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미스터리 수사대 SMI_ #0.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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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미스터리 수사대 SMI_ #0.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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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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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4.09.12 18:43:26 조회: 452 추천: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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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미스터리 수사대 SMI
#0. Prologue
by. 무개념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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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밤은 찾아왔다. 그 옛날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던 별빛은 이젠 대도시의 짙은 매연에 가려져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적월이 기이한 빛을 발하며 밤의 융단이 처연하게 깔린 서울의 거리를 밝혀주고 있었다.
“아아, 달 한번 끝내주는군.”
길을 걷고 있던 검정색 긴 생머리의 남자가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곤 말했다.
체크무늬 남색 남방과 딱 달라붙는 블루진이 잘 어울리는 샤프한 외모의 미남자. 싱글거리는 그의 얼굴에서 바람기가 묻어난다는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사람 좋아 보이는 분위기의 남자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중얼거렸다.
“하아, 오늘도 허탕인가.......”
23세의 건장한 청년 유승하는 의미가 불명확한 한마디를 남기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미정양은 올해로 21살이 되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민등록은 이미 3년 전, 그러니까 그녀의 나이 18세에 말소되어있었다. 원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그러나 그녀는 존재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정한 영혼. 사람들은 이를 ‘귀신’이라 불렀다.
그녀는 그 ‘귀신’ 이라는 존재 중에서도 떠도는 유령, ‘부유령1)’이었다. 본래 부유령은 형체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타인의 육체에 빙의2) 되어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완벽하게 형체를 구성해 냈다. 이는 그동안 그녀가 섭취한 막대한 량의 정기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정기도 이젠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인간의 정기로는 이틀도 채 버틸 수 없었다. 더욱 영기가 강한 인간을 찾아야한다. 그런 그녀의 눈에 길을 걷고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날엔 머니머니해도 술과 여잔데 말야.”
자신이 새로운 희생량으로 간택(?)되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승하는 시덥잖은 헛소리를 날리며 마땅한 목적지가 없는 발을 터덜터덜 놀렸다. 별 수확도 없는데 그냥 그만 돌아갈까 라고 생각하던 그는 까짓 거 조금만 더 돌아보기로 하고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승하의 귓가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멋진 오빠, 잠깐 나 좀 볼래요?”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승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추정 되는 고층 건물 뒤 어두운 골목길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옷차림의 여자 -노출도가 심한 노란색 탱크탑에 미끈한 허벅지의 곡선이 그대로 다 드러나는 초미니 스커트-가 자기가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둠 속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미정이라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승하는 ‘호오’하는 감탄 성을 지르며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아가씨, 이런 야심한 밤에 그것도 이런 어두운 골목길에서 뭐하는 거야?”
미정은 요염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대답했다.
“글쎄요?”
너무나 노골적인 유혹, 승하의 눈빛이 변했다. 그 눈빛은 마치 먹이 감을 노리는 남자라는 짐승의 눈빛.......이라고는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
승하는 당장이라도 이성이 날아가 버릴 듯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께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후, 아가씨 대담한데?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당장 여관으로 직행? 아니, 난 지금 이 자리라도 괜찮은데.”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미정은 당황했다. 그녀의 본능은 벌써부터 위험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어쩌면 정말로 순결을 빼앗길 수 있다고, 어서 도망치라고.
하지만 그녀는 일은 일이란 생각으로 평정심을 되찾고 그녀의 목적을 이행키 위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잉~ 정해진 수순-그러니까 뭐가 정해져 있다는 걸까?-을 밟자고요.”
그녀는 승하의 목을 감싸 안고 그의 귓가에 외설적인 숨결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눈을 감고 그에게 두른 팔을 당겨 입맞춤을 시도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정기를 빨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의 입가에 띤 차가운 미소를.
승하는 다가오는 미정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막고 말했다.
“오케이. 여기까지. 장난은 이제 끝이야, 아가씨”
미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의 그 (다른 의미로)적극적인 그의 모습은 어쩌고 난데없이 이런 싸늘한 미소라니. 게다가 그의 몸에서 풍기는 이 알 수 없는 위압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미정은 갑작스레 사방을 옥죄어 오는 두려울 만큼 강한 영압에 몸을 떨었다.
