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를 알리는 소리가 그란슈가 있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외진 곳에서 들려왔다. 유니온에 연행되길 선택한 샤넬을 데려가기 위해 곧 도착할 대원들을 기다려야 하기에 움직일 수 없던 그란슈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렸다.
“왜 안 오는 거야”
위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
멈출 생각은 않는 경보음과 폭발소리는 그란슈를 점점 초조하게 했다. 분명 인공생명체의 공격으로 많은 희생이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대원들 때문에 그란슈는 답답할 뿐이었다. 한숨까지 쉬며 발을 구르던 그란슈의 앞에 드디어 대원들이 도착했다.
“왜 이리 늦어! 여긴 맡기지. 난 다음 현장으로 바로 간다.”
“예! 알겠습니다!”
사건이 터진 곳은 외진 곳에 위치한 탄광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설치해 놓은 경보기가 다행히 작동해주었지만 이미 광부들은 모두들 당한 상태였다. 워낙 위험한데다가 긍지 높은 기사 녀석들이 이런 탄광까지 지키라고 한다면 반발할 것이 분명했기에 경비도 없는 채였다. 그란슈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광부들을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옮기고, 일단 탄광을 폭발시킨 녀석들부터 찾아내야 할 일이었다.
“이 녀석들 제대로 한 건 치러버렸군.”
아무리 봐도 엄청나게 날뛴 흔적은 어떻게 안 보려고 해도 안 볼 수가 없었다. 탄광 주위에 설치해 놓은 철로도 심하게 구부러져있고 꽤나 많은 탄광이 폭발에 의해 내려앉아 있었다. 만약 안에 사람이라도 있는 상태라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사람이 있는지 조차 확인 불명. 게다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마저 보이지 않았다. 인공생명체들이었다면 인간을 죽이는 것이 최우선일터·· 하지만 현장을 보자니 인간을 먼저 건들인 건 분명 아닌 듯 했다.
그 말은 즉, 범인은 인공생명체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런 시대에 인간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건 몰상식 한 일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웬만한 무기만으로 단시간에 이정도로 만들 수 있는 건 래비드 유니온의 일원 뿐·· 무기가 아니라면 극히 드물다고 하는 마법사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지식 많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법사가 안 좋은 일에 마법을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 사건은 유니온의 일원 중 누군가 배신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란슈였다.
“훗..역시 난 천재야. 크크큭”
“말이 안 되잖아. 란슈~!”
“앗! 메··메리 누나..”
메리슈(Merysu). 명석한 두뇌! 확실한 사건 처리! 엄청난 연금술! 유니온의 천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란슈의 하나뿐인 누나로 유일하게 그란슈를 어린 애 취급하는 사람이다. 그란슈는 언제나 자기 일에 끼어들어 공로를 빼앗아가는 진정한 악마가 누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에게도 말 못할 정도로 누나를 무서워했다.
“바보 같은 추리는 그만하고·· 일단 먹잇감 찾으러 오신 녀석들부터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어?”
메리에게서 흘러나오는 강함 압박감 때문에 인공생명체들이 온지도 모르고 있던 그란슈는 때로 몰려오는 양산 형 인공생명체들을 하나 둘씩 때려눕혔다. 이상하게 생각 될 만큼 약해진 양산 형 인공생명체들·· 때리는 맛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전부다 때려눕히고 나니 예상했던 대로 숨어 있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 그란슈가 때려눕힌 녀석들은 전부 본체 인공생명체의 몸의 일부였던 것이었다. 게다가···
“뭐야. 이 녀석.”
“헤에..”
그란슈가 유니온에 몸을 담고 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큰 인공생명체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봐오던 녀석 중 덩치 좀 있다고 하는 놈들은 이성은 있지만 무식하게 힘만 센 녀석들이었기에 별 것 아니었지만 이 번 만큼은 달랐다. 딱 봐도 마을 하나는 되보이는 무식한 크기는 그란슈가 섣불리 공격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파고들어도 녀석이 휘두르면 그대로 땅으로 낙하할 것이 눈에 선했고, 메리의 계산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원거리 무기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것뿐이었다.
“원거리 공격밖에 없겠는데·· 란슈~? 쓰지 그래??”
