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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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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4.10.14 18:42:28 조회: 572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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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미스터리 수사대 SMI
#01. 나무의 정(精)
by. 무개념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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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 혈아가 다니고 있는 신하중학교는 차마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조그마한 동산의 밑둥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각 학년별로 나누어진 3개의 교사校舍가 북, 동, 서로 널찍한 운동장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각 교사의 뒤에는 강당이나 수영장, 체육관 같은 보조시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 북쪽 교사 뒤 강당의 뒤편에는 앞서 말한 동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 있었다.
이 동산은 동내 주민들 사이에 요령산妖靈山으로 불리는 곳인데 이름에 비해 그 경관이 매우 뛰어나 여러모로 사랑받는 산책로로써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하중학교는 또 명문으로 유명했다. 서울 시 내 각 초등학교에서 상위 5%안에 들어있는 학생들만 끌어 모아 엄중한 실력테스트를 거쳐 성적순으로 정확히 280명만을 입학시키기 때문이었다.-참고로 후와 혈아는 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아무튼 신하중학교는 경관도 좋고 시설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3박자를 두루 갖춘 학교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신하중학교와 약 5분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서는 밴츠 CLK - GTR.
한 대에 일 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재 승용차의 문을 열고 2명의 소년이 내렸다.
연 하늘색 머리카락의 귀엽게 생긴 소년과 얼굴에서 도무지 표정이란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검붉은 머리의 소년. 그들이 후와 혈아라는 것은 굳이 생각 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차의 앞창이 열리며 한 여인, 후와 혈아를 바래다주기 위해 따라 나온 민지연이 창틀에 팔을 올려 기대며 그들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정말 학교까지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되겠니?”
SMI 한국지부와 신하중학교는 도보로 통학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이용하기에도 약간 애매한 위치에 있었는데 그 덕분에 후와 혈아는 등교의 수단으로 자가용을 이용 할 수밖에 없었다.-하교시는 제외. 그나마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래서 평상시 아침잠이 별로 없던 승하가 그 일을 자청해 왔고 가끔 그가 출장을 나갔을 땐 희수가 그 일을 맡아 온 것인데 오늘은 승하는 불의의 사고-시말서-로 인해 지부 내에 발이 묶여버렸고 희수는 황민을 따라간 터라 승하의 연인 지연이 대타로 나온 것이다.
그건 그녀가 후의 습성(?)을 알 리 없지.
후는 그녀의 호의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으으응, 괜찮아요, 누나. 나 주목 받는 거 싫어.”
지연은 돌아온 그의 대답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특이한 머리색이며, SMI대원이라는 뒷배경이며 하는 것은 다 재껴 놓는다손 치고 그의 외모만 놓고 따져 보더라도 그는 결코 주목받지 않을 수 없는 외모인 것이다. 그만큼 그는 초절정의 끝을 달리는 ‘국보급 미소년’이란 뜻이다.
그런데도 주목 받기가 싫다니…….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자각도 없는 건가, 이 어리고 순진한 소년은.
후야, 넌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외모라고.
지연은 터져 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키고 후와 혈아에게 말했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렴, 둘 다.”
“응응, 다녀올게요, 누나.”
“…….”
얼굴에 가득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숙여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후. 그리고 포커페이스를 고수한 채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으며 서 있는 혈아. 그는 어째서 그의 주인이 자신을 째려보는지도 알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에 후는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팍 찡그리더니 인정사정 볼 거 없이 그의 머리채를 후려잡고 내리 찍어 버렸다. 그 덕분에 혈아는 어설프게 허리를 수그린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 버렸고 그제 서야 후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갔다 올게.”
여전히 존대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싸가지 없는 말투. 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푸훗
언제나 똑같구나, 이들은.
지연은 원인모를 안도감에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나중에 보자.”
