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심해 같이 조용하던 숲속에 괴성이 울려 퍼졌다. 내가 지르는 소리였다. 나는 두만이가 죽는 것을 본 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언덕을 내려와 집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 집에 도착 한 후 나는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러나 집에는 할아버지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멍하게 마당에 주저앉아 있는 내가 무엇인가 다가 왔다.
“#$%!$^!@$^!”
바로 두만이를 죽인 그 해적이었다. 나는 뒤에서 듣기는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가 다시 모든 것을 포기 한 듯 멍하니 그 해적을 쳐다보았다. 그 해적은 또 저번과 같이 아이를 가리키는 행동을 취했다. 나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어 버렸다.
저 해적은 이 아이 때문에 나를 여기 까지 쫓아 왔고 나는 그를 피해 여기까지 도망 왔다. 그 과정에서 두만이가 죽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고 있다. 평화롭게 마치 주변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평화로운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그 해적은 나를 미친놈 보듯이 나를 보았다. 나를 그런 해적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리고 풀렸던 눈에 힘을 주며 해적을 노려보았다. 나의 모습에 해적은 피식 웃어 버리고 다시 칼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나는 천천히 진행되는 과정을 또 다시 지켜보았다.
너무 느리다. 시간이 모두 정지 한 것만 같다. 마치 그름을 하나 하나 넘기며 감상하는 기분이다. ‘좀 더 빨리하라구’ 라고 소리 치고 싶을 정도로 너무 느렸다. 지겨워서 하품이 나올 정도로 너무 지겨워서 딴 생각이들 정도로 긴장감도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다. 다만 이 그림이 좀 더 빨리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느리게 그림이 넘어가고 마침내 최절정에 달했다. 여전히 하품이 날정도로 느렸다.
그렇게 절정에 올랐던 그림에 한쪽에서 갑자기 검은 먹물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먹물은 지금의 그림들과 다르게 마치 하얀 솜에 붉은 피가 번지듯이 종이 한쪽 끝에서 빠르게 번져 나와 해적이 들고 있는 칼로 향했다.
땅!
그렇게 번져 나온 먹물은 해적의 칼을 강타했다. 검은 먹물의 정체는 묵빛의 허름한 검 한 자루 였다. 허름해 보이는 검이 마치 주변에 빛을 빨아들이는 듯 한 느낌을 나는 받았다. 또 빛뿐만 아니라 나도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검이 날아온 장소를 보았다.
그 곳에는 저번에 해안가에서 주어온 그 이상한 사람이 서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다. 머리가 붉은 색이다. 눈동자는 또 푸르다 그리고 얼굴은 무슨 높은 양반의 자제 같이 희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이봐 꼬맹이 괜찮아?”
그 이상한 사람이 말을 한다. 무언가 말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저 가까이 왜국에 사는 해적 녀석과도 말이 통하지 않는 마당에 생전 보다 못한 붉은 머리의 사내가 우리말을 하다니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어쨌든 나는 그를 보고 말했다.
“괜찮아요”
“뭐 그럼 다행이고”
사내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해적 녀석을 쳐다본다. 해적은 갑자기 날아온 검 때문에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놓쳐버렸다. 녀석은 몹시 당황해 있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칼을 집어 들고서는 붉은 머리 사내에게 돌진한다.
나는 잠시 상상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해적 녀석이 붉은 머리 사내를 두 조각 내버릴까? 아니면 붉은 머리 사내가 해적 녀석을 한방에 날려 보낼까? 나는 무기를 나의 상상은 곧 무기를 들고 있는 해적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잠시 후 사내는 나의 상상을 보란 듯이 깨버리고 돌진하는 해적을 살짝 옆으로 피하고는 손바닥으로 해적 녀석의 가슴팍을 강하게 쳐서 멀리 날려 보내 버린다. 한참을 날아가서 떨어진 해적은 기침을 콜록이며 땅을 집고 물러서려고 한다. 그런 해적을 보며 붉은 머리 사내는 해적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을 한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해적은 알아듣는 것 같다. 저 사내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그렇게 말을 하며 해적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치 살았다는 듯한 웃음 지어보이고는 다시 나를 보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야기를 끝내고 붉은 머리 사내는 나에게 다가왔다.
“너.. 친구 복수 하고 싶냐?”
붉은 머리 사내는 내게 물었다.
“.....”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복수 하고 싶다면 저기 떨어져 있는 검을 잡아라”
사내는 땅에 떨어져있는 묵빛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검을 잡으면 너는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너의 인생은 깊고 깊은 어쩌면 빠져나올 수 없는 아니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면 더욱 깊숙이 빠져버리는 늪 같은 곳에 빠져 허우적 거려야 할지도 모른다. 남들과는 다른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남들 보다 훨씬 무거운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사내는 내게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미 내 인생은 깊은 수렁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고, 거기서 한발 더 내딛는 다고 별로 달라 질건 없어 이 아저씨야’ 라고
-하지만 난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건 내가 생각하던 것 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라고 절대 빠져 나올 수 없는 곳에 빠진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아마 내가 검을 잡을 때부터 저주는 시작 되었으리라 아니 그 해적이 나를 쫓아오면서부터 이미 저주는 시작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비척거리며 일어서 아이를 맡기고는 검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 검을 집어 들었다. 멀리서 볼 때는 무언가 신기한 느낌이 전해 졌지만 막상 가까이서 손에 잡자 잠깐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곧 사라지고 투박한 검의 느낌을 주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붉은 머리 사내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는 듯 불쌍하다는 듯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좋아.. 뭐 나중에 가서 나를 원망해도 소용없어.. 하지만 뭐 원망해도 괜찮아”
붉은 머리 사내는 말했다.
