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인지로(毁人之路) - Close Beta Test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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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인지로(毁人之路) - Close Beta Test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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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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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1.01 16:54:06 조회: 509 추천: 4 |
가을은 복잡한 얼굴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그의 얼굴은 무죄, 유죄의 판결을 받기 직전의 용의자와도 같은 표정이었다.
-꿀꺽
방 안이 조용했기에 상대적으로 커다랗게 들리는 침 넘어가는 소리…… 그는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네모난 기계의 어느 부분을 눌러주었다.
-안녕하십니까, 가을님.
기계음 섞인 엷은 목소리가 기계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도무지 구분할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가을은 듣기에 거북하지 않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아니 계속 고수하고 있는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새, 새로 온 메일……."
가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가 이토록 떨고 있는 것일까……? 외국에 계시는 그의 부모가 강제소환명령이라도 내린 것일까?
-새로온 메일이 두 통있습니다.
"어디서?"
그의 눈에 비치는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했다. 이러다 쓰러지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긴장한 그의 모습이었다.
-소나무 소프트와 아버님으로부터의 메일입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가을은 소나무 소프트라는 단어가 나올때 집이 떠나가라는 듯이 환호를 불렀다. 하지만 다음에 들려온 '아버님'이라는 단어에 그만 휘청하고 쓰러질뻔한 몸을 바로 세워 의자에 앉았다.
"흠흠, 확인하자."
-디스플레잉합니다.
곧 벽 면에서 빛이 세어나오더니 컴퓨터 화면으로 변했다. 아아, 놀라운 2010년의 과학기술!
"안녕하십니까, 한가을님. 한가을님은 저희 The Fantasy의 첫 클로즈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셨……. 이얏호!"
그는 손을 높이 들어 환호했다. 그 모습은 마치 4년 전에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때와도 같은 우렁찬 모습이었다. The Fantasy의 클로즈 베타 테스터가 된 것이 그리 자랑스럽고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란 말인가?
"아아, 이게 아니지. 아버지께 온 메일도."
커다란 화면은 이내 다른 메일을 비추었다. 그곳에는 긴~ 문장이 써 있었으나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사랑하는 내 아들아, 새해복 많이 받거라.'였다. 중간중간 자기 자랑같은 문장이 꽤나 보였지만 그는 익숙한 듯 메일의 가장 끝부분만을 읽은 뒤 메일을 닫아버렸다.
"후후후후! 내가 선정됬단 말이지?"
그는 기쁨과 흥분을 감춤없이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
'The Fantasy'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가상현실시스템을 사용하는 게임이었으니까 말이다. 가상현실시스템(Virtual Reality System. 이하 VRS)이 개발된것은 6달전. 하지만 그것은 미리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는 '영화'와도 같은 기법만이었고, 이렇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수 있는 '게임'이라는 시스템에 적용된것은 세계최초였다. 당연히 그 시스템을 개발해낸 소나무 소프트의 주식은 당장에 A.I.(인공 지능)의 차세대 기업인 룩스와 비슷할 정도로 성장했고 이제 그 소나무 소프트의 달콤한 과실을 맛보게 될 첫주자로 가을이 뽑힌 것이다.
VR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체험기(Virtual Reality Experiencer.이하 VRE)가 필요한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TV가격정도) 구비하고 있는 집은 정작 얼마되지 않았다. 컴퓨터가 대중에게 보급되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말하면 비슷할까? 어쨋든 그런 VRE를 소유하고 있는 가정에서만 신청했다고 해도 경쟁률은 100:1을 훌쩍 넘었기에 뽑혔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쁠까?
"후후후! 자랑해야겠다!"
그는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 테스터에 신청할수 있게 도움을 준 하현에게 전화하기 위해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끌끌, 네 녀석. 어디한번 피눈물을 흘려보거라!"
이주일 전, 하현에게 이 사실을 알아내기위해 고생한 것을 생각한 그는 고소한 표정을 지으며 하현의 단축번호를 누르려 하는 그 순간!
-아가야, 전화받어라잉? 좋은 말 할때 받어라잉?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벨소리. 가을은 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지도.
"여보세요?"
-어? 가을아! 나 당첨됬다! 캬하하하! 나 당첨됬어!!
순간 굳어지는 가을의 얼굴.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한 표정이다. 그는 이미 반쯤 빠져나간 자신의 혼을 가까스로 제자리에 안치시킨 뒤 말했다.
