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이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 뜬금없이 로제가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외쳤다. 컵에 담긴 물을 다 마시고 연성이 의아해하며 대꾸했다.
“그 여자라니? 유경이 누나?”
“그래!”
“그냥 아는 누나인데···”
연성이 말대로 그냥 아는 누나이다. 유독 여자 복이 없는 연성에게 몇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 학교 내에서도 톱 클레스의 미모를 자랑하며 성적우수, 스포츠 만능, 예의범절 등등해서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우수하고 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아까 전부터 신경 쓰여서 참을 수 없었다. 그녀와 만나면 마음의 평정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외쳤다.
“다음부턴 만나지마!”
“···뭐?”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하는 연성. 그도 그럴 것이 또 다른 면으로 보았을 때 로제보다 더욱 오래 만났고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인 길섭과 혜선 다음으로 자신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바로 소 유경이다. 저런 시츄에이션은 당연지사였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불가능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연성이 조용히 읊조렸다. 이에···
“왜 말이 안 돼? 나보다 그 여자가 더 좋아?”
“에···”
선회 없이 너무도 직설적으로 물어오기에 연성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머뭇거리며 연성이 쉽게 답을 하지 않자 그 모습에 화가 더 차올랐는지 로제에 인상이 변화무쌍하게 일그러졌다.
“대답이 없네. 그 여자가 더 좋다는 거지?”
“아··· 그건 아니고···”
“뭐야? 줏대도 없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오늘 방과후에 있었던 일이 로제에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데 있어 한몫 재대로 해낸 모양이다. 로제에 무차별적인 발언이 연성에 신경을 사정없이 긁어놓았다. 그냥 흘려듣기엔 꽤나 무리가 따른 발언. 연성은 로제를 쳐다보며 언성을 높였다.
“뭐?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심하지 않아! 맞는 말이잖아. 난 틀린 말 안 해!”
갑자기 일이 커져버렸다. 중제하고 나설 사람도 없다. 연성이 아무리 목청껏 소리 질러도 로제는 주눅 들지 않고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천공성에 있을 당시에도 자존심이 강한지라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었다. 그 자존심 때문에 검술부분 수석졸업이라는 명예를 차지하긴 했지만 일부 주변에선 그녀의 성격을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됐어! 너랑 할 얘기는 없어!”
“나도 더 이상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더욱 악화될 상황을 그나마 잘 종결되고 로제는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연성은 냉장고에서 꺼냈던 물통을 다시 원래 있던 장소에 놓고는 거실로 건너가 소파에 앉으며 리모컨을 집어 TV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지금 시각은 정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MBC를 틀어보니 레인보우 로망스라는 제목에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연성은 그대로 소파에 들입다 눕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렇게 밤은 지나 다음날 아침이 찾아왔다.
저도 모르게 소파에서 잠을 잔 연성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에서 잔 영향덕분인지 몸이 말이 아니게 무겁고 이것 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근육이 뭉친 듯하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엉금엉금 기어가듯 욕실로 건너가 차가운 물로 피로를 확 날려버렸다.
졸음이 달아나자 연성은 방으로 걸어가 교복을 꺼내 입고 미리 챙겨둔 책가방을 가지고 내려와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엔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로제가 보였다. 연성이 부엌에 모습을 드러내자 로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해맑은 미소로 연성을 맞았다.
“안녕~ 잘 잤어?”
“어? 어···”
어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연성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화··· 풀렸어?”
“응. 미안. 어제 멋대로 화내고 심한 말해서···”
반성한 듯한 모습이 보인다. 로제가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자 연성은 그녀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아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헤헤~ 자, 오늘도 맛있을 거야. 마음껏 즐겨~”
오늘 아침도 진수성찬에 가까웠다. 너무나도 많은 음식의 종류.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어느 것부터 먹을지 고민부터 된다. 그렇게 연성과 로제는 즐겁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등굣길에 나섰다. 집안 이곳, 저곳을 재차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현관문까지 단단히 봉해놓은 뒤 둘은 집을 떠났다.
학교에 도착하고 교실에 들어서자 먼저 등교한 길섭과 혜선이 이 둘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
“오~ 금술 좋은 커플~ 부러워 뒈지겠네~”
혜선은 평범한 인사를 건네는 반면 길섭은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지껄이며 인사한다. 워낙 익숙한지라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다. 오늘도 로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남학생들이 2학년 7반을 찾아왔다. 로제는 저들의 병적인 행동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너무나 귀찮았다.
마음 같아선 확 쓸어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연성이 화를 낼 것 같기에 참고 꾹 참았다.
딩동댕동~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종이 울러 퍼졌다. 수업종이 울리자 로제의 추종자들은 아쉬움을 남기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에 2학년 7반 교실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잠시 후 1교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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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이어가기 힘드네요...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ㅠ.ㅠ
그런데 쓰고 보니 굉장히 짧네...;;
하루세번
로제 화가 일찍 풀린건, 뭔가 음모를 꾸미기 위해서??? 심리 작전인가.. 아니면 진짜로 풀린건가 ;; 으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