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연성과 로제를 다급히 부르기 30분 전. 아이가 일어나 시끄럽게 울어댄다. ‘아기의 본능’ 이라는 책의 내용을 모두 읽고 습득한 크리네스는 자신의 품에 안겨 광란하게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달래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방법인 그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아기의 본능’ 이라는 책을 보면 아기가 우는 이유는 딱 3가지라고 했다. 그중 두 가지는 모두 시도해보았으나 실패로 돌아갔으니 마지막 방법인 엄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로제에 기운을 감지하며 한천중학교 문전 앞까지 도착했다.
“으앙! 으앙! 으앙!”
“아··· 나의 청각이 점점 마모되는 느낌을 받는구나.”
한천중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그 때문인지 직접적인 간섭은 하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소곤소곤 대는 것을 어림 느낄 수 있었다.
“으앙! 으앙!”
“이런··· 빨리 로제에게 대려다 주어야겠군.”
그러고선 빠른 발걸음으로 한천중학교 내부로 들어왔다.
“음··· 조용하군.”
학교내부로 들어왔을 때 학교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했다. 기척이라곤 한 방안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누군가를 주시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외엔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천공성 아카데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크리네스는 로제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아이의 울음소린 그칠 줄 몰랐다.
“으앙! 으앙!!”
“으··· 조금만 기다려라. 곧 네 엄마가 있는 곳으로 대려다 줄 터이니.”
이젠 발버둥까지 치며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이 리틀베이비는 예의범절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아직 갓난아이에게 예의범절을 바라는 크리네스가 더 이상하게 보일 따름이다. 보통 크리네스에 성격이라면 잠재우기 마법인 슬립을 걸어 조용하게 해둘 텐데 어젯밤 로제가,
(아이에게 절대로 마법은 사용 하지마!)
라고 신신당부를 했기에 함부로 걸지 않고 있었다. 예외라면 오늘 아침 목청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아이를 달랠 도리가 없어 슬립 마법을 한 번 사용했지만 그거 외엔 사용한 적이 없다. 정말 아기는 까다롭다. 이런 바라는 것 많은 녀석 같으니라고. 이렇게 아이가 시끄럽게 울어대자 각자 교실에서 수업 받는 학생들의 시선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주목되게 되었다.
“무슨 소리지?”
“아이 울음소리 같은데?”
“아이 울음소리가 왜 여기서? 누가 왔나?”
“학부모겠지.”
등등에 추측논리가 펼쳐진 가운데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각 반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며 다시 수업에 임하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나?”
그는 지금 2층 계단을 통해 3층에 발을 들여놓는 중이었다. 3층엔 학교에 수뇌기관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기관 중 한 곳인 교무실이 바로 3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고로 3층은 학생들보다 선생들이 더 많이 우글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를 겨우겨우 달래며 3층으로 올라온 크리네스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이 근방에서 로제에 기운이 느껴지는데···.”
“으앙! 으앙! 으앙!!”
“알았다. 알았어. 그만 좀 울거라. 그렇게 울면 나중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준다.”
그렇게 말해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는 관자놀이 부근을 긁적이며 심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으··· 곤란하군.”
그가 그렇게 난처한 상황에 놓인 지금,
드르륵!
문이 열리며 예쁜 정장 스타일에 뿔테안경을 착용한 여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내며 의구심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 거지?”
“응?”
“으앙! 으앙!”
갓난아이를 않고 있는 크리네스. 순간 여선생님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품에 않고 있는 아이는 그렇다 치고 크리네스의 외모가 너무 빼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꿈에서나 만나 볼법한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외모. 가련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한 그의 외모는 모든 여성의 눈을 매료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여선생님은 얼굴을 붉힌 채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여···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혹시 이 학교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십니까?”
“그··· 그렇습니다··· 만···”
“잘 됐네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름이 로제스 폰 에실에이드라고. 혹시 알고 계십니까?”
크리네스가 말한 이의 이름을 듣고 여선생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손뼉을 딱 치며,
“아! 올해 전학 온 긴 붉은 머리카락 아이 말씀이시죠?”
“예. 맞습니다.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크리네스가 정중히 물었다. 여선생님은 자신에게 정중히 물어오는 크리네스의 얼굴을 보며 또 한 번 화끈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보았다.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으며 외형과 이목구비는 늘씬한 여성처럼 보였지만 모르게 로맨틱한 남성미가 느껴지는 것이 완전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여선생이 자신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와중이지만 크리네스는 그녀가 왜 저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정신에 문제가 있나?’ 라는 추측도 해보았지만 마법으로 그녀의 몸을 조사해보니 그런 증세는 발견 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저기··· 알고 계십니까?”
“아··· 네?”
“로제스 폰 에실에이드라는 아이를 알고 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그녀는 당차게 답해주었다. 이에 크리네스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 도움을 받으려 했다. 딱히 그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내부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막힘없이 찾아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는 아직도 울어대는 아이를 않고 여선생을 향해 말했다.
“알고 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저에게 로제가 있는 곳까지 대려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예. 어렵진 않지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뭐하나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예. 말씀하세요.”
여선생은 크리네스가 품에 않고 있는 아이를 힐끔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아이는··· 혹시 자제분이십니까?”
“자제? 이아이요?”
“네.”
여선생이 조심스레 묻자 크리네스는 너스레를 떨며 부정에 나섰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는, 특히 선생님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절대로 떠벌려선 안 될 비밀··· 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그런 얘기를 하고 말았다.
“아니에요. 이 아이는 로제와 매제의 아이입니다.”
“··· 로제와 매제? 매제라 함은?”
“그야 유 연성군이죠. 하하하.”
“!!”
극히 오해를 살만한 내용. 앞뒤를 가차 없이 커트해버리고 본론만 간단히 말한다. 그것도 아주 단편적으로. 이런 이야길 들으면 누구든 오해를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그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여선생은 북극의 빙하처럼 꽁꽁 얼어버렸다. 2학년 7반의 유 연성과 로제의 관계라면 학교 내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항상 로제가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할뿐더러 그녀를 사모하는 모임에서 두 사람이 교제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트려 한천중 내에서 둘의 사이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멋진 남자가 품에 않고 있는 아이가 연성과 로제의 아이라니?
한천중 7대 불가사의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뜬금없는 소문이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질 정도다. 그녀는 아까 전 보다 더욱 더듬거리는 말투로 간신히 입을 열어 재차 확인해보았다.
“뭐··· 라고요?”
“잘 못 들으셨나 보군요. 이 아이는 연성군과 로제의 아이입니다. 이제 확실하게 들으셨죠?”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잊지 않는 크리네스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여전이 소리 높여 우렁차게 울어대는 중이었고 여선생은 다시 한 번 뻣뻣하게 굳어지며 오만가지 떠오르는 생각에 잠겨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아아, 2학년 7반의 유 연성군과 로제스 폰 에실에이드양은 급히 교무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2학년 7반 유 연성군과 로제스 폰 에실에이드양은 급히 교무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굉장히 급한 일이니 최대한 빨리 와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