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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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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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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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4.08.02 19:17:14 조회: 403 추천: 3 |
여전히 지저분한 책장. 주위가 어질러져 있는 카운터 옆의 책상...그리고 책이 쌓여있는 의자.
이 정다운 풍경들이 예전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안녕 하세요."
"오오? 엘리스? 네가 왠일이냐?"
"치잇! 어차피 책 보러온것도 아닌데요 뭐."
도서관에 들어가면서 간단한 인사를 했다.
도서관장이신 게일 아저씨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저씨의 저 얼굴은 자주보긴 했지만, 도서관에 온것은 정말 오랜만이였다.
루디먼 아저씨랑 레베카 아주머니께서 돌아가시기전, 내가 12살쯤...그 날이후로 나는 도서관에 오지않았던 것이다.
"허헛.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네가 이 철딱서니 없는 꼬마 아가씨를 데려온거였나...?
"꼬마 아가씨...?"
내 옆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내 별명을 중얼거리는 이 여자(남자인지 여자인지 판별이 않되었음. 목소리도 얼굴도 행동하는 모든 것이 여자같음. 코트를 입고있는 걸로 봐선 남장 취미가 있을지도...)는 레이븐이라고 하는 인간이다.
소매치기 경력 5년을 자랑하는 나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안겨준 처음이자 마지막 상대!!! 직접 집에 찾아와서 돈을 줄터이니 집에서 3일만 제워달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사람이다.
"씨끄러워."
사실...그렇게 신경쓰이는 것도 아니지만, 오는 길에 짜증나는 인간을 만나서 현재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어려서 부모가 버리고 간 나를 길러주신 로디먼 아저씨와 레베카 아주머니...그러나 그 분들도 감옥에서 탈옥한 살인마에게 살해 당했다...내가 직접 본 사실을 아니지만...
그후 나는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서 여러가지 기술을 배웠다. 한 때 도둑 모임에서 꽤나 실력을 자랑 했었다는 도둑인 지르간씨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배웠는데 결국 그 일 덕분에 마을로 오는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 내 직업이 되어버렸다.
"이 책이랑...이 책...그리고..."
흥...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체, 고대 서적에서 여러가지 책을 찾고있는 바보.
그 모습을 무슨 천년기념물 보는듯이 쳐다보는 게일 아저씨.
"요즘에는 자네처럼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사람도 드물걸세. 항상 고서나 역사관련 서적만 찾는 걸 보니 역사학자인겐가...?"
"그럴리가요. 단지..."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더듬는 레이븐. 뭔가 숨기는게 있는듯 하다. 가끔씩 이긴하지만... 녀석을 얼굴을 보고있으면 가끔씩...아주 가끔씩 슬픈눈으로 멍하니 다른곳을 쳐다본다.
물론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엘리스는...?"
"엣...?"
"기왕 도서관에 온거라면 책이라도 한 권 빌려가거라. 오늘은 인심써서 공짜로 빌려주도록 하마"
"피...필요 없어요. 책같은 건 질색 이니까."
솔직히 말하면...읽고 싶지않으니까...
항상 자기전에 아주머니께서 읽어주시던 책이 생각나서...
나는 딴청을 피우면서 레이븐이 책을 고르는 쪽으로 갔다.
이 녀석...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혹시나 여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순간 머뭇거려졌다.
어째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건지...겉치장만 잘 하면 귀부인 저리가라 할정도로 예쁘게 생긴 사람이 어째서 이런 빨간 코트에 엄청 무거워보이는 길다란 짐까지 매고서 다니는 건지...
"휴...겨우 다골랐네요..."
목소리도 그래!!! 꼭 여자같아.
"자, 전에 와봤으니 잘알겠지...? 여기에 서명하고 책이름을 기록하게나."
게일아저씨가 낡은 책상 밑에서 대출서를 꺼내어 레이븐에게 내놓으셨다.
레이븐은 코트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만년필로 용지 끝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곤 일곱 권이나 되는 책을 차곡차곡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앗...엘리스 조금만 도와줄래요...? 혼자서는 못들것같아서..."
그럴줄...알았어...
나는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할수없이 세 권의 책을 들고서 도서관 문을 나섰다.
입구 앞에는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심어져있는데 단순한 여흠거리 보다는 그냥 보기엔 너무 허전해서 세워놓은것 같다.
그런데...내 옆에서 비틀비틀 걸어가는 이 녀석의 행동은...
