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안〔1〕
|
크로이안〔1〕
|
|
샤일론
|
날짜: 2006.02.28 17:03:49 조회: 293 추천: 0 |
대륙력 382년. 크로이안 영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5년전부터 성에서 들려오는 괴성이 오늘은 더욱더 크다는 점이다.
"그게 아니야!"
짧은 은발에 대륙에서는 보기힘든 은빛의 눈동자를 가지고있는 중년인이 마찬가지로 은발에 은빛의 눈동자를 가지고있는 꼬마아이에게 괴성을 질렀다. 그럼에도 꼬마아이는 기죽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편 체로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실때도 되지않았어요? 벌써 5년째에요…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벌써 허수아비 한대정도는 자를수 있다구요. 그런데 저는 5년동안 영지에서 가장강한 아버지한테 직접 매일같이 검술을 전수받았는데 허수아비는 커녕 나무한토막도 못자르는걸요."
꼬마아이의 한탄어린말에 중년인이 버럭화를내며 괴성을 질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게냐!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뭐라 했느냐!"
꼬마아이와 중년인은 바로 샤넬과 하엘부자(父子)였다. 샤넬은 하엘이 2살되던해인 10년전부터 몸에 좋다는것은 모두 구해서 먹이고 그것도 모자라 온몸의 근육을 최상의 상태로 항상 유지시켜 주었다. 그리고 검을 잡을수있게된 7살때부터 죽어라 검술을 전수해주었다. 그럼에도 전혀 진척이 없고 오히려 퇴보하는것이 아닌가 걱정될정도로 하엘의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렇다면 샤넬이 삼류병사 인가? 만약 루비아 왕국에서 이같은 말을 했다면 칼을 맞아도 열번은 더 맞았을 것이다.
샤넬 크로이안.
그는 대륙에 열명밖에 없다는 소드마스터이다. 어렸을때부터 천재적인 검술실력 때문에 주위의 부러움을 사다가 25살이 되던해에 결국 일을 저질렀다. 40살이 되어도 들어서기 힘들다는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 버린것이다. 그때당시 크로이안가문은 중앙계에서도 알아주는 귀족집안이었다. 하지만 샤넬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데다, 그의 아비또한 백작의 지위에 맞지않게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에 위기를 느낀 중앙계 귀족들은 크로이안 가문을 반역죄로 모함하여 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이니 루비아여왕은 샤넬을 참수하게 된다면 다른 왕국의 견제를 견뎌내지 못할거라 생각하여, 외진곳으로 보내버린것이다.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젊은 나이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천재검사인 샤넬은 다른사람도 아니고 자신의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하엘이 5년동안 검을 수련하였는데도 나무쪼가리 하나 못 베어버린다니 미칠노릇이었다. 그런데도 하엘은 누굴 닮았는지 너스레를 떨며 자신은 검의길을 갈수없다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좋다… 좋아. 내 너의 실력이 형편없는것은 5년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무엇을 하고싶기에 그리도 너스레를 떠는것이더냐?"
샤넬의 물음에 침을 꿀꺽삼킨 하엘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있게 말하였다.
"상인이 되고…"
퍽
하지만 '상인'자가 입에서 내뱉어지는 순간 날아온 검집에 말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에라이, 이놈아 그것이 사내대장부가 할 말이더냐!"
샤넬의 호통에 검집에 얻어맞은 머리를 문지르던 하엘이 반문했다.
"상인은 사내대장부가 해야하지 말아야 할 일이에요?"
"그건 아니다."
"그런데 왜 안된다는 거에요!"
샤넬은 조용히 침묵하다가 하엘을 똑바로 응시했다.
"…네 어미와 할머니를 생각하거라. 너는 대륙의 영웅이 되어야한다. 그것도 이제 18년밖에 남지않았다. 상인따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베로나와 노인의 얘기가 나오지 당당하게 말하던 하엘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리고 하엘이 서있던 모래바닥에 조그만한 점들이 생기며 모래를 적셔갔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무리 노력을해도 안되는걸 어쩌란 말입니까!"
12살먹은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런 살기에 샤넬은 잠시 움찔했지만 속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는 화가난다고, 분노가 치민다고 아무렇게나 흘릴수 있는것이 아니다. 꾸준히 자기자신을 수련하고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야지만 비로소 살기를 컨트롤 할수가 있게 되는것이다. 이런 하엘의 노력을 알기때문에 샤넬은 안타까운 생각만 들었다. 조금더 빨리 검을 포기했더라면 다른부분에서 만큼은 분명히 자신과 같이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고 하였다.
'…늦은 것인가. 아니다, 내가 늦다고 생각할때가 제일 빠를때라고 하였다. 어차피 세상의 이치는 종이한장 차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샤넬은 생각을 정리하고 하엘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좋다. 상인이 되거라. 상인이 되어서 모든것을 배워 오거라. 삶과 죽음. 그리고 기다림을 배워서 검이 아니더라도 네가 하고싶은곳에 그 모든 재능을 발휘하거라. 상인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자신의 몸하나는 지킬줄 알아야하며 상대의 생각또한 읽어낼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략과 모함따위의 몇수 앞을 내다볼수도 있어야 하느니라."