승하는 그런 미정을 눈치 챘는지 예의 그 차가운 미소를 지우고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가공할 만한 영압은 사라지지 않는 걸로 보아 미정의 사정 따윈 생각지도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안타깝단 말이야. 진짜 인간이었다면 주저 없이 저질러 버렸을 텐데.”
“무, 무슨...?!”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진짜 인간이었다면’ 이라니, 그렇다면 이남자는 설마.......
승하는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보아하니 하급 부유령인 것 같은데 이정도로 형체를 구성하다니....... 남자 여럿 죽었겠구만. 역시 요즈음에 일어난 남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너인가?”
“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 에요?”
이제는 새파랗다 못해 아주 하얗게 질려버린 미정의 안색을 보고 승하는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애써 모른 척 할 필요 없어. 날 삼일동안 야간근무를 서게 만든 여자를 어떻게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 안하나, 잡귀씨?”
제기랄. 역시 퇴마사였나?
미정은 더 이상의 발뺌은 소용없다고 생각 했는지 얼굴을 굳히며 날카로운 손톱을 뽑아냈다. 그리고 사나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나는 특수 미스터리 수사부 SMI 사건처리반 소속 웨폰마스터(Weapon Master) 유승하. 네년을 연쇄살인혐의로 채포한다. 순순히 잡힌다면 최소한 소멸만은 면하게 해주마. 아, 그리고 이미 영안이 트인 지 오래니까 행여나 영체형태로 튀려는 생각이면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누가...”
미정은 입술을 악물었다. 그리고는 악에 받힌 듯 소리쳤다.
“순순히 잡혀준대?!”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그를 향해 길게 뻗은 손톱을 휘둘렀다.
갑작스런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승하는 허리춤에서 커틀러스3) 형태의 직도直刀를 뽑아들어 가볍게 막아냈다.
허나 미정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미 막힐 것이라고 예상 했는지 그녀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기합을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주위의 유리창들이 산산이 깨지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실로 강력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현상 이었다.
“히엑~”
승하는 얼굴과 전혀 매치가 안 되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는 유리조각을 피했다.
유리의 폭풍이 잠잠해 진다 싶었을 때 즈음엔 이미 미정이 달아난 뒤.
승하는 허탈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에......놓쳐버렸네.”
승하는 못내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주머니에서 요즘 유행하는 최신식 슬라이드 형 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5번 버튼을 꾹 눌러 주소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짧은 연결 음이 울리고 얼마안가 착신 음이 울렸다.
승하는 수화기에 대고 말을 했다.
“후냐? 난데. 놓쳤다, 잡아라.”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대형 빌딩의 옥상에 두 소년이 있었다.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법한 옅은 하늘색 머리카락의 귀여운 소년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검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그 주인공이었다. 풍백風伯 신 후神 吼와 동양계 흡혈귀 혈아血牙. 이게 그들의 이름이었다.
건물의 난간에 몸을 기대어 서 있던 후는 옆에서 조용히 팔 장을 낀 채 묵묵히 서 있는 혈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혈아보다 키가 7cm정도나 작은 후는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그러나 곧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의 태도에 볼을 잔뜩 부풀리며 말했다.
“넌 너무 차가워!”
후의 투덜거림에 혈아는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내려다 보다 금방 표정을 바꿔 생긋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헛소리 말고 임무에나 집중해, 주인.”
혈아는 ‘우에엥, 너무해.’ 따위의 말을 지껄이며 울먹거리는 후를 보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놈의 주인이란 작자는 항상 저런 식이다. 15살이나 먹었으면 이제 철이 들 때도 되었건만 어릴 때부터 너무 오냐오냐하며 자란 탓인지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인다.
에휴, 내가 어쩌자고 저런걸...
혈아는 처량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따르르릉~♪
후의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본 혈아는 후에게 말했다.
“주인님, 전화 받아.”
“응..”