"엣?! 아앗???"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넘어질 뻔하다 중심을 잡으면 안심하다가 다시 넘어지는 얼굴을 보면 우스워 죽을것 같다...
사실 바로 옆에서 그걸 지켜보는 내가 생각하기엔 한심하다는 것 밖엔...내가 어째서 이런 녀석에서 발목을 잡혔을까...
"레이븐."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레이븐을 불렀다.
하지만 녀석은 책의 무게중심을 잡으려고 여전히 비틀거리기만 할뿐 내 말에 반응이 없었다.
"레이븐!"
약간 소리를 높여 녀석을 불렸더니 '아?'라며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뭘 그렇게 놀라는 거야?"
"엘리스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서요. 맨날 '어이!','너!'라고 밖엔 부르지 않았잖아요."
그러고보니...정말이네...
"어...어쨋든지...이렇게 더운 날에 왜 그런 더운 옷을 입고 다니는거야??? 등에 매고 있는 그거도 그래!!! 보고있는 내가 더 답답하다구!!!"
"엘리스..."
"뭐...뭐야?"
"업드려요!!!"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나무로 만들어진 양동이...저런걸 맞았다간 머리가 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이븐이 내 머리를 숙여주지 않았더라면...
날아오던 양동이가 벽에 부딧혀 산산히 부셔졌다. 소리가 얼마나 끔찍한지... 저런게 내 머리에 부딧혔다면...으...상상도 하기싫다.
쓰러지면서 레이븐이 빌린 책들은 다행히도 구겨지거나 찢어지지않고 무사히 땅에 착지했다.
뒤를 돌아보니 양동이를 던진 녀석은...
"저 여자야. 엄청나게 건방지다고!!!"
도서관에 오기전에 레이븐한테서 쫒겨온 그 뚱보잖아.
겨우 사람 가리키는데 양동이를 던지다니...
"생각한거보다 더 예쁘게 생겼는데...? 좀 건방지면 어떠냐? 예쁘면 모든게 용서된다구..."
그리고...그 뚱땡이와 한패인걸로 보이는 녀석들...한 열명인가...?
여자한테 쫒겨가놓고 복수한다고 동료를 열명이나 데려오는게 남자가 할짓인가...
어쨋든 콧수염달린 패거리중 하나가 레이븐을 보며 웃고있다. 만일 나라면 당장 달려가 얼굴에 카운터를...
"어허? 어딜가시나...? 우리랑 조금만 놀자구 아가씨???"
레이븐...? 의외로 침착하게 책을 주우며 유유히 걸어가는데...그냥 무시하려나보다.
"무시하지말란말이야. 아가씨?"
"어이어이. 어떤 여자가 너랑 놀아주겠냐? 주제를 알아라 주제를..."
"크하하핫...말이 너무 심하잖아..."
얼씨구...자기들끼리 수준낮은 대화나 하고있네. 저런 것들을 무시할정도라니... 레이븐...의외로 대담하다.
그냥 지나치려나 싶었는데...레이븐에게 쫒겨난 뚱보녀석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게다가 녀석은 왼손에 나이프까지 쥐고있다.
"어딜가려고? 아까전처럼 재수없게 행동해보지그래? 응?"
레이븐이 약간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원한 다면 얼마든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은채 이런 소릴할수 있다니...대단하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이...이 년이...!!!"
뚱보가 엄청 화가 난듯이 나이프를 들고서 레이븐에게 뛰어간다. 피해야한다. 아무리 무딘 칼도 일단 찔리고 나면 치명상이니까. 나는 레이븐의 코트 자락을 잡고 오른쪽으로 당겼지만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레이븐은 내가 전혀 예상못한 행동을 하고있었다. 레이븐은 등에 메고다니던 커다란 짐. 그 짐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천이 풀었다다.
천이 벗겨 나가자 그 짐의 정체가 확실해졌다.
스피어...그것도 엄청나게 큰...보통은 손잡이는 나무로 만들어졌을테지만 레이븐이 들고있는 스피어는 손잡이까지 강철로 만들어진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아이언급 스피어였다.
어떻게 저런 약해보이는 몸으로 저런걸 메고 다닐수가 있지...?
나는 곧 일어난 일로 메고 다니는것 쯤은 별로 대단한게 못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히...히익?!"
레이븐은 엄청나게 빠르게 그 커다란 스피어를 순식간에 뚱보의 목으로 휘둘렀다. 더 놀라운건 목을 꿰뚫은게 아니라 그런 상태에서 바로 앞에 정지 시켰다는 것이다.
