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 일을 끝냈군. 여기서 잠깐만 쉴까 ?" "네‥ 좋지요. 장작 있으세요 ?" 어두운 벌판이었다. 금발에 중년의 남자가 등에 매고있던 가방을 꺼내어 열더니 이내 장작들을 벌판에 내려놓았다. "어디 돌이 없을까 ?" "아 !" 그리곤 돌로 장작을 한참 비비고는 이윽고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자 장작들을 서로 부딪쳤는데, 검은색 머리의 소년이 그 일에 끼어들고는 말했다. "로첼씨, 그렇게 하면 안되요 !! 제가 불가루를 가지고 있어요." 검은색 머리의 소년은 바지 주머니에서 종이자락을 꺼냈는데 그 종이는 입구가 봉해있었고 안쪽이 약간 붉었다. 소년은 입구를 풀고선 붉은색의 가루를 손에 들고는 장작에 그 가루를 뿌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장작이 붉은빛으로 변하더니 불은 아니었지만 따뜻했다. "자‥, 이제 됬군. 내가 여행에 익숙치 않아서 말이야. 앉지 그래 ? 딱히 먹을게 없지만." 그렇게 그들은 어두운 밤속에서 고요함을 즐겼다. 적당한 추위의 바람들이 불어오거니와, 아름다운 밤하늘이 그들의 눈을 적셔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로첼씨‥" "말해봐." 검은색 머리의 소년이 로첼이라는 중년의 남자에게 물었다. "로첼씨는 앞이 보이질 않잖아요 ? 그런데 어떻게 그곳이 하츠 여왕의 궁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신거죠 ?" 로첼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의 초점은 그 어느곳에도 없었다. "글쎄다. 느낌이란거겠지." "쉿 !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 [ 삐이익 - ] 마차의 문이 열렸다. "날 따라오도록 해, 어서 내려 !!" 그들이 마차에서 내리자 순식간에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선 그들을 뒤따라갔다. "궁전 안으로 들어‥" "시끄러 !!" 한 병사가 노란 머리에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렇게 그들 4명은 병사들을 따라서 궁전으로 점점 들어갔다. 이윽고 흰색의 가면과 마주쳤다. "수고하십니다." 그는 가면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병사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병사들은 주춤거리다가 흰색의 가면을 쓰고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뒤를 돌아보았다. 흰색의 가면을 쓰고있는 남자는 그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 덜커엉 - ]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 있는 문이 열리자 화려한 장소가 눈에 띄었다. 모든 물건이 황금빛이었고, 모든 병사들의 갑옷마저 황금빛으로 가려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 그들을 데려온 병사들은 대형을 맞추고는 병사 2명이 한명을 붙잡고는 여왕인듯 보이는 늙은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으응 ? 안경 좀 주게나." 늙은 여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 서있던 황금빛 갑옷의 병사는 뒤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경을 꺼내들고 나왔다. 늙은 여왕이 안경을 받아들고는 눈에 안경을 대었다. 그리고 그들을 차례대로 보기 시작했다. 로첼에게 조금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 "모두들 처음 보는 얼굴이군, 당연한 거지만‥ 그래, 어인일인가 ?" 하츠 여왕이 고개를 최대한 내밀고는 우리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우리들이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들을 이곳에 데려온 병사중 한명이, 하츠 여왕의 물음에 답했다. "이 자들은 새로 선출된 용병들입니다. 실력은 물론 지혜까지 모두 출중합니다. 왼쪽부터 바이첼 로첼, 베델리 네즈, 모던 크로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델 세안입니다." "아니‥ !? 우‥" 노란 머리의 소년인 모던 크로우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우리들을 소개했던 병사가 그 말을 가로챘다. "그 입 다물거라 !! 너희들이 뛰어난 용병이라 한다 하거늘, 예의는 땅을 기는구나 !!" 우리들은 당황했지만 하츠 여왕이 손을 저어보이며 말했다. 하츠 여왕은 이미 죽을 날이 코앞인듯, 말소리엔 힘이 없었고 누구든지 그저 말을 하기만 해도 하츠 여왕의 목소리가 뭍혀버릴듯 작았다. "그만하거라. 