지연은 미소를 띤 얼굴로 둘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말이 마치기 무섭게 그녀는 자신의 애마 밴츠의 액셀을 거칠게 밟으며 핸들을 옆으로 사정없이 꺾어 버렸다. 밴츠은 자신의 주인의 주문에 따라 몸을 돌려 도를 한바퀴 선회하여-참고로 U턴 표시도 없었다.- 왔던 길을 엄청난 속도로 되돌아가 버렸다.-물론 과속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완벽한 도로교통법 위반.
후와 혈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중간에 경찰에게 걸린다 해도 벌금을 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SMI요원 이라는 것을 증명 해 주는 ‘SMI카드’ 만 내 보인다면 만사 OK일 태니까. SMI의 영향력이 그 정도라는 것은 분명 자부심을 가질만한 것 이지만 그거야 공권력 남용의 하에서다.
하아, 저건 누가 머래도 애인이 망쳐놓은 타입이야. 분명…….
굉음을 남기고 지연의 밴츠가 저 멀리 사라져 이제 보이지 않게 되자 후와 혈아는 몸을 돌려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얼라리? 그런데 오늘 학교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지?”
후가 혈아를 올려다보며 말하자 혈아도 후의 의견에 동의 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확실히 지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다면 그 누구도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뭔가를 구경나온 걸로 보이는 십 수 명 의 사람들이 교문에 바글거리고 있었고 경찰들이 그 앞에서 일렬로 서서 학생과 교사 외 다른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재하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저마다 뭐라고 숙덕대고 있었고 학교 안은 또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그 웅성거림이 밖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갑자기 사람들이 반으로 갈라진다 싶더니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앰뷸런스 한대가 학교를 급히 빠져나갔다.
구급차는 또 왜……. 이것 참,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후는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혈아와 함께 교문으로 다가갔다. 경찰은 교복-검정색 조끼에 흰색 와이셔츠. 여자교복은 바지 대신 치마라는 점 만 다르다.-을 단정히 차려 입고 인파를 해치고 오는 둘을 막을까 말까 잠깐 고민하더니-아무래도 머리카락 색깔 때문인 듯. 실제로 신하고등학교에서 두발자유화를 어느 정도 허용하곤 있지만 염색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혈아가 학생증을 꺼내 보여주자 아무런 재지 없이 고이 들여다 보내 주었다.
학교 안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욱 가관이었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지 신하중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 뒤편의 북쪽 교정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위화감.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기분 나쁜 위화감이 그곳으로부터 시작되어 학교를 흉흉히 감싸고 있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후는 이 알 수 없고 어리둥절한 광경에 마침 그들의 곁을 지나쳐 가는 낯익은 외모의 소년을 불러 세웠다.
“준형아, 잠깐만!”
“응?”
후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담하는 소년. 그는 후와 혈아의 클래스메이트Class Mate이자 신하중학교 내에서 속칭 ‘정보광狂’이라 불리는 홍준형 이었다. 향간에서는 ‘어떻게 신하중학교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라는 소리가 나 돌 정도로 공부를 안 하기로 유명했는데, 거기에다 매우 괴짜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적은 뛰어나 ‘신하중학교 8대 불가사의’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소년이었다.-아마 그가 졸업하기 전까진 8대 불가사의가 이전의 7대 불가사의로 돌아가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는 다가오는 둘을 향해 물었다.
“후랑 혈아구나. 근데 무슨 일이냐?”
원하는 응답이 나오자 후는 손가락을 들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왜 다들 저기에 몰려 있는 거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형은 알 만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자살. 어떤 여자애 하나가 목매달아 자살했단다.”
자, 자살? 갑자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이 뜬금없는 소리에 의거하여 이 상황을 생각 해 보면 모든 게 다 자연스러워 진다. 학교에 진을 치고 있는 경찰도, 저기 우르르 몰려있는 아이들도, 급하게 학교를 빠져 나갔던 앰뷸런스도, 그리고 이 기분 나쁜 위화감 까지도.