"창은 공격할수있는 길이가 길어요. 당신이 들고있는 나이프보다 월등하게."
레이븐은 평소와 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조금만 앞으로 나가도 찔릴 아슬아슬한 거리에 목이 놓인 뚱보에게 말했다.
나는 할말을 잃었다. 저런걸 휘두르다니...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할수있는 일이 아니야...
"이제...자존심 때문에 목숨거는 짓은 그만두는게 좋을걸요?"
왠지 이 말은 평소보다 엄청난 뭔가가 있는것 같았다.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뭔가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레이븐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뚱보는 기절해버렸다.
보통은 불쌍해보이기라도 하겠는데...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뚱보의 모습을 엄청나게 추해보였다.
"으...으아아악!!!"
그 뚱보의 패거리들은 기절해버린 뚱보를 내버려둔채 자기들끼리 도망가고있다.
하긴...강철 스피어를 휘두르는 여자를 보고 누가 계속 작업을 걸겠는가...?
"아...저기..."
나는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레이븐의 그런 모습을 보고나서 일까...? 레이븐을 평소처럼 대할수가 없을것 같았다.
갑자기 레이븐이 내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순간 손이 보여서 움찔했지만, 금방 경계가 풀어졌다.
"아까전에...어째서 이런 옷을 입고있느냐고 물어봤었죠...? 사실 큰 이유같은건 없어요. 그냥...예전부터 오랫동안 입어온 옷이니까...추억이 담겼다랄까..."
궁금증이 풀어지긴 커녕 더 심해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그...그...그 창은 도대체 뭐야...???"
레이븐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븐이 바라보고있는 곳에는...게일 아저씨가 서있었다.
아저씨는 방금전 도서관에서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자네...잠시 이야기좀 나눠도 괜찮겠는가...?"
"엘리스, 미안하지만 이 책들도 같이 가져가줄수 없을까요...?"
아...?
그럼 일곱 권이나 되는 책들을...나혼자서...?
그래도 어쩔수없지...그렇게 심각한 게일 아저씨는 처음봤다. 레이븐이랑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게다가 저런 엄청난걸 휘두르는 녀석의 말을 않들을수도 없고...하아...
게일씨는 나를 도서관 지하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먼지가 꽤 많이 피어 있는걸 보니 꽤나 오랜만에 찾은것 같았다.
중간에는 의자 두개와 물병에 올라가있는 작은 탁자가 있었다.
"내 말을 잘 들어주게."
"엘리스...와 관련된 일이군요...?"
"..."
게일씨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나에게 말을 하려는것도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 마음을 먹고 나에게 입을 열었다.
"엘리스의 부모는...정말 질 나쁜 사람들이 였다네...매일 술만 마시는 엘리스의 아비나 그런 남편을 내팽게치고 달아나버린 엘리스의 어미...술값이 떨어져 엘리스를 이 마을에 팔아넘긴 일 부터가 모든것의 시작이 였다네...버려진 엘리스를 받아 들여준건...10번지 골목에 살고있는 로디먼 부부였네...그들은 엘리스를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었었지...그 녀석들이 마을을 털려고 하기 전까지는..."
말을 하던 도중 이를 갈며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게일씨.
그의 행동 만으로도 그의 감정이 분노라는 것이라는걸 알수있었다.
"어디서나 볼수있는 흔해 빠진 좀도둑 들이였지...마을 경비대도 몇명 나서서 쉽게 일이 끝나는가 싶었어...하지만...놈들의 대장은 보통의 좀도둑과는 달랐었네. 마을을 털던 도둑중 겉보기에도 가장 탐욕스럽고 야비해보였었거든. 놈들은 마을을 털고 나서 떠나지않고 도망갈 집을 하나 점찍었지..."
"그게...로디먼부부의 집이였군요."
"..."
게일씨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탁자위에 있던 물을 잔에 따라 마신뒤 게일씨는 이야기를 계속 진행했다.
"놈들에겐 12살 먹은 어린애와 60이 다되어가는 노부부가 가장 쉽게 제압할수있는 상대로 보였던 모양이야...정확히 그때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네만...아마 엘리스를 지키려고 하다가 놈들에게 봉변을 당하지않았을까 예상하고 있다네..."
"하지만 엘리스는 무사했잖아요...? 그 로디먼 부부도 편안히 떠날수 있으시..."