후는 말 안 해도 안다는 듯 대충 짤막하게 대답을 하곤 자신의 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
“네에, 여보세요오?”
[후냐? 난데. 놓쳤다, 잡아라.]
자기가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목적어가 생략된 너무나도 함축적인 의미전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는 알아들었다 는 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응, 알았어.”
[알아서 찾을 수 있겠지?]
“응, 혈아한테 부탁 하면 되.”
[그래, 그럼 수고해라.]
“응, 나중에 봐.”
후는 통화가 끝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옆에 있던 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혈아야, 형이 그거 놓쳤대. 찾아봐줄래?”
후가 혈아에게 부탁했다. 엄연한 주종主從의 관계라 후의 명령에는 반드시 복종하는 혈아였지만 후는 부탁을 했으면 했지 결코 그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후는 혈아를 부하로써 보다는 친구로써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혈아는 그런 주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았어, 한심한 주인.-이부분에서 후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운디네!”
공기 중의 수분이 모이며 하나의 조그마한 인영을 만들어 냈다.
작고 귀여운 여자의 모습을 한 요정.
물의 정령 운디네였다.
“운디네, 녀석이 어디쯤 있는지 찾아보고 와.”
소환주 혈아의 명령에 따라 운디네는 한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후는 그 모습을 호기심에 가득 찬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켜보았다.
혈아의 정령술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아니, 그보다 흡혈귀가 정령술을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후는 그가 어떻게 정령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지만 돌아올 대답으로는 ‘왜, 흡혈귀는 정령술 쓰지 말라는 법 있냐?’정도 일게 뻔하므로 굳이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사실 이미 경험이 있다.-
채 일분이나 지났을까.
혈아의 명령에 따라 정찰을 나갔던 운디네가 다시 돌아왔다.
혈아는 운디네와 잠깐 정령어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만족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한번 휘저어 운디네를 정령계로 돌려보냈고 후에게 말했다.
“근처래. 도로가로 나가고 있다는데?”
“그래? 그럼 빨리 가자.”
말을 마치기 무섭게 후와 혈아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건물의 난간에서 뛰어 내렸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정작 그들의 표정은 태연했다. 그들의 능력으로 이 상황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느낌의 속도감이 후와 혈아의 몸을 휘감았다.
후는 엄청난 속도로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땅바닥을 보고 그제 서야 외쳤다.
“레비테이션(Levitation)!”
대기의 기류가 후의 몸을 감싸며 낙하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후가 자기 멋대로 이름을 바꿔버린 풍백술의 일종. 바람을 다스리는 그의 능력인 것이다.
혈아는 어차피 인간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안전하게 착지 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온 둘은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민간인의 피해는 있어서는 안 되며 만약의 경우가 발생할 시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타깃을 최대한 빨리 체포 혹은 소멸 시켜야지.
두 사람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공통된 생각이었다.
후는 혈아를 향해 외쳤다.
“어디야?”
“저쪽!”
후의 물음에 혈아는 어딘가를 가리키며 대답했고 후는 혈아가 가리킨 방향의 코너를 돌았다. 그 뒤로는 혈아가 바짝 따라 붙어 있었다.
과연 그곳에는 그들이 찾던 미정이 주위 사람들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갑작스레 많은 양의 정기를 소진한 탓인지 영압의 구속력이 떨어져 주위에 음산한 기운을 발하고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던 그들도 손쉽게 그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빠르게 타깃을 확인한 후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윈드 커터!(wind cutter)"
고요하던 주위의 바람이 후의 제어에 따라 빠르고 날카롭게 변했다. 무형의 바람의 칼날은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피해 정확히 미정만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그녀의 몸 곳곳을 가르고 지나갔다.
“크아악!”
미정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꺄악!”
“으아악!”
미정의 몸에서 피가 튀어 오르자 주위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몸을 피했고 그 덕분에 도로 위에는 미정과 후, 혈아 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피가 흘러내리는 상처를 움켜잡으며 비틀거리던 미정은 자세를 바로잡고 그들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충혈 된 듯 붉게 변한 눈과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강한 요기가 흘러 나왔다.