미천한 용병이거늘, 궁의 예의에 대해 알겠느냐 ? 아무쪼록‥, 지크 하르츠의 용병으로서 명예롭게 활약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들은 지크 하르츠의 독재 정치자, 악랄한 마녀라는 하츠 여왕을 만나보았다. 실로 조금은 답답한 여왕이었다고, 그들은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난 조금 쉬겠네. 아무쪼록, 영문을 알 때 까지 기다려야 겠군." 로첼은 다른 세명과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나라가 이랬단 말인가 ?!" 모던 크로우가 흥분한듯한 말투로 여러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태껏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리델 세안, 세안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이곳에 어떻게 오신겁니까 ?" 세안에 물음에 입이 모아졌다. "가면 ?!!" 그렇게 세명의 대화가 있을 무렵, 로첼은 하츠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 뚜벅, 뚜벅 ]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실로 오랜만인가 ? 로첼." 하츠 여왕이었다. 로첼은 놀란 기색도 없이 그저 정원만을 둘러보았다. "내 정원이 아름다운가 ? 아름답지 않나 ? 많은 돈을 들였다네." "네, 실로‥ 실로 아름답군요. 제 손으로 느껴집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요." 하츠 여왕은 조용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로첼에게 물었다. 지금이라도 내 생애를 시로 지어주지 않겠느냐고‥ 많은 돈을 주겠노라고. 로첼은 대답했다. "전 시를 짓지 못합니다. 아무리 여왕님이라 한들, 전. 시인이 아니라서요‥" 하츠 여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나무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거짓을 논하지 말거라 - . 네 진정 나를 놀리는 것이더냐 ? 내가 그리도 하찮게 보이느냐 ?" "아뇨, 여왕님을 놀리는 것, 하찮게 보는 것. 그 둘은 아닙니다. 단지 전‥ 다른 사람들처럼 보는 것입니다." "내가 하츠 여왕의 궁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가, 아마도, 아마도‥ 거의 20년에서 30년 전이었겠지. 사실 그 때 하츠 여왕과 마주한 것도 두번째 였어." 검은색 머리를 가진 베델리 네즈는 로첼의 말을 흥미롭게 여기는 것 같았다. 크로우는 그저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세안은 붉은색으로 변한 장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로첼의 말을 듣고있는 것 같았다. 로첼의 목소리만이 벌판에 울려퍼졌다. 네즈가 물었다. "처음 하츠 여왕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곳에 가게 된거죠 ?" 로첼은 미소를 띄었다. 붉은 빛이 그의 얼굴에 닿아 그 미소를 더욱 눈에 띄게 해주었다. "이건 사실인데‥, 난 그 당시에 이름 좀 날리는 시인이었지. 하하‥ 그래서 하츠 여왕에게 초대받은 거였어. 하츠 여왕이 자신을 위해서 시를 지어달라고 말하더군." 네즈는 로첼의 말에 더더욱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요 ?" "시를 지어주지 않았어. 난 친구를 찾아야 했거든. 그래서 시를 짓지 못할 것 같았어. 그 때‥ 하츠 여왕의 생일이었는데, 마치 죽을날이 다가온 것 처럼 창백한 모습이었는데. 내가 하츠 여왕을 두번씩이나 만날줄은 몰랐어." ----------- "이제 가자, 너무 피곤해." "그러자구." 네즈가 장작에 손을 대자 붉은색이 스르르 사라졌다. 붉은색이 사라지자 마자 장작은 재로 변했다. 그들은 벌판을 거닐었다. 그렇게 벌판을 지나서 언덕을 넘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그들은, 용병이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밤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지저귄다. 그들을 환영해주었다. 밤의 새들이. "으으으 - " 크로우가 두 팔을 위로 벌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들은 입에 다 담을 수도 없을만큼의 커다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욕심많은 아이들 처럼. 그들은, 마치 수평선 너머에서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보였다. 그들은, 노래하는 용병이다. "용병, 좋은 걸까요 ?" "‥글쎄 ?"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 그들의 그런 모습들을. 