“괜찮습니다. 원망 할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나는 말했다.
-나는 이때는 몰랐다. 그의 말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 었는 지를 이때부터 이미 나에 저주는 시작 되었을 것이다. 아니 해적을 만난 것부터가 저주의 시작 아니 붉은 머리 사내를 데려온 것 자체가 저주였을 것이다.-
“좋아 그럼 일단 자리를 옮기자고, 마당에서 피를 볼 순 없지”
사내는 나에게 손짓을 하고 해적을 보고 머라고 하더니 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따라 도착한 곳은 숲속의 작은 공터 주변은 수풀과 나무로 되어있다. 그 곳에서 붉은 머리의 사내는 나에게 말한다.
“자 여기다. 한 가지 말해두지 저 녀석은 니가 죽인다.”
“그건 저도 압니다.”
“아아 끝까지 들으라고, 니가 못 죽이면 저 녀석은 살아서 돌아간다. 그리고 저 녀석을 못이면 니가 죽는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요”
나는 아무 감흥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나를 보며 붉은 머리 사내는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좋아. 내가 하나 가르쳐 주지 싸움에서 이기려면 말이야 모든 것을 이용해라. 지형지물이든 너의 장점이든 상대의 약점이든 만약 너의 약점이나 불리한 점까지 이용할 수 있다면 넌 언제나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싸울 때는 체면 따지지 말고 정의 따위는 염두 해두지 마라 비겁? 그런건 뒷간에다가 버리고 싸워라 그런건 죽으면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붉은 머리 사내는 내게 말했다.
“알았어요”
나는 또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래 그럼 나는 이만 물어 나도록 할까? 아 저 녀석에게 벌칙 정도는 줘야겠지? 넌 어린애고 또 살인해 본적도 없을 테니. 물론 나한테 칼도 휘둘렀으니까”
그 사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할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났고 자리를 떠났을 때는 이미 해적의 두 귀가 잘려 있었다.
해적은 고통스러워했지만 이내 사내가 자리를 떠난 것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해적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나는 검을 들어 본적이 거의 없다. 두만이와 놀며 목검을 몇 번 들어보았다. 그때 두만이가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몇 번 배워 보았다. 그게 다였다. 아마 이 싸움은 내가 죽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 해적 녀석을 죽이지 못하고 죽으면 두만이가 나를 많이 미워할까? 아마 그러진 않을 것이다. 두만이는 착한 녀석이니까.
내가 엉성한 자세로 검을 겨누고 있지만 해적 녀석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건들 건들 거리며 칼을 어깨에 걸치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런 녀석을 신중히 보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검을 높이 치켜들고 녀석에게 돌진을 했다.
그러나 그 녀석은 가볍게 옆으로 피해 버리고는 달려오는 나에게 다리를 걸어서 나를 넘어 뜨려 버렸다. 나는 녀석에 다리에 걸려 몇 바퀴를 구른 뒤 나무에 부딪혀 멈췄다. 녀석은 그런 나를 보며 비웃으며 마치 덤벼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나는 다시 벌떡 일이나 이번에는 검을 녀석의 가슴 쪽으로 찔러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녀석은 살짝 피해버리고는 나의 뒤통수를 가격 했다. 나는 뒤통수를 맞고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녀석은 그런 내 모습으로 보고 낄낄낄 웃어 댔다.
나는 입술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생각에 잠긴다. 두만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으이구~ 바보야~!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찌르기는 적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세가 커져서 실패하면 오히려 반격을 당한다구!”
두만이는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나는 두만이를 보며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바보야 생각을 해보란 말이야 생각을! 위에서 내리치면 옆으로 피하면 그만이야 내리치거나 찌르기는 방향만 알면 누구든 피할 수 있어 옆으로 베! 만약 베는게 너무 아래면 적은 뛰어서 피하겠지만 허리 정도만 되도 뒤로 물러서거나 막을 수밖에 없다고! 그럼 반격당할 확률이 훨씬 줄어들지~ 뭐 너무 밑으로 베면 뛰어 버리면 그만이니 조심하고”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다시 해적에게 검을 겨누고는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내가 옆으로 검을 크게 휘두르는 그 순간 해적은 순간적으로 거리를 쫍히더니 어깨로 나를 쳐버렸다. 어깨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나는 뒤로 나자빠졌다. 내가 하늘을 보고 있자 두만이의 목소리가 또 들린다.