“네놈들이......!”
-빠드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유승하라고 하던 이상한 인간에게 당해 막대한 량의 정기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저런 꼬맹이들마저 자신을 노리고 공격하다니, 미정은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 저 녀석들의 정기를 바닥까지 쪽쪽 빨아먹어 이 울분을 달래고 말리라.
후는 그런 미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헤헷, 미안하지만 누나,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잡혀 주는 게 어때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누날 소멸 시킬 수밖에 없다구요.”
순진한 얼굴로 하는 말 치곤 상당히 무지막지 했다.
미정은 순간 열이 뻗쳐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빌어먹을 꼬맹이는 분명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영기를 빨아먹는 것만으론 부족해. 갈기갈기 찢은 뒤 뼈까지 씹어 먹어주마.
마음을 다잡은 미정은 눈을 날카롭게 치켜뜨며 후를 향해 소리쳤다. 물론 이전 승하를 공격했던 강력한 폴터가이스트와 함께.
“죽어버려, 건방진 꼬맹이!”
분노가 담긴 공격의 우력은 아까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유리창뿐만 아니라 그녀의 주위 보도블록까지 산산이 깨지며 튀어 올라 그들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순간 굳어버린 후와 혈아의 표정.
물론 쉽사리 잡혀 주리라곤 기대도 안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
공격의 특성상 주위의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후는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바람을 모았다.
“윈드 실드!(wind Shield)”
고도로 압축된 밀도 높은 바람이 산개 형으로 뻗어 나갔다.
강맹한 기세로 위협적으로 날아오던 각종 유해물질(?)들은 그 바람에 부딪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미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혈아는 그녀에게 놀라 틈도 주지 않았다.
“블러드 에로우!(blood arrow)"
핏빛의 날카로운 기운이 미정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것을 본 미정은 당황하며 피하려 급히 몸을 돌렸지만 피의 화살은 이미 그녀의 배를 가차 없이 뚫고 지나간 뒤였다.
“끄아아악!!!”
미정은 다시금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땅에 고꾸라졌다.
너무 고통스럽다. 차라리 이대로 소멸해 버리고 싶어.
하지만 마지막 남은 그녀의 오기가 꺼져가는 그녀의 정신을 붙들었다.
“죽었을까?”
“바보냐, 주인? 인간도 이정도론 안 죽어.”
그 꼬마들의 대화가 어렴풋이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무겁게 감기는 눈을 떠 희미해지는 시야로 확인해 보니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잠시 이쪽으로의 신경이 뜸해진 것 같았다.
이때다 싶어진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재빨리 몸을 일으켜 근처에 있던 인간 여자의 목을 잡아챈 다음 공중으로 떠올랐다.
“꺄아악! 사, 사람 살려!”
미정에게 붙잡힌 여자는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아앗!”
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신음성을 내뱉었다. 혈아역시 후처럼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미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다가오지 마라 인간. 이 여자의 목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야.”
후는 창백해진 얼굴로 난감한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어쩌지, 혈아야?”
“제기랄,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이 빌어먹을 주인아.”
혈아는 한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하곤 미정을 향해 말했다.
“인질을 내려놔라. 잡귀.”
“그, 그렇다면 날 살려주는 건가?”
미정은 혈아의 단호한 태도에 살짝 겁먹은 듯 더듬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혈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지금 순순히 투항한다 해도 넌 최소한 소멸이다.”
“그, 그런 게 어디 있어!”
미정은 이제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혈아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그러니까 순순히 잡히면 좋았잖아.’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정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그렇다면 이 일대의 인간들을 다 죽여 버리고 나도 죽겠어!”
“제기랄. 이거 역효과인가?”
혈아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듯이 중얼거렸고 후는 그런 혈아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정은 영기를 끌어올렸다. 이대로 영압을 폭사시킨다면 영기의 폭풍이 생길태고 이 근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물론 자신도 무사하진 않겠지만 그냥죽기엔 너무 억울해!
미정은 거치적거리는 손에 들린 인질을 아무렇게나 내팽겨 처 버리고 소리쳤다.
