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안
|
날짜: 2006.02.26 13:35:12 조회: 513 추천: 0 |
힘, 그것은 정말 잔인한 단어이다.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마치 세상을 구분짓기라도 하는 듯한 단어…….
'나는, 나는 힘을 가지고 싶었어…….'
"야이 새끼야, 안 비켜?"
"아, 미… 미안."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어째서일까? 나는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화가났다. 하지만 참아야했다. 여기서 고개라도 들었다간 당장에 발차기가 날아들테니까.
"야이 병신아. 안 비키냐구, 아 오늘 뚜껑열리게하네."
쌍스러운 욕지거리가 내 귀를 통해 마음을 후벼팠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채 얼른 피해버렸다.
김승후, 우리 학교에서 가장 주먹을 잘 쓴다는 놈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천선호, 우리 학교에서 가장 힘없고 겁쟁이에 병신같다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내 이름이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왕따였다.
교실 문에서 비켜스자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갔는지 나의 책상과 의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결국 나는 우리반 반장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의 눈빛은 벌레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사람이 아닌, 정말 음식에 들어있는 바퀴벌레를 보는 듯한 눈……. 끔찍하다. 정말로, 정말로 끔찍하다.
"뭐야, 병신?"
"아, 아니야."
늘 이런식이었다. 나는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이미 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을땐 나는 이들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었으니까.
"야 반장."
"어? 승후야, 왜?"
반장은 김승후의 부름에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나를 볼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 사자 앞에 놓여있는 사슴의 눈빛이 저것과 비슷할까?
"그 냄세나는 새끼좀 치워, 씨발. 수업을 못 받겠네."
반장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뒤 나를 교실 뒷편으로 밀어버렸다.
"좀 꺼져."
이렇게 말하며 말이다. 결국 나는 교실 뒷편에 덩그러니 놓여져버렸다. 다른 아이들은 나를 피하기 위해 모두 교실 앞편에서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고, 웃고 있었다. 아파왔다. 가슴 한 구석이 너무나 아파왔다.
결국 난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내가 없어도, 아니 내가 없어야 한다는 듯한 아이들의 태도에… 너무나 겁이 났다.
"흐윽……."
화장실에 다다르자 결국 울음이 터져나왔다. 화가나고, 무섭고, 슬프고, 애통했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고, 이런 냉정한 세상이 무섭고, 그런 현실이 슬펐고, 힘이없는 내가 애통했다.
"흐윽…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더러운 쌍스러운 단어들이 내 입을 헤집고 나왔다.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 일은 흐느끼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욕하는 것이 다였다.
"뭐야? 그거 나한테 한 소리냐?"
갑작스런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바라보니 어느새 김승후와 그 패거리가 화장실에 들어와있었다.
"이 새끼 화장실에서 질질짜면서 내 욕하고 있었네?"
"아, 아니야!"
-퍽!
주먹이 내 배로 날아들었다. 순간 조여오는 숨통… 그리고 찾아오는 고통.
"컥……."
"야이 개새끼야, 누가 말대꾸하래?"
-짝!
뒤이어 날아오는 손이 내 얼굴을 사정없이 스치고 지나갔고 난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뒹굴어야했다.
입 안에서 비릿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입술이 터졌나보다.
"미, 미안해."
"지랄하네, 병신. 말이 다냐, 이 새끼야?"
-콱!
김승후의 신발이 내 손목을 밟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해져왔지만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아니, 지르지 못했다. 여기서 소리를 질렀다간 더 일이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때문에.
"잘못했어……."
왜 나는 사과해야하는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깊이 생각할 틈도 없었다. 패거리의 발길질이 나를 덥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더이상의 고통이 느껴지지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동안 왜 나는 힘을 기르지 않았을까?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한것같아. 나는 이렇게 두드려 맞아도 되고 힘있는 저 자식은 이렇게 때려도 되는건가? 하하하, 참 더럽구나. 더러워……. 이 따위 세상… 더이상 살고싶지 않아.
'크큭, 꼬마야. 삶이란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게 아니지. 어때 이 형을 한 번 믿어볼테냐?'
환각처럼 들려온 말소리…….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한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살인사건때문이었다.
"김형사…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크흠, 글쎄요. 사람이 이런 짓을 했을까요?"
둘은 학교의 화장실, 아니 화장실이었을 한 장소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지만 도저히 단서조차 잡히지 않았다.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사방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핏물들, 그리고 끔찍하게 해체되어 흩뿌려져있는 시체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강력계 경력 15년의 안창후는 그저 쓰디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용량이 5ooo이 안되는데! 프롤로그니까 좀 봐주십..-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