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준형과 혈아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 * * * * * * * * *
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카메라의 플러시가 터진다.
‘출입금지’ 라고 적힌 노란색 띠가 둘러져 있는 너머로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는 고목 한 그루. 그 주위로 한결같이 똑같은 제복을 입은 수명의 경찰들이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고동색 프렌치코트 차림을 한 한 중년 형사만이 유독 따로 떨어져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담배를 뻑뻑 태워대고 있었다.
가칠가칠한 수염을 얼굴 곳곳에 듬성듬성 기르고 신경질적 인상을 지니고 있는 그는 강준일 형사. 서울구로경찰서 강력반에 근무 중인 형사였다.
“에이 제길! 지랄! 몇 살 처먹지도 안은 것이 왜 벌써부터 자살 질을 해서 사람 귀찮게 만들어!”
그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잔뜩 인상을 구기며 험한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그런 그에게 예의 그 경찰복 차림의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강 형사님!”
“뭐야?”
“잠깐 이것 좀 보십시오.”
강 형사는 그를 부른 남자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채 무성의하게, 거기다 되려 짜증을 내며 말했다. 경찰복의 남자는 그에게 서류 한 뭉치를 건네어 주며 말했다.
강 형사는 그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아들고 대강 훑어보았다.
1988년 8월 23일 37세 목수 김인문씨, 목을 매달아 자살.
9월 7일 43세 가정주부 강자애씨, 목을 매달아 자살.
1992년 5월 18일 20세 무직 최지영양, 목을 매달아 자살.
8월 13일 39세 교사 조영철씨, 목을 매달아 자살.
12월 19일 18세 고등학생 김민수군, 목을 매달아 자살.
1994년 1월 22일 19세 고등학생 김민지양, 목을 매달아 자살.
1995년 3월 1일 17세 고등학생 조민규군, 목을 매달아 자살.
9월 3일 23세 대학생 윤정일군, 목을 매달아 자살.
1999년 4월 28일 34세 무직 강영수씨, 목을 매달아 자살.
5월 3일 30세 그의 여동생 강지애씨, 목을 매달아 자살.
그리고...
“2004년 3월 30일 오늘, 5년 만에 신하중학교 신입생 15세 주미애양. 역시 목을 매달아 사망……? 이런 미친! 17년 동안 11명이 자살했다고? 그것도 여기 이 한자리에서?!”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부근을 꾹꾹 누르며 ‘뭐 이따위가 다 있어?’ 라는 신음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 수사기록,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강 형사는 소리가 난 쪽을 처다 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가슴께까지도 오지 않는 하늘색 머리 소년이 검붉은 머리의 소년을 옆에 끼고 서있었다.
그는 거의 습관적으로 마지막 남은 담배를 입에 물며 담뱃갑을 와그작 구겨 땅바닥에 내버렸다. 그리고는 인상을 구기며,
“여긴 어린애들이 놀 곳이 아니다. 딴 데 가서들 놀아!”
하고 소리쳤다.
그런 강 형사의 기세에 눌렸는지 후는 깜짝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히잉, 저희도 사건 조사를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데 강 형사는 그가 장난하고 있다는 걸로 받아 들였나 보다.
그는 찡그린 인상을 더욱 무섭게 구기며 호통 쳤다.
“여기가 애들 경찰놀이나 하는 그런 놀이턴 줄 알아! 어이! 거기! 이것들 좀 끌어 내!! 쯧, 어디서 이런 어린것들이…….”
“후우, 안 되겠군요.”
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서있던 혈아가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 펼쳐 보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SMI대원으로써 말하겠습니다. 수사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그가 꺼내 보인 것은 SMI카드. 공권력과 수사권을 발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강 형사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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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본입니다.
한번 읽어본결과 매우 뭣같다는 느낌에 -아주 약간이지만- 수정해 버렸습니다.
이전건 부디 잊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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