행기는 레이븐 전용 공중 수송기인 '와이트(Wight)'. 그들이 타고 있으니만큼, 제복에 맞춘 검은 색의 외부 장갑을 자랑하는 와이트는 HNT(hyper nano technology)-시스템으로 제작되어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했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독특한 기체 디자인은 흡사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신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날카롭게 튀어나온 앞부분과 우주왕복선의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창문이 정면을 장식하고, 좌우 두 개, 위쪽에 한 개, 총 다섯 개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특수 제작된 세 개의 '제트 엔진(jet engine)'이 쉴새없이 움직인다. 견고해 보이는 외부 장갑은 공중에서의 공격을 대비하여 신소재합금으로, 창문은 특수방탄유리로 제작되어있다. 이 소형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공항의 모든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되었는데, 이것으로 티파니는 '레이븐'이라는 조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보다 뭡니까? 지하의 열차도 그렇고, 이 비행기도 그렇고..."
"난 이런 건 잘 모르니까 말이야. 나중에 돌아가면 노인네한테나 물어봐달라구."
아인하르트는 고개를 흔들며, 그 특유의 과장된 몸짓으로 티파니의 질문을 막아냈다.
'도무지 도움이 안되는군.'
티파니는 속으로 잔뜩 아인하르트를 비하하다 옆자리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제니퍼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여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다. 종이를 접고 있다. 형태를 보아하니, 그것은 어떤 새 같았다. 그녀는 시선을 위로 옮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니퍼가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케이스를 향해. 아슬아슬하게 천장에 닿지 않는, 어림잡아 3m는 되어 보이는, 두께 30cm의 커다란 검은색 케이스. 그 안에는 틀림없이 그들이 말하는 '대 언데드 결전 병기'라는 것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티파니는 생각했다. 휴나 아인하르트처럼 비행기 화물칸에 집어넣었으면 좋았겠지만 케이스의 크기가 너무 커 좁아터진 소형 비행기의 화물칸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제니퍼는 그것을 억지로 가로로 눕혀 겨우 비행기 내부로 가지고 들어왔는데,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티파니의 왼쪽 어깨에 닿아 티파니의 행동을 제약했다. 불편하기엔 제니퍼 본인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종이접기를 통해서 불편함을 잊고있었다. 덕분에 피해를 보게된 사람은 창가 구석자리에 앉은 티파니였다. 제니퍼의 케이스를 바라보던 티파니는 문뜩 생각했다.
'저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 걸까?'
"그거..."
"응?"
생긋 웃으며 티파니의 얼굴을 바라보는 제니퍼. 티파니는 그녀에게 자신의 호기심을 털어놓았다.
"뭐죠? 그게...?"
제니퍼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대답했다.
"종이학."
티파니의 질문 의도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린 제니퍼의 답변에 티파니는 순간 멍해져버렸다. 케이스 안에 든 것에 대한 물음을 종이접기 소재에 대한 물음으로 바꾸어버린 제니퍼. 티파니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조종석에서 "풋!" 하고 아인하르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반응한 티파니가 조종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선배님은 조종에만 신경써주십시오."
"네에네에, 알겠습니다. 후배님."
조종석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아인하르트의 웃음을 저지한 티파니는 되돌아오는 그의 답변을 무시하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니퍼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뇨, 그게 아니라 그 케이스 안의 물건 말이죠."
"헤에? 보고 싶어요?"
티파니의 추가설명에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제니퍼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스를 향해 뒤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인하르트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누님!? 여기서 그걸 꺼내실 생각이십니까!?"
허겁지겁 그녀를 저지하려는 그의 행동에 제니퍼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뭐, 어때서요?"
"어떻다뇨?!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아인하르트의 판단은 옳았다. 개인용 비행기보다 약간 큰 정도에 불과한 와이트의 내부에서 저렇게 큰 케이스를 열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녀의 성격으로는 주위의 사소한(?) 장애물은 모조리 부숴버릴 것이 뻔하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제니퍼가 가진 사고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들 중 일반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몇이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어찌 되었든 제니퍼를 저지한 그의 행동이 확실히 옳은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마,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인하르트의 태도를 보아, 그것이 뭔지는 몰라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티파니는 자신이 저지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뒤늦게 말을 덧붙였다.
"...쳇."
티파니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제니퍼의 목소리에서 어째서인지 '그녀를 말린 것은 잘한 행동'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치마안..."
"괜찮습니다! 설명만 해주시죠!"
다시 한 번 '위험 상황'을 만들려는 제니퍼의 발언을 빠르게 저지한 티파니는 억지로 과장된 어조로 그녀의 설명을 유도했다.
"음... 이 케이스 안에 든 물건은 말이죠."
"네, 네에!"
말을 이어나가던 제니퍼는 방금 전 그녀가 말한 '그치만'이라는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움찔한 아인하르트의 모습을 보고서 말을 멈추곤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비밀이예요."
"...에?"
티파니는 다시 멍해졌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이 아이가 무지 귀엽다는 것 뿐이랍니다."
"잠깐만요, 누님! '귀엽다.'라는 표현은 그런데에 쓰는 게 아닙니다!"
도중에 아인하르트가 제니퍼의 오류를 지적했다. 확실히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3m에 육박하는 커다란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물건. 게다가 그것이 '무기'라면 귀엽다기 보다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 것이라고 티파니는 생각했다.
'...과연 이 여자가 귀엽다라는 정의를 어떤 기준으로 내리는 거... 아니, 알고 싶지않아.
순간 제니퍼의 정신세계에 대해 생각하던 티파니는 아인하르트에게 미소를 지은 채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제니퍼의 모습을 포착하고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인하르트 군~? 우리 천천히 이야기나 나눌까요?"
"...사양하겠습니...크하악!?"
"비,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잖아요! 정신 차려요, 선배!"
이런 상황에서도 휴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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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무지하게 짧아요. 내용면에서도 그다지 진전된 것 없습니다. 아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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