“다 죽어 버....... 크억!”
미정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칼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승하였다!
그는 무너지는 미정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했다.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 항상 뒤를 조심하라고.”
미정은 승하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하고, 그렇게 소멸해 버렸다.
후는 얼굴에 튄 피를 닦고 있는 승하를 향해 달려가며 반갑게 소리치며 매달렸다.
“형아!”
승하는 그의 가슴팍을 끌어안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승하의 머리를 한번 콩 찍어버리곤 말했다.
“으이그, 내가 와보길 잘했지. 어떻게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없냐.”
“그게 다 혈아 때문이란 말이야.”
“그게 어째서 나 때문이야, 주인? 난 최선을 다했다고~”
후는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돌아서서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혈아의 모습에 키득 웃으며 승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승하는 그런 후를 때어버리곤 한마디 했다.
“뭐 하냐? 본부에 연락하지 않고.”
“아참 그렇지.”
후는 그만 깜빡했다는 듯 헤프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번호를 꾹 눌러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저에요, 후. 임무 완수 했습니다. 사후처리반 투입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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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유령 : 갈 길을 못 가고 이승을 하염없이 떠도는 영. 우리네 식으로는 '객귀'라고 불리는 존재가 이것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는 이들을 저승으로 길 안내를 해 주는 '천도'의식을 많이 행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는 의지할 곳이 없어서 어떡하던지 틈을 노려 빙의하려고 하거나 길동무를 만들려고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2) 빙의 : 빙의는 말 그대로 귀신을 가까이 함을 말한다. 그러한 기운이 발달되어 형성된 기운- 즉 "귀신이 쓰였다" 라는 형상이 곧 빙의라 할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기운을 느끼는 사람을 무녀 혹은 무당이라고 일컬어진다.
3) Cutlass(커틀러스) : 뱃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검이 커틀러스이다. 검의 길이는 50~60cm, 무게는 1.2~1.4kg 폭은 3~5cm 커틀러스는 초기의 행거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던 검으로, 18~19세기경 뱃사람들에 의 해 널리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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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힘들다.
기왕이면 리플 달아주고 갑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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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요!!! 뷁!!! OTL;;!! [01][01][01] |
2004-09-12
21: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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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ㅇ..? 그런가요;
제가 볼때에는 적당하다 생각 되는데...
뛰어 쓰기도 잘 되어있어 읽기 불편한 점도 없고.. [01][01][01] |
2004-09-12
22: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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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그대의 글을 읽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간만에 코멘트를 달만한 소설을 찾았다고 해야할까요?
상당히.. 귀신과의 그 적대적 설정이 잘 되어있군요. 주인공 유승하의 성격도.
글쎄... 역시 퓨전판타지인가요? 아아.. 퓨전무협이라 해야되나?
혈아는.. 딱히 따지자면 헬싱의 아카드와 비슷한 녀석?
첫회, 프롤로그라 모든게 의문점으로 남아버리는군요..
영어에 약하지만.. 블러드 애로우보다는.. 블러디 애로우가 좀더 낳은 어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발음상 그렇게 생각된다 이거죠 하하^^
정말 간만에 코멘트 달만한 소설인거같아 이렇게 남겨봅니다.
내 눈은 그대의 오타를 찾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다음편에서도 클린업 상태의 소설을 올려주세요.
그럼 이만. [01][01][01] |
2004-09-13
1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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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흑흑흑, 좋은 말씀들 너무 감사합니다.ㅜㅜ
반드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생인터라 성실연재는 기대하지 마세요;
다음편은 빨라야 이번주 안입니다 -_-;;; [01][01][01] |
2004-09-13
2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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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색다른 재미네요? 잘읽고 갑니다. [01][01][01] |
2004-09-14
03: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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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수다!!!! [01][01][01] |
2004-09-15
19: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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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
무개념님! 혹시나 해서 드림워커에 가보니… 곰님이셨군요! -_-
다른 분들두 끌구와야지~♡ [06][09][12] |
2004-09-17
20: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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