"그런 소리 하지도 말게!!! 놈들은 엘리스를 일부러 살려두고 그 대장이라는 놈은 스스로 구해주는 연극까지해서 엘리스에게 은인으로 취급받고 있단 말일세!!!"
설마...엘리스에게 탈옥한 죄수들이 노부부를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뒤 엘리스를 구했다고 믿겠금만든 사람은...엘리스에게 소매치기를 가르쳐 이용하게 만든...
"지르간...그 쓰레기같은 놈은...순진한 엘리스를 끌여들여서 좀 도둑 기술까지 가르쳤다네...게다가 한달에 한번씩 엘리스에게 3할을 수금해가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엘리스에게 한마디도 않한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고싶군요."
게일씨는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엘리스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가... 그 일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있다는 것은 다른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뜻.
즉, 이것은 마을 전체가 엘리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타 지역에서 온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을 보면...아마도...
"그 망할 놈...지르간은 인간이 아니라네..."
"무슨...?"
나는 인간이 아니라는 게일씨의 말에 얼굴을 찌뿌렸다. 어차피 앞머리에 가려진데에다 방안이 어두워 게일씨에겐 전혀 보이지않았겠지만.
하지만 게일씨가 인간이 아닌것 같다라는 말의 뜻은 인간의 행동으로는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전혀 다른 생물인것 같다는 뜻이였다.
게일씨는 이야기를 계속 해갔다.
"사실...몇 명의 도둑으로 시장으로 이루어진 이 상업마을을 턴다는건 불가능하지...마을경비대가 출동했는데도 해결되지 못했었다는건...지금 생각해도 알수가 없네."
마을 사람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시장형태의 상업마을 인데에다가 숙박을 목적으로 하는 여관들도 상당수 이니까. 그 마을에서 진실을 감추게 할 정도로 마을을 휘어잡았다는 건 엄청난 힘이 있다는 소리다.
"처음 놈들이 나타났을 때, 마을 여기저기에서 불이 났었네. 도둑들이 불화살을 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도둑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는 불은 커녕 불씨를 만들 것 하나 없었네. 불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졌을리는 없지 않겠나?"
대규모로 퍼지는 것도 아니고 단지 마을 부분에 조그마한 피해를 주는 불...아무런 준비 없이 비가 오는 곳만 아니면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주문...그것은...
"...이어볼"
"응...? 자네 뭐라고 했나...?"
"파이어볼...이라고 밖엔...아마 그 지르간이라는 작자가 약간의 마법도 다룰줄 아는 모양이군요...하지만 그것 만으로 그 도둑 두목을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건 좀..."
"목격자가 있네..."
"지르간의 정체를 본 사람 말인가요...?"
"...나일세...그 지르간의 진짜 얼굴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게일씨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아니 눈을 가렸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것처럼. 게다가 말을 잠시 멈춘 게일씨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악마처럼 웃던 놈의 얼굴이...엘리스를 길러주던 로디먼 부부의 시체는 여러부분이 칼로 잘려나가 있었지...경비대는 여러번 저항하다 생긴 상처로 예상 했지만 절대 아니야..."
"그럼 게일씨는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그때 엘리스가 걱정되어 로디먼 부부를 마을 회관으로 대피 시키려 잠시 로디먼의 집으로 갔었지...내가 집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로디먼 부부는 놈들에게 당한 후 였지...나는 잠시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엘리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엘리스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지...그 때..."
"그 때...?"
"먹고 있었어..."
"네...?"
"내가 본건 기절한 엘리스를 뒤에 눕혀놓고서 뭔가를 먹고 있는 놈의 모습이였어...지르간...그 놈이 잘라낸 로디먼 부부의 살점을 먹고있었다네...그건 절대 인간이 할짓이 아니었네...절대로..."
인간의 고기를 먹는...아마 게일씨의 생각은 옳은것 같았다.
"당신이 녀석을 봤다는건 녀석도 당신을 봤다는 말이 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냐고 묻고싶은겐가...? 녀석은 나에게 일방적으로 협박했지...말하면 마을 방화사건으론 끝나지 않을거라고 말이야...마을 사람들을 모두 잡아먹어 버리겠다고...그래서 난..."
"다른 마을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건가요? 지르간이 엘리스를 구해주었다고 마을사람들은 그렇게 알고있는 거예요?"
"..."
게일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할 뿐이였다.
처음 내가 예상한것은 마을 사람들 전체가 엘리스에게 숨기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게일씨가 모든것을 숨기고 마을을 위해 5년동안이나 엘리스를 감싸면서 진실을 감추고있었다는 것이 결론이였다.
