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도 아침 해는 눈부신 빛을 뿌리며 떠오른다.. 나는 언제나 그 해를 보면서 나 자신에게 묻곤 한다.
‘또 아침 해를 보는군.. 내가 지금 살아서 이 해를 보고 있단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언제나 아침 해가 떠오를때 쯤이면 내 주위에는 인간 같지 않은 생물체들의 주검이 널부러져 있다. 나는 언제나 그곳에서 석상처럼 멍하니 생각에 잠겨 연초를 입에 물고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다.
이윽고 해가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나면 내 주위에 있던 주검들은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한번 허탈한 한숨을 내쉬고는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언제나 찾아오는 악몽.. 나는 언제나 이 악몽에 깨어나려 눈을 감았다 떠보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언제나 찾아오는 것은 현실이었다. 오래전부터 시작되어온 악몽.. 내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잡으면서부터 시작된 저주.. 떼어 내기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멀어지지 않는 검..
나는 오늘도 세상에게 물어본다.. 이 저주의 끝은 어디냐고..
“오늘도 어딘가에 나갔다 오시는군요.”
“그래..”
“매일 밤마다 어디를 그렇게 다녀오시죠?”
“알 것 없잖아.”
“군단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
“상관없잖아. 그런 것”
“무책임 하군요! 당신이 그러고도 총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나요!?”
“충분히.. 나는 어느 전장에서나 승리했고.. 아직도 부하들은 나를 믿고 따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다. 이정도면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
“그럼 난 볼일이 있어서.”
언제나 부터인가 내가 아침에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목소리는 스트레스를 받아 짜증이 넘치는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다. 그녀는 지금은 좋아졌지만 거의 무너져 가던 왕국의 공주이다.
그녀의 이름은 아시린.. 풀네임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는 기억하지 못한다..뭐 기억할 필요도 없고..
그녀는 얼굴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 눈 밑은 언제나 검게 변해있어 그녀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키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자상하고 따뜻함을 지닌 소녀였다고 한다. 왕국의 운명을 바꾸는 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 자상하고 따뜻하던 소녀는 사라지고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소녀로 변했다고 한다.
전쟁이 시작되자.. 적들은 물밀듯이 밀려왔고 왕국의 군대는 계속 뒤로뒤로 물러서는 수빡에 없었다. 그런 왕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공주였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마법에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그녀의 마법 경지는 거의 4서클에 이르렀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당시 나이는 18살 그 정도면 천재 중에서도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재능이란다. 그런 그녀가 왕국이 위기에 처하자 중대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바로 악마와의 계약.. 그 악마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의 오빠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엄청난 힘을 가진 악마라고 추측할 뿐.. 그녀가 악마와 계약을 맺은 이후 그녀의 마법은 얼마 지나지 않아 7서클 마스터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신 그녀가 악마에게 바친 것은 기억.. 그녀는 잠잘 때 마다 기억을 갉아 먹힌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 그 결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그녀의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눈밑은 언제나 검게 되어 아름다움이 많이 퇴색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나의 막사에 도착했다. 막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기다리는 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는 이 나라의 지금 국왕이다. 내가 내린 평가로는 싸가지 없는 자식 도대체 어떻게 국왕이 된 건지 궁금한 녀석
“어이 왔어~?”
“그래 왔다.”
“에이~ 왜 그래~ 또 딱딱하게 나오네~ 아침마다 대체 어딜 나갔다 오는 거야?”
“넌 그걸 어떻게 안거야?”
“에이~ 그거야 당연하지 군단내에 소문이 파다한데~”
“그래?”
“너.. 설마..”
“설마 뭐?”
“내 동생을 놔두고 딴 여자 생겨서 바람피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헛소리 하네..”
“헙!? 왜 대답을 회피 하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용건이 뭐야?”
“용건은 무슨~ 그냥 니가 잘 하고 있나~ 시찰 나와 본거지”
“걱정마 적어도 적한테 져서 나라 망할 일은 없을 테니까. 너만 나라를 잘 다스려 주면 망할 일은 없을 테니 니 일이나 잘하시지? 한가한가 보지?”
“어이~ 어이~ 내가 뭐 어쨌다고~ 나만큼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에헴~ 백성들도 모두 나를 좋아한다고~”
“웃기는 군..”
“흠흠.. 사실 나라 사정이 별로 안 좋아.. 이것들이 나라 사정이 좋아지니 또 다시 설치고 나서기 시작했어..”
“그래서?”
“그래서 말이지.. 부탁할게 있는데..”
“먼데”
“그게..”
“뭐?”
“죽여줘..”
“뭘?”
“다”
“미쳤군”
“왜! 할 수 있잖아!”
“완전히 돌았군..”
“에이! 이럴 줄 알았어~ 뭐 별수 없지 내가 알아서 해야지 농
담인거 알지?”
“거짓말 하기는 진담이면서..”
“사실 그게 제일 편하잖아!”
“니가 애냐? 편한 것만 찾게?”
“에이! 몰라! 온 김에 동생이나 보고 갈까나~”
“그보다 전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뭐 그런대로 잘 풀려가고 있다. 유카 쪽은 우리와의 전투에서 계속 연전연패를 했기 때문에 지금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소강상태지”
“나머지는?”
“알빈 등을 비롯해서는 이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작정인가 보더군.. 뭐 그러나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거지만..”
“그래? 알았다 너만 믿지.. 그런데 너 말이야.. 왜 장군이면서 국왕인 나한테 존대를 안하냐고! 예도 안 차리고!”
“당연한 것 아닌가? 니가 급해서 나를 간청해서 데리고 왔으면서 지금 와서 무슨 헛소리야? 거기가 월급도 쥐꼬리만큼만 주면서 시키는 일은 무지하게 많고”
“에이~ 너한테 멀 바래~ 그리고 그 정도 월급이 뭐가 짜다는 거야!” 영지를 내려줘도 부하들한테 다 줘버리면서”
“...”
“아~ 어쨌든 나간다~”
아이던. 아무튼 저 녀석과 있으면 진지해지지가 않는다.. 뭐 저 녀석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내가 저 녀석을 싸가지 없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저 녀석의 능력도 보통이 넘는다. 위기의 왕국을 구한 공이 왕녀가 크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저 녀석도 만만치가 않다.
내가 오기 전 3년간 저 녀석이 직접 전투를 지휘 했다고 한다. 비록 연전연승은 아니지만 패전에서는 피해를 최소화 시키며 적은 수의 병사로 최대한 전선을 유지하며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몇 년간 싸우며 방어를 굳건히 해 방어선을 구축해 놨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국왕이 되어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잘 다스리고 있다고 한다.
“오셨습니까”
“그래”
“다치신 곳은?”
“없다”
무미건조한 음성.. 온몸을 검은 천에 휘감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서있는 얼굴까지 복면을 하고 있어 잘록한 허리와 가슴이 아니라면 여자인지를 모를 것 같은 사람.. 그녀는 나의 그림자 이다. 나조차도 그녀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 아니 본적은 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또한 나의 반쪽을 가진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