“으이구~ 몇 번을 말해 동작을 왜 그렇게 크게 하는 거야? 짧고 강하게! 끊어 치라고, 검을 크게 휘두르면 그 사이에 빈틈이 커져서 반격당한다고 그리고 그렇게 크게 휘두른 뒤에 검에 딸려 가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또 다시 벌떡 일어나 해적에게 검을 겨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대치 뒤 녀석의 옆구리로 검을 휘두른다. 이번에는 짧고 강하게 비록 두만이만큼 단련된 팔은 아닐지 몰라도 또래의 다른 지방의 아이들 보다는 훨씬 튼실한 팔일 것이다. 나는 최대한 강하고 짧게 휘두른다. 해적은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막기만 할 뿐이었다.
검이 한번 씩 부딪칠 때 마다 손목이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검을 놓치기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해 검을 부여잡고 계속 휘두른다. 그러나 이내 해적의 강한 일격에 나는 검을 놓치고 만다.
내가 놓친 검을 줍기 위해 검에게 달려가 내가 검 앞에 도착해 검을 뽑는 순간 해적의 칼은 내 목 위에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위를 올려보았다. 해적은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바보 녀석 내 충고를 어디로 들은 거야? 싸움 경험도 없는 놈이 해적에게 정면으로 덤비다니 어이없군, 모든 걸 활용해! 그게 비겁하든 어떻든 간에 죽고나면 아무것도 소용 없는 법이야!”
붉은 머리 사내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분명 들은 것 같지만 해적은 못들은 것 같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돼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거지? 나는 일단 목 위에 칼이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손에 땅바닥의 모래를 한줌 쥐고는 몸을 뒤로 날리며 모래를 해적의 눈에 뿌렸다.
해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눈에 모래가 들어갔는지 눈을 비볐다. 나는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하며 검을 뽑아 들고는 녀석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녀석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나 그 행동이 느렸는지 가슴은 피했지만 왼쪽 어깨가 찔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두만이에 당해 상처가 나있는 왼팔을 이제는 아마 한동안 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옆으로 크게 녀석을 베어 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녀석의 왼쪽 옆구리에 상처를 남기기는 했지만 치명상을 입히진 못 하였다. 녀석의 옆구리를 베고 난 후 난 아뿔싸 하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크게 휘둘렀는지 내가 휘두르고 난후 검을 멈추지 못하고 나까지 검에 딸려서 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의 자세는 무너지고 녀석은 그 틈에 태세를 정비해 오른쪽 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녀석의 왼쪽 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 내가 모래를 던질 때 당한 상처 같아 보였다.
어쨌든 녀석은 나를 향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는지 나를 죽일 듯이 쏘아 보았다. 얼마 전에 여유로운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나를 죽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자 내 피부가 따끔따끔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정면승부로는 상대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고 생각을 한다. 녀석은 지금 귀, 왼쪽눈, 왼쪽 팔이 다쳤다. 나는 지금 오른쪽 다리가 약간 다쳐있다. 내가 훨씬 멀쩡한 상태이다. 녀석은 경험이 많은 해적이다. 나는 진짜 싸움은 지금이 처음이다. 녀석은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녀석은 나보다 힘도 좋다. 여긴 숲속이다.
나는 짧은 시간에 생각을 마치고 내가 유리한 점을 찾는다. 일단 몸 상태는 내가 훨씬 우위에 있다. 그러나 정면 승부로는 체격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내가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럼 정면 승부 말고는 승부를 걸어볼 것은 기습. 녀석은 지금 왼쪽 눈과 귀가 다쳤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의술을 잠시 배울 때를 생각했다.
“사람은 눈을 통해 보고 귀를 통해 듣고 촉감을 통해 느끼고 혀를 통해 맛을 보고 코를 통해 냄새를 맡는다. 이것이 사람이 사물을 파악하는 방법이지 이것이 오감이다. 물론 수련을 오래한 무사들은 이 오감 말고도 사물을 느끼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기라는 것이지. 그러나 그런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물론 일반인들도 느끼긴 하지만 잘은 느끼지 못하지”
“그 중에서도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 청각과 시각이지 물론 후각이나 촉각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 감각들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하면 미비하지”
“그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것을 가장 유용한 것은 어찌 보면 청각일 것이야. 시각은 전방의 물체 밖에 파악을 할 수 없지만 후각은 전후좌우 모두를 파악 할 수 있거든”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저 녀석은 대부분을 잃은 셈이다. 남은 건 오른쪽 눈뿐 녀석은 기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기를 느꼈다면 두만이에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곧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로 하고는 발로 또 다시 한번 녀석에게 모래를 뿌린다. 녀석은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옷으로 눈을 잠시 가린다. 그 틈에 나는 풀숲으로 들어간다.
녀석은 내 예상대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곧 공터 중앙으로 가서는 자세를 잡고는 버틴다. 나는 풀들이 움직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저 녀석의 청각은 이미 마비 상태 조심해서 움직인다면 들키지 않으리라.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목숨을 건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나는 여기서 내가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란 다짐을 다시 했다. 나는 저 녀석을 죽이고 지옥에 빠진다 한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