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목적과 어째서 그렇게 서두르는지를...
누군가를 뒤쫒고 있는 것처럼 서두르고 있었다.
이틀동안 걷고 또 걷는 과정...레이븐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보였다.
[라]라는 창이...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주었다고 해도...
뒷 모습의 레이븐은 몸보다는 마음이 지쳐보였다. 농담을 할때마다 웃음을 지으며 애써서 나를 신경써주면서 전혀 귀찮은 내색 하나 않내고 내 말을 받아들여 주었다.
이제서야 이틀...숲은 어제와 다를것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것 같았다.
바닥의 돌과 풀 그리고 뱀이나 벌래같은 기분나쁜 것들이 걸음을 방해했다.
레이븐은 신경쓰지 않는 듯이 유유히 앞을 걸어갈뿐이다.
"마을은 아직이야? 이틀동안이나 걸었는데..."
...실수했다...
짐이 되지않도록...그렇게 약속하고 따라온거였는데...
힘들다고 불평해선 않되는건데...
나는 빠르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말은 내 입을 나가 주위로 퍼져나갔다.
"이제 몇시간만 걸어가면 쉐이스 마을에 도착할거예요. 아마..."
레이븐은 웃으면서 내가 저지른 실수를 덮어주었다.
"아...미안..."
"엘리스는...내가 걱정할까봐 그러는 거죠...?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괜찮다니까요..."
...오히려 레이븐을 곤란하게 만들어버린걸까...
내 행동이...
"약속했으니까...짐이 되지않겠다고..."
잠시 걸음을 멈추는 레이븐. 그는...아니 그녀는 나에게 뭔가 말을 하려는듯 했지만, 다시 걸음을 이어갔다.
그리곤 평소처럼 조용한 말투로 말했다.
"역시 닮았어요. 그녀와..."
레이븐의 뒷모습에선 슬픔과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
레이븐은 목소리는 평소때 처럼 밝고 조용하고 기분이 편해지는 음이였지만...
레이븐에게선 보이지않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것 같았다. 웃는 얼굴로...
이제 곧...
녀석을 잡을 수있는 실마리에 근접하게 되겠지...
내가 원하는 것을...그것을...
엘리스에겐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상황은 다르지만 레아때 처럼...
"하아...하아..."
억지로 무리까지 하며 나를 따라오는 이 아이...엘리스는...
레아와 너무 닮았다...나를 지옥에서 해방 시켜준 그녀와...머리색깔도 눈동자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는 성격까지...
"무리하지 말라니까요...조금은 쉬어도..."
"저...정말이야...괜찮으니까..."
어쩌면 나는...엘리스를 구해준것이...엘리스를 레아로 생각하고 대리만족을 성취한것이 아닐까...?
레아와 닮아있는 저 아이를...
그 마을에 가지않았다면...저 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나는 그 마을에 무슨일이 일어나든 상관하지 않았을까...?
나는...
"레이븐! 마을이야!"
"...아..."
멀리서 보이는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조그만한 마을 대문. 담이 없는 아담한 집들...
숲에서 빠져 나온뒤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조그마한 마을...
그것이 여기 쉐이스(SUEYSE)마을 이였다.
"와아아아!!!"
어린 아이처럼 곧장 마을로 달려가는 엘리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실...일행이 없이 나혼자였다면...이 마을은 그냥 지나쳐버릴지도 모르지만...
그 녀석에 대한 실마리가 겨우 잡혔는데...
"레이브은!!! 어서!!!"
"아...네에..."
나는 어째서...엘리스를 구해주었던 것일까...?
"...!?"
마을 대문에 발을 대는 순간...
"응? 레이븐...? 왜 그러는거야?"
온몸에 소름이 끼칠듯한 한기가 느껴졌다.
[라]에서는 작은 진동이 느껴졌고, 뭔가가 있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아니예요. 아무것도..."
나는 웃음을 띄며 엘리스에게 성의없이 대답했다.
여기까지...마물들의 습격을 받은것인지를 순간 의심했지만...그건 아닌것 같았다.
마을 대문앞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보내고있는것 같았다.
웃는 얼굴...모두 행복에 넘치는 표정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착각은 아니었다.
[라]는 나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그것에 반응한다.
요괴,마물,마족,괴수,요마 등의 다양한 악에게...
게다가 온몸을 휘어감기는 한기...이 증거를 조합한다면 결국 좋은 의도를 가진 놈이라고는 볼수가 없었다.
"와아...이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웃고있어. 다들 얼마나 좋은일이 있길래..."
아니...뭔가가 이상하다...
필요 이상으로...평화로워...
뭔가가... 주위의 사람들은 행복에 취한 표정과 웃음으로...
"레이븐...?"
너무 평화롭다...숨이 막힐듯이...보통 사람은 이상하다고 느끼지않겠지만...
주위가 마치 억지로 만들어진 그림처럼...억지적인 평화처럼 보였다.
"레이븐!!!"
?!...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나도 모르게 심각해진 건가...?
엘리스의 목소리로 나는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않기로 했다.
"이상해! 마을에 들어올때 부터 무서운 표정만 짓고..."
엘리스에게...말해주어야 하는 건가...
이 마을은 뭔가가 이상하다고...먼길을 와서 겨우 들린 마을이기 때문에 엘리스는 실망하고도 나를 원망하겠지...
"아아...괜찮아요...하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인간인것 같았다. 만일 요괴였다면 [라]가 굉음을 내며 반응했겠지만...
지금도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고있으니 방심 할수는 없다.
나는 엘리스에게 일단 쉴만한 곳을 찾자고 요청을 했다.
엘리스도 피곤한 몸을 쉬게 하고 싶었는지 나의 의견에 금방 동의했다.
그래도 엘리스의 얼굴엔 여관보다는 음식이 더 먹고싶은 듯한 의도가 담겨있었다.
밖에 나갈때...과일이나 음식이라도 사가야겠다...
대문안으로 들어가자 마을 광장처럼 보이는 곳에서는 하얀색 분수가 물을 하늘로 향해 내뿜고있었다.
파란하늘에 어울리는 물줄기는 다시 분수를 향해서 떨어지며 물방울을 뛰기고 있었다.
그 주위로 사람들이 뭔가를 사가거나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한껏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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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에서도 항상 판타지류들의 공통점인 여행이 시작되어버렸군요;;
다만 이유가 있는 여행과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 판타지의 매력이라고 할까나...
라-도 그 목적과 여행의 이유를 따라서 천천히 이야기가 이어가겠지요...
미숙하더라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지켜봐주세요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