하엘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상인이 되라고하는 샤넬의 말에 적잖게 당황하였다. 하지만 예전부터 진정으로 상인이 되고 싶었기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아직은 네 나이가 너무 어리다. 레앙과 같이 오늘밤에 떠나거라."
하엘은 당장 오늘밤에 떠나라는 샤넬의말에 움찔하였지만 레앙과 같이 가라는말에 안도하였다.
레앙은 정말 뛰어난 기사이다. 소드마스터라는 경이로운 타이틀은 얻지 못하였지만, 그에 버금가는 검술과, 마나응용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차이라고 한다면 소드마스터가 가지는 특유의 오러블레이드와 어떻게 보면 종이 한장차이 나는 검술 실력이지만, 그것을 거대한 벽으로 만들어 버리는 검술응용능력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앙은 소드마스터와 겨루어도 검에 마나를 넣지 않는다면 능히 호각을 이룰정도로 뛰어난 기사였다.
"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오늘만큼은 성안에있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레앙와 마을에 나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오너라."
"네!"
하엘은 5년동안 죽어라 검에 시달렸기 때문에 성밖을 나간다는것은 일년에 한두번이 다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에가서 구경도하고 물건도 사오라는 샤넬의말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후후후, 드디어 상인을 하는건가?'
하엘은 너무 좋아서 표정관리를 하기 힘들었다. 하엘이 상인이 되고자 다짐을 한것은 3년전이었다. 아보르상단 이라는 거대상단이 모처럼 크로이안 영지에 들렀을때, 샤넬과 물건을 흥정하는데 레턴이라는 상인의 화술에 말려들어 쩔쩔매고 있을때 하엘의 말한마디에 물건값은 금값이 되었다. 하엘은 자신도 모르게 나와버린 말과, 그 말에 뱀이 기어가듯이 나오던 레턴의 말이 뚝끊겨린 것을보고 모두 경악했다. 아주 적당한 타이밍에 꼭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레턴의 똥씹은 표정을 보고서 하엘을 삼일밤낮을 배를잡고 지냈다. 배꼽이 빠져버린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배가 얼얼해 지고서야 웃음은 멈추었다. 거대상단의 상인이 어떻게 9살짜리 꼬마한테 말한마디 못할수 있을까?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때의 통쾌함을 기억하고있는 하엘로서는 오로지 상인이 되고싶었다. 매일매일 지루하게 반복된 검을 휘두를 필요도 없고, 머리아픈 수인과, 룬어를 해석하여 마법을 배울필요도 없기때문에 오로지 상인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다.
하엘이 이렇게 좋은기분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때, 인기척이 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레앙!"
연한 금발머리에 미소년처럼 생긴 남자가 사뿐히 걸어와서 한쪽무릎을 꿇었다.
"레앙이 도련님을 뵙습니다."
하엘은 레앙의 태도에 양손을 저으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왜그래? 평소 하던데로 해."
하엘의 말에 레앙은 누가봐도 아름다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살며시 말했다.
"이제 그럴수는 없습니다. 제가 도련님을 모셔야 하니 이제부터는 이렇게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앙의 고집에 양손을 내리고 한숨쉬듯이 말했다.
"그럼 할수없지… 그래도 성내에서 유일한 내 친구였는데."
의도적인 하엘의 한탄어린 말에도 레앙은 꿋꿋하게 저자세로 하엘의 옆에 서 있었다.
"쳇, 역시 안되네. 레앙, 오늘은 아버지가 성밖에 나가서 구경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사오라고 하셨어."
"네, 저도 들었습니다. 지금 가실건가요?"
"응. 지금 바로 가야지."
"그럼 지금 가시죠."
"응!"
레앙이 오른손을 부드럽게 펼치며 길을 내어주자 하엘이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순간 레앙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무언가 불안하다… 왜이러는거지?'
아침부터 가슴이 꽉 막힌것처럼 불안했던 레앙은 몸이 무거워지면서 표정이 점점 딱딱해져가자 불안한 마음에 성을 떠나기 싫었다. 하지만, 하엘이 저렇게 좋아하고 샤넬또한 기분좋은 미소로 하엘과 함께 다녀오라고 하였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품고서 성밖으로 나왔다. |
|
|
|
|
|
|
띄어쓰기 연습좀 해야겠다...OTL |
2006-02-28
17:18:20
|
|
|
|
마나응용능력에다가 소드마스터... 소드엠페러설정이군...
글구 저기위에 오타 샤넬의말한마디가아니라
하엘이아닌지?? |
2006-03-01
11:58:46
|
|
|
|
오타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소드엠페러랑은 전혀 다른방향입니다;;
소드엠페러는 퓨전물에다가 주인공이 검을쓰고 스토리도 전혀 다르답니다~ 소드마스터 나온다고 해서 전부 소드엠페러설정 이라고 하는건 억지이죠; |
2006-03-01
13:23:06
|
 YR·S。 |
|
|
상인이 되고 싶은 소드마스터의 아들이라.. 하하
아버지인 샤넬로써 하엘을 말리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하엘도 참 대책없네요 ㅎㅎ
그래도 웬지 거상이 될 듯한..느낌이 와닿는..읽는 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ㅠㅠ |
2006-03-05
05:42:13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