“아프다고 이거··”
투덜대로 있지만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그란슈는 왼쪽 손을 감싸주고 있는 가죽 장갑을 벗으며 손등위에 장착되어 있는 익스펜션 제네레이터를 쓰다듬듯 건드려 기동시켰다. 이전에 가슴에 달려있던 제네레이터로 연성할 때와는 다르게 연성 반응을 일으켰다. 왼팔의 근육이 뒤틀리 듯 꿈틀거리고 빛과 함께 그란슈의 왼팔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연성 반응의 소멸과 함께 나타났다.
이전의 데빌사이드와 다른 점은 완전 장착 형으로 팔과 함께 연성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살을 파고나와 있으니 연성 시에 고통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고통이 싫어 잘 쓰지 않는 무기이기도 했다.
“으으으·· 아프구만··! 하하하! 할 건 해야지! 제네레이터 기동 완료! 빔 크로스!(Beam Cross)! 연성 완료! 유니온의 악마! 이 몸! 그란슈를 받들어··”
푹···
“그딴 쓸모없는 대사 하지 말고 시작하라구··”
펀치 한방에 맷집 좋은 그란슈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쓸모없는 대사라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란슈는 속으로 분을 삼키며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공격을 시작하기 위해 슬슬 준비를 시작하는 그란슈는 왼팔을 길게 뻗어 인공생명체의 머리에 초점을 맞췄다. 메리가 표적이 되어 있는 동안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공격은 더 늦춰지기만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걱정은 완전 삽질이었다.
슈우우욱··
거대한 팔이 메리를 향해 날아들고 메리는 그 팔을 아무것도 아닌 마냥 한손으로 낚아챘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것처럼 잡을 팔을 바닥에 꽂아버리고는 팔을 타고 올라가 인공생명체의 어깨의 뼈를 펀치 한방으로 부러트린 것도 아니고 부숴버렸다. 이 엄청난 괴력을 유니온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한탄스러운 그란슈였다. 어깨가 부서지는 고통에 인공생명체가 아까보다 더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에 간신히 고정시킨 표적이 다시 흔들렸다.
“아·· 연습 좀 해놓을 걸 그랬나..”
“란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아아아! 몰라 몰라! 그냥 쏜다!!”
덜컹··! 슈우욱!
팔을 두르고 있던 사슬이 풀려나가며 접혀있던 날개가 펼쳐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석궁의 몸체 부분이다. 은빛의 날개가 양옆으로 펼쳐지고 그란슈를 오른손으로 왼팔의 어깨를 잡고는 표적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채 무작정 발사해 버렸다. 그 엄청난 반동 때문에 왼팔의 어깨는 잡고 있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했다. 석궁에서 빠져나간 빛이 인공생명체의 우연히 몸통을 뚫고 지나가긴 했지만 덩치가 있다보니 그 한방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2발째··
단 한방으로 어깨가 분리되는 듯한 충격을 받은 어깨는 벌써 한계에 도달해있었다. 물론 이정도로 핀치에 빠진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데빌사이드보다 파괴력이 뛰어난 빔 크로스로도 죽이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방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른팔은 쓰기 싫은데··”
“이런··대장 말이 맞군. 너 여태 데빌사이드만 쓰고 다녔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넌 5개의 제네레이터를 가지고 있잖아. 웬만하면 전부다 마스터 해 놓으라구··”
“에헤헤헤··”
“웃을 일이 아냐! 쳇. 저건 내가 처리할테니까·· 쉬고 있어..”
처음부터 저 녀석은 메리 혼자 힘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녀석이었다. 다만 래비드 유니온의 대장으로부터의 명령··
‘그란슈 녀석·· 낫만 사용하고 다니는 것 같다. 아직 전부다 쓰지 못하는 건지 확실히 알아보고 오도록··’
이 것으로 대장이 내린 명령은 수행완료. 메리는 기분 좋게 활동을 멈춰버린 인공생명체의 머리를 가볍게 걷어 차주었다.
쿠지지직··
가볍게 걷어찬 것이 얼굴의 반이 찢겨져 날아가는 인공생명체는 그대로 침묵했다. 그란슈의 왼손의 제네레이터도 기동을 멈추고 연성된 무기도 에너지로 순환되어 사라졌다. 일격으로 그 커다란 인공생명체를 침묵시킨 메리는 웃는 얼굴로 천천히 그란슈에게 다가왔고,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는 그란슈는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헤헤. 란슈~~??”
“누··누나..”
“오늘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당분간 내 권한으로 너의 출장을 금지한다. 당분간은 특수 기사단한테 맡겨둬.”