"...지르간을 처치해주게...자네는 힘을 가지고 있지??? 그 창으로 엘리스를 구해주게...보수는 얼마든지 주겠네. 그러니 제발...그 놈을..."
"거절 합니다."
"보수는 넉넉히..."
"그런 문제가 아니라구요!!! 갑자기 지르간을 처치하고 엘리스에게 사실을 가르쳐 주면 엘리스가 순순히 받아 들일것 같아요? 지금 게일씨는 진실을...엘리스가 지내온 5년을 단지 속아온거라고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도 괴로웠단 말일세!!! 마을을...엘리스를...이제까지 만들어온 이 마을을 그렇게 무너뜨리고 싶지않았단 말일세...5년 동안 어떻게 견딜수 있었겠나??? 모두다 마을을 위해서 였다고..."
게일씨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르간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전혀없었다.
"...어찌됐든 저는 내일 마을을 떠나겠습니다. 엘리스와 약속한건 3일 뿐이였으니까요."
나는 절규하는 게일씨의 모습을 무시한채 도서관에서 나와버렸다.
"어이! 내말 듣고있는거야? 내일이면 마지막 3일째라구!!!"
자신을 키워주던 양부모가 살해한 상대가... 자신이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 놈이라는 사실...
"그래...?"
도서관장 게일씨에게 들은 사실이다.
나라면...타 지역에서 온 방랑객인 나라면... 그리 힘들지않게 말할수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엘리스를 속여온 자신의 속죄일까...?
만약에...엘리스가 그 사실을 알게된다면.
진실을 알게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래라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거야!!!? 당장 짐챙겨!!!"
어쩌면 비밀로 묻혀놓는 편이 행복한것인가...?
"왜 반응이 없는거야?"
내가 이 소녀에게 해줄수있는 것은...
"으응?"
아직 어둠에 물들지 못하게 막는것 뿐...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억지로 만들어낸 거짓 웃음을 지으며...엘리스를 바라보았다.
다음날...나는 약속대로 집을 나가주기로 했다.
짐이라고 해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그것]과...
레아의 그림...
나는 어차피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자고있는 엘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 레아와 같은 머리색깔...파란색머리... 이 나라에서 가장흔한 색깔의 머리...어떻게 보면 닮았을 지도...
하하...내 멋대로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버렸군...
겨우 이틀만이었지만...
"즐거웠었어. 꼬마 아가씨."
나는 문을 나섰다. 들어올 때와는 반대로 나가는 문 앞에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랬던 건가...?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집에 적응된거였나...? 겨우 이틀 사이에...?
후...미련없이 떠나야 하는데...아직 자고 있는 엘리스에겐 인사도 못했지만, 차라리 않보는 편이 좋지않을까 해서 새벽에 집을 나선것이다.
나가는 골목길을 돌아 직진으로 펼쳐진 길을 걸었다. 이 진선길은 장사꾼들이 장사를 하는 시장이라 상당히 넓었다.
그러나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장사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계속해서 걸어갔다. 부츠를 산지 꽤 오래된지라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다음 마을에서 새로 갈아 끼우던지 해야겠어...
"...?"
사람이다...약 다섯명...?
이 시간엔 왠일이지...? 아무리 봐도 장사꾼은 아닌데...
저런 거구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사람은...내가 알기론 두가지 부류밖에 없는데...
아니야...타지에서온 이방인인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무시하는거다...
무시...
엘리스를 위해서도 이것이 최선책이다.
만일 자신의 양부모들을 죽인것이...자신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쳐주고 5년동안이나 자신을 도와준 그 [지르간]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냥 모르게 내버려둔다면... 좀더...편하게...오래...지금의 행복을... 이어갈수 있을테니까...
"어이...거기 아가씨."
...당연할수밖에...나를 보면 여자라고 생각하는게...
[그것]을 사용하는데의 부작용...거의 완벽한 여자로 변해버린 나를...
이런 경우는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잘 안다...
"용건이 없다면, 말걸지 말아주세요."
무시하는 거다...
쓸때없이 웃어주거나, 무슨 말을 하면... 오히려 골치아파진다...
게다가 지금은 그 상대방이 다섯명이나 되니...
괜히 상대해 주었다간 다칠사람이 다섯명 생기는 거다.
"아가씨, 엘리스네 집에서 며칠간 묵었다면서?"
...?!