네즈와 로첼, 크로우와 세안. 그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 그들의 모습을. "다른‥ 사람, 이라. 재밌구나‥ 아무쪼록, 네가 용병이 되었다니. 그것도 지크 하르츠에서 말이다." 하츠 여왕은 다시 발을 옮겼다. 로첼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라라라 -, 라라라라 -"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네즈, 크로우, 그리고 세안에게로. "로첼씨 !, 마침 잘 오셨어요. 참 영문도 모르는 일이죠 ? 갑자기 우리를 지크 하르츠에 용병으로 생각하다니, 무작정‥ 아무튼, 이제 알게 되겠어요. 자 ! 말해주세요." 네즈가 가리키는 사람은 병사였다. 병사가 말을 하려는 차에, 로첼이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병사는 로첼을 곁눈질로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많이‥, 음. 많이 놀라셨을겁니다." "하츠 여왕은 말했네 ~ 너의 코를 자르라 -, 하츠 여왕은 말했네 ~ 너의 입을 자르라 -." 병사는 로첼이 부르는 노래에 말을 잇지 못했다. 궁전 입구에 서있던 보초병 둘이 로첼의 노래를 듣더니 어느새 달려와서는 로첼의 목에 창을 들이대었다. "입 다물거라 !! 감히 여왕님을 모독하는 것이냐 ?" 로첼은 웃으며 용서를 빌고는 슬며시 두 손으로 창을 밀었다. 병사는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간략히 말하자면 여러분이 용병이 된 이유는 하츠 여왕의 예언자 덕분입니다." "덕분 ?!" 크로우는 기겁하며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는 "예"라고 대답하고는 그 예언자 덕분이라는 것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예언자는 아까 말한듯이, 하츠 여왕의 예언자입니다. 하츠 여왕의 미래를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번 예언은 '저주를 즐기는 자'가 나온거죠. 예언자는 덧붙여 흰색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방인을 지크 하르츠의 옆에 두고, 그 흰색의 가면의 이야기에 얽혀있는 자들을 모조리 용병으로 삼으라 하였지요." "그래서‥, 용병이 되란 말이야 ? 우린 가족도 있고, 할 일도 수두룩한데 말야 !" 크로우는 어김없이 병사의 말에 트집을 잡았다. 네즈가 조용한 어투로 말했다. "흰색의 가면이라면‥" "흰색의 가면을 쓴 사람을 만나보신 적이 있으시겠군요. 지금은 하츠 여왕의 호위대장 위치에 있으신 분이죠." "그게 아니라‥" 땅에 주저 앉아 창에 찔릴 위험에 놓인 로첼이 한숨을 계속 쉬더니만, 입을 열었다. "흰색의 가면의 이야기 ? 그 자의 일생을 말하는 것인가 ? 왜 우리들이 연류되어 있는 것인지 궁금하군. 그리고 이건 덤으로‥ 왜 갑자기 우리들을 대하는 태도가‥ 왜 당신만이 우리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 ? 또 이건 다른 말인데, 뭐. 우리들의 이름은 어떻게든 알았다고 치자구. 그깟 용병들, 관리병이 맡으면 되는건데 말이지, 왜 하츠 여왕의 앞까지 간거야 ? 구지 그럴 필요가 없는데 ? 관리병을 믿지 못했나 보군. 또, 또, 또, 말야. 당신은 하츠 여왕을 존경하지 않는가봐. 존칭을 전혀 안쓰는군 ?" 병사는 로첼의 이야기를 듣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우리들을 한명, 한명‥ 노려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저주에 걸리지 않은 녀석을 데려오다니‥" 로첼은 그 병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에 찔려 쓰러졌고 이어 우리들도 병사들에게 포위되었다. "크레외 도씨, 큰 실수를 저지르셨더군요 ?" 크레외 도와 그의 병사들이 졸음에 빠져있을 무렵, 흰색의 가면을 쓴 자가 크레외 도의 앞에 서있었다. 크레외 도는 들리는 말소리에 위를 올려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서더니, 말했다. "실수라니요 ?, 하츠 여왕님이 말씀하시길, 성공적이였다고 하셨습니다." 크레외 도에게 다가서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다 알고있습니다. 신관에게서 저주받은 인간 넷을 살 때 말이지요. 신관을 죽이고 원정금화를 빼돌리시지 않았습니까 ? 그 노인네는 타락하지 않았는데‥ 왜 죽이신 겁니까 ? 이미 크레외 도씨는 신의 반역자가 되어버리신 겁니다." 크레외의 눈동자가 변했다. "무슨 소리냐 ?! 난 그저 여왕님의 명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 ! 분명히 여왕님은 신관을‥" "그만하십시요. 크레외 도씨의 변명은 죄를 짓밟지 못합니다. 이도교, 신의 반역자." 크레외 도가 쓰러졌다. 그의 옷은 피로 물들여졌다. [ 툭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