예상했던 대로 훈련 돌입이었다. 게다가 특수 기사단이라면 본래의 뛰어난 각 국가의 기사들만 모아 특수 훈련시켜 래비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래비드를 익히게 한 것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보통 이들은 10명 정도로 나뉘어져 활동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영락없이 메리에게 제대로 잡혀버린 그란슈는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철컥··슈우우욱!!
“하아·· 어깨에 부담이 너무 많이 가는데·· 어떻게든 이 녀석의 모습을 변환시켜서 어깨에 무리가 안 가게 하는 수밖에 없겠어..”
3일 째 왼손의 무기만 계속해서 연성해서 연습하는 그란슈는 3일전과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거라면 표적을 조준하는 시간이 단축된 것뿐이니 누나로서가 아닌 훈련관으로서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다른 대원들과 확연히 틀리게 능력도 뛰어나고 강한데 도대체 왜 진보가 없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특히나 가슴에 달린 제네레이터를 이용해 연성된 데빌사이드 같은 경우 그 무기를 얻은 지 벌써 1년·· 사용횟수도 가장 많고 주무기로 사용하기에 이제 몸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진보가 없다는 것.
논리적으로라면 옛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무장해 더 강해져야만 맞는 것이다. 그런데·· 왜! 대체! 진보가 없는가·· 영문 모를 일이었다.
“에휴···”
“왜 진보가 없는가·· 이겠지. 메리슈..”
“그래요. 뭐가 문젤까요. 이론적으로는 벌써 저 왼팔의 석궁도 새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구요.”
“나도 최근에 검사 도중에 알아냈다만··”
익스펜션 제네레이터의 공명··
보통의 인간이라면 하나로도 충분·· 2개라면 너무 벅차기에 목숨을 잃게 되는 익스펜션 제네레이터. 그란슈는 그것을 몸에 5개나 지니고 있고 전부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된다. 하지만 각기 다른 곳에 존재하는 제네레이터는 다른 곳에 존재하다보니 에너지의 흐름도 다르기 마련인데 그란슈 같은 경우 5개나 존재하기에 그 흐름이 한 곳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그란슈의 신체는 5개의 제네레이터가 작동하는데도 버틸 수 있던 것이지만 반면 그 때문에 그란슈가 연성한 무기는 한계까지 도달했다 할지라도 그 이상으로 뚫고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란슈가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5개의 제네레이터를 이용해 연성된 무기 전부를 마스터하거나·· 또는 강제적으로 흐름의 공명을 일시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란슈는 어쩔 수 없이 선자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5개 전부를··?”
“내 기억으론 아직 다리 쪽의 2개는 연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즉, 무기조차 생성되지 않았겠지..?”
“네, 제네레이터가 작동하고 있긴 하지만 다리 쪽의 제네레이터를 기동시켜 에너지흐름을 확장시킬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훈련이 부족해서라는 건 알지만·· 란슈는 원래 훈련을 싫어하니까요..”
피육··피육··
“헤에엑·· 힘들어 못해먹겠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해.”
“대장 뭔가 일어나고 있는 거죠? 이번 탄광사건도 그렇고··”
“사람들 중에 인공생명체와 내통하고 있는 자가 있다..그리고 그 사람은 마법사다. 정도지..”
인공생명체와 내통하는 자. 래비드 유니온은 닥쳐 올 미래를 예시하듯·· 모든 대원들의 전투력 향상을 서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공생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개량을 시작한 인공생명체들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지려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대현··”
“쉿. 그 명칭은 함부로 올리지 마시오. 정체가 들키면 나라도 피할 방법이 없으니··”
“그렇군. 이제 곧 개량된 미스테리우스들이 탄생해. 곧 나만의 유니온이 탄생할거야.. 연금술 따위 과학으로 눌러 버려주지. 우린 원래 과학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니까··”
폐인Ð주니♡
히에에, 조회수 2?
이런 아침까지..
2006-04-08 08:52:33
YR·S。
새벽에 올렸으니~ 조회수가 적을 수밖에 없지요~
2006-04-08 13:41:56
덴
"그란슈가 5개의 제네레이터를 사용할수있던 것은 사실 깐따삐아인이였기 때문이다" 파문
2006-04-08 17:33:22
YR·S。
덴// 헉 ㅋㅋㅋㅋ
2006-04-08 18:51:17
쿠로사마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대화.
그런데 그란슈에게도 그런 약점이 있었군요.
역시 시련이 있어야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