"안들려!"
-띠… 띠… 띠…
그는 서둘러 핸드폰의 '종료'키를 눌러버린 뒤 전원을 꺼버렸다. 가을은 나름대로 사악했던 것이다. 아니, 그것보단 상당히 심술이 나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까?
"어째서어어!!"
하현과 가을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식탁 위에는 향기롭고 구수한 냄세를 풍기는 온갖 음식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잠시동안의 정적. 그 정적을 먼저 끊은 것은 하현이었다.
"푸하하하!"
그는 곧 배꼽이 빠져라 웃기 시작했고 당황한 가을은 얼굴이 발게지며 말했다.
"뭐가 웃긴거야, 망할 자식아!"
"그래가지고 삐쳐서 전화를 끊냐? 푸하하하!!"
가을의 얼굴이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일그러졌지만 하현은 그만둘 생각따윈 없는지 계속 깔깔대며 웃었다.
"그래, 넌 웃어라."
결국 가을은 숟가락을 들고 자신의 요리에 푹 빠져들어버렸다.
"쳇 재미없는 녀석."
하현은 혼자 실컷 웃다가 지쳤는지 눈물이 맺힌 눈가를 닦아내곤 역시 음식을 섭취하는데 힘쓰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두시간 남았어. 음, 야 이거 맛있다."
"어? 그거 내꺼야! 쩝쩝, 망할 자식."
둘은 유쾌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후 가을의 컴퓨터 앞에 앉아 The Fantasy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게임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들을 찾아내어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했다.
"게임 만으로도 괜찮네?"
"그러게 말이야. 사만가지가 넘는 직업이라……. 이거 뻥같지않냐?"
가을은 하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사만가지라면……. 현실에서도 직업이 사만가지는 안될꺼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해보는 가을이었다.
"어쨋거나 나도 집에 가자마자 바로 접속하마."
"니네 집이 여기서 삼십분이나 걸리냐?"
가을의 자취집과 하현의 집까지는 도보로 정확히 3분. 뭐, 거의 이웃사촌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사이다.
"마, 말이 그렇다는거지!"
가을은 오랜만에 하현에게 이겼다는 성취감에 기쁨의 눈물을 차마 감추지못했다.
"뭐, 뭐야? 너 왜 울어?"
"이 횽이 간만에 기뻐서 그런다! 제길!"
하현이 가을의 등살에 밀려 쫓겨나다시피 집 밖으로 나가고 난 후 가을은 다시 한 번 홈페이지를 조목조목 집어가며 자신이 알아둬야할 사항에 대해서 철저히 외웠다. 이런 면에서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가을의 특이한 점이 발휘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그는 문득 한 공지글을 발견해냈다.
-서버 오픈 시간을 30분 앞당깁니다!
"캬캬캬! 좋았으!!"
어찌 인간의 성대에서 저런 웃음소리가 날까 싶을 정도의 소음이었지만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단숨에 VRE까지 달려가 캡슐의 형태로 된 그것의 안으로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유연한 나선형의 몸집에 마치 거대한 고래마냥 생긴 그것의 중앙부분이 부드럽게 열리며 가을을 받아들였다.
"접속."
이미 프로그램의 설치와 접속할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해둔 그였다. 그가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그의 눈 앞에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온통 푸른 숲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하늘에는 푸른 구름이 한가로이 떠있고 햇살은 그저 평화롭게 세상을 감싸안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 폭의 동화와도 같은 세상.
"아아……."
그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 모든 것이 현실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현실의 거울에 있는 세계, 판타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주위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머릿속에 은은한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질 뿐이었다. 가을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성우의 목소리라는 것을 생각할 뿐이었다.
-처음오셨군요? 그대의 거울 속의 이름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는 홈페이지에서 봤던 로그인 과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세이안."
-거울 속의 이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판타지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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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글쓰는 건 정말 힘든 노동입니다 ㅠ_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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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하~ 제가 온/오프라인에서 소설보는걸 좋아하는데(그래서 소설보는 눈이 꽤 까다롭운데) 오랜만에 신선한 소설한편 보게되네요...
아무조록 잘 이끌어 나가세요 추천 한방 합니다아; |
2006-01-02
17: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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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색시삼는다는말에 한가을이 여자인줄알았건만..ㅋㅋㅋ |
2006-01-08
15: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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