무슨...?
내가 이틀동안 엘리스의 집에서 하숙했다는 사실을 아는것은 도서관장님과 주위 이웃의 마을주민들 뿐일텐...
...그래...
이 마을에서 정보를 마음대로 얻을수 있는 인간. 마을 주민들을 힘으로 굴복시켜 마음대로 조정하는 인간...
바로... 지르간의 도적패들이다...
"아, 이건 우리 두목이 쓴건데 괜한 참견하지말고 그냥 가줬으면 해서 말이야. 우린 지금 엘리스녀석에게서 이번달치 돈을 받아야 하걸랑."
망토를 쓴 녀석중에 가장 몸집이 큰 남자가 조그마한 편지를 나에게 건네 주었다.
"..."
나는 아무말없이 그 자리에서 지르간이 보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편지를 뜯어내어 읽어보았다.
붉은 잉크...? 아니 잉크 특유의 냄새가 나지않는다. 역겨우면서도 비릿한냄새...이건...
"악취미군...당신네들 두목은 피로 편지를 쓰나보죠?"
"아아...신경쓰지마. 우리도 두목이 뭘 생각하는지 가끔 모를때가 있으니까."
알턱이 없지. 지금 네 녀석들 두목은 인육을 먹는 마물...어쩌면 요괴나 악마같은 걸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게다가 엘리스를 은인으로 만들어 놓고 마을 사람들을 속일 정도면 엄청난 계획파. 즉,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편지에는 이 마을 사람들이 읽는 페르데르 문자가 아닌 다른 글이 적혀있었다.
이건...제베드 문자...다른 대륙에서나 사용하는 문자이다. 어감은 페르데르와 비슷하지만 뜻과 해석은 전혀 다른 문자. 대게 엘프나 드워프...또는 몇몇의 신관이나 쓸법한 그런 고급 문자이다.
그러나 문자의 고귀함과는 다르게 피로 써진 이 편지는 상당히 이질감을 주고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읽을수 있겠지? 그렇단 말은 네년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이거다. 쓸때없이 엘리스 일에 끼어들지 마라. 난 이 마을에서 조금 더 놀아볼거다. 요즘은 식욕억제가 잘않돼서 말이야. 요즘들어 인간을 먹지 못해서 내 미각이 점점 둔해지고 있단 소리다.
어차피 떠나겠다면 바로 가는게 좋을거다. 더 참견했다간 내가 네 년을 먹어버릴테니까. 그리고 오늘은 엘리스의 17번째 생일이다. 뭘 뜻하는 줄은 알겠지? 네 년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말이야.』
"..."
17살...요괴들이 가장 즐겨서 먹는 음식은 인간...그것도 17살의 처녀의 몸...
겨우 먹기 위해서...엘리스를 살려둔건가...
후...
나는 오른손으로 등에 매고있던 [그것]을 빼들었다. 천을 벗겨내자 희미한 광채가 번뜩였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용도로 사용해서 그런건가...?
"그...그런걸 들고 다녔단 거야?"
"세...세상에..."
연금술사 엘리어스가 만들어낸 12개의 마도중 하나...신창 [라]...
이젠 더 이상 쓸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당장 내려놔."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다섯명 중에 나에게 편지를 내밀었던 덩치가 나에게 돌진해온다.
내가 들고있는 창을 보고 겁을 먹어서 인지 육탄공세라도 하려는 건가...?
나는 달려오는 덩치를 살짝 피하고 라의 뒷부분으로 덩치의 등을 찍어 죽지않을 만큼의 데미지를 주었다.
"거기 당신들...한가지만 물어볼게있어..."
생각이 바뀌었다.
놈은 오늘 17살을 맞이한 엘리스를 잡아먹을 생각이다.
그리고는 제2의, 제3의 엘리스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아니...어쩌면 엘리스가 그 두번째 피해자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오늘 여기서 끝장이 내겠다.
"지르간은 어디 있지...?"
나는 라를 쥐고있던 손에 힘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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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부분이 오류로 완전히 날아가버려서;;;
새로 쓰느라 엄청난 압박이;;
게다가 조회수가 왠일로 그렇게 많은가하는 의문이;;
오류인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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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의 부작용이 적용됬군요...여자가 되어버린 레이븐이라..
새롭군요^^
건필하십시오^^ [01][01][01] |
2004-08-03
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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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라면 ㅇㅅㅇ; 라그나로크 ?? [01][01][01] |
2004-08-05
12: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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