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다음..."
"대장님 피곤하십니까?"
"이 자식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으으.. 아직 몇명이나 남은거야? 피곤해 죽겠다고.. 제길 전선에 안나가서 편한 자리인줄 알았더니 지겹기만 지겹고 더럽게 힘들잖아!"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한 100명 정도? 남았을 겁니다.."
"허? 100명? 제길.. 많이도 남았구만.."
갑옷을 입을 두명의 남자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천막안으로는 7~10세 가량으로 보이는 소년들이 5명 들어왔다. 두명 중 대장이라고 불리우는 사이나이는 소년들이 들어오자 졸린 눈은 어디로인가 사라지고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년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흐음.. 어디 쓸만 한놈없나?"
"글쎄요.. 이런 시골 마을에.. 뭐 대부분 보병 쪽으로 배속 돼겠지요?"
"글쎄.. 그건 모를일이야.. 인재란 장소를 가리면서 나는게 아니야. 시궁창 같은 곳에서도 영웅이 태어날수 있는법."
"네!"
"조사 한거나 줘봐."
대장이 말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대장에게 종이들을 넘겨 주었다.
"흠.. 뭐.. 그다지 특출난 녀석은 없군. 다 보통으로 넘겨."
"네 알겠습니다. 데리고 나가거라!"
사내의 말이 끝나자 천막 밖에서 몇명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들이 들어와 아이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으~ 정말 죽겠군.. 허리도 찌뿌둥하고.. 그나저나 같이온 마법사 놈은 대체 뭐하는거야! 짜증나게 시리 젠장 궁정 마법사면 다야!? 짜증나는군!"
"그러게요. 오늘은 한번도 모습을 보이시지 않는 군요."
"젠장! 직무유기야! 짜증나 부하 같았으면 목을 쳐버렸을 텐데!"
"무서운 말 그만하세요. 잘못하면 듣겠습니다."
"젠장! 들으라지 뭐!"
대장의 말이 끝나자 천막안으로 한명의 노인이 걸어들어왔다. 노인은 파란로브 차림에 흰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인자한 모습이었다.
"허허? 나 말인가?"
노인이 들어오며 말을 했다. 그러자 대장은 깜짝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헉!? 아닙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허허? 그런가? 이거 나이가 많이 들었더니 귀도 잘 안들리는가 보구먼 허허"
"하하! 그럴리가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100년도 더 사실것 같습니다! 하하!"
"허허.. 나 보고 이지겨운 세상을 100년이나 더 살란 말인가? 자네참 너무하는 구먼.."
"아니.. 저 그게 아니고.."
"됐네 됐어.. 노인을 놀리고 끄응..어쨋건 내가 밖에서 내가 쓸 애들 몇명을 추려봤네."
"네? 그러십니까? 감사합니다!"
"허허.. 그래 나는 이제 내가 늙어서 눈이 침침한데 제대로 골랐냐고 놀릴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다행이군."
"하하! 설마요! 누가 감히 그런소리를!"
"아 됐네..그것보다 특이한 녀석이 한놈 보이더구만.. 63번 이었나? 그녀석이 특이해 흐음.."
"네? 대체 어떻게 특이하다는 겁니까?"
"음? 그건 자네가 데리고 와서 보면 알것 아닌가? 그게 자네 일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럼 자네가 보도록 하게나.. 나는 그만 가보겠네.. 아! 그리고 말이야 그 아이 꼭 제8특무대에 배속해주게나."
"네?"
"에잉. 자네 내말에 집중을 안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처럼 귀가 안좋은 건가. 제8특무대에 배속해달라고 했네."
"아니. 저 그게 아니고. 애를 무슨.. 그런 곳에.."
"나 못믿나?"
"아닙니다!"
"그럼.. 내가 자네보다 지위가 낮나?"
"아닙니다!"
"그것도 아니면.. 나보다 나이가 많나?"
"그것도 아닙니다!"
"음.. 그럼 항명인가?"
"절대 아닙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가네"
노인이 천막 밖으로 나가자 대장은 옆에 있는 사내를 보고 말했다.
"젠장! 저놈의 영감! 지가 대마법사면 다야!? 에잇! 왜 이딴 곳에는 따라와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거야!"
"저기.. 그 보다 63번이 대체 어떻길레 어린애를 그런 곳에 보내는 걸까요?"
"음.. 글쎄.. 저 영감.. 혹시.. 미친거 아냐?"
"에이 설마요!"
"..하긴.. 그럴리가 없겠지?"
"네 그럴겁니다."
"그럼 63번만 따로 대리고 와봐!"
"네!"
사내는 말을 끝마치고 천막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후.. 연한 갈색 머리에 검은 눈을한 소년이 사내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 소년의 얼굴에는 생기도 표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소년은 눈동자 보며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게 멍하게만 보여졌다.
"저 아이인가?"
"네!"
대장은 아이를 자기 앞에 세워두고는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흐음.. 뭐가 특별 하다는 걸까?"
"글쎄요.."
"너 이름이 뭐냐?"
대장이 아이를 향해 물었다.
"없습니다.."
아이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없다? 그럼 농노나 노예의 자식이란 말인가?"
대장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네. 저희 집은 농노 입니다."
"그래? 어이 부관 농노와 노예는 병역을 못하는 것 아닌가?"
"네 그렇긴 하지만 대부호나 귀족들이 자기 아들을 대신해 보내곤 합니다. 뭐 농노나 노예 입장에서는 나쁘지도 않겠죠. 아무래도 병사가 되면 자동으로 일반 시민이 되고 또.. 사례도 많이 받으니.."
"젠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새끼를 돈때문에 사지로 밀어 넣는 거나 마찬가지 잖아!"
"대장님.. 그들 중 많은 수가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 알겠다.. 음 그런데 대체 뭐가 특이하다는 거야! 아무리 봐도 모르겠구만.. 어쨋건 영감 말대로 제8특무대로 배속해줘! 젠장 영 내키지 않는 구만."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부관은 아이를 데리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부관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는 소년의 얼굴에는 안으로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생기도 표정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 대장은 부관의 손에 끌러나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혼잣 말을했다.
"젠장..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야.. 제8특무대라니! 영 찜찜하구만! 젠장! 하긴.. 영감이 거짓말 할 일은 없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