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 하지 말고 아니라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 라는 이념을 가지고 살아온 한 남자가 있었다. 14~15세로 추정되며 곱상한 이목구비에 여자라고해도 믿을 만큼 가냘픈 몸매. 거기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이 남자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놀라며 기겁했다. 그는 손과 엉덩이를 발 대신삼아 뒤로 질질 끌며 주륵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 존재가 말했다.
“그대··· 내가 보이는가?”
보이냐고? 사시가 아닌 이상에 보이지 않을 리 없다. 남자는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보며···
“어떻게 날 볼 수 있는 거지?”
“그, 그렇게 물으셔도··· 흐엥”
목소리로 보건데, 여자다. 하지만 꽤나 한 성깔 할 것 같았다. 남자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꾸했다. 여자로 추정되는 존재는 관자놀이 부근을 긁적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으··· 이거 곤란한데. 율법을 어길 수도 없고··· 뭐,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예?”
“그대! 영혼의 계약을 하지 않겠나?”
“에··· 에에?!”
남자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괜히 신경질내고는 마지막에 와서 계약을 하자고? 이게 무슨 자다가 남에 다리 박박 긁는 소리인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이보다 현실감 있을 것이다. 완전 제멋대로 성격이다. 여인은 남자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팍 구기며 버럭 외쳤다.
“뭐가 에··· 에냐!! 나같이 슈퍼울트라 초 뷰티풀한 레이디가 너 같이 얼굴만 반반한 난민촌 같은 녀석이랑 영혼의 계약이라는 성스러운 영광을 내려주겠다는데, 네놈이 감히 그걸 거부한다는 거냐!? 이런 빌어먹을 시베리아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마징가제트가 썼다는 초합금 철판을 여러 겹 깔았는지 여인은 남자의 기분 따윈 가볍게 무시해주는 센스를 발휘하며 언사로 압박했다. 게다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엔 초 부끄러운 대사까지 남발하며···
솔직히 저렇게 나오면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주기 싫다.
“저, 전 별로 내키지 않는데··· 요오··· 히에엑!”
화났다. 화났어! 어떻게 해? 뚜렷하지 않지만 여인의 인상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는데, 그걸 더욱 좁혀 인상을 쓰니 공포가 배가 되어 찾아왔다. 남자는 아까보다 더욱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내며 울어댔다. 이러다 몸 안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 탈수로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인은 꼴사납게 울어대는 남자를 보며 혀를 찼다.
“어휴~ 내 어찌 이런 놈과 엮이게 되었는지··· 그만 울어. 이제부터 나의 남자가 될 녀석이 그렇게 허약하게 굴면 어떡해?”
“흐흐흑··· 누·· 누구의 남·· 남자요? 흐흐흑··”
시원스럽게 울어대는 남자는 성적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여인의 말을 확실하게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사살 차 다시 한 번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나 · 의 · 남 · 자!”
역시나··· 남자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한순간 뚝 멎었다. 드디어 탈수가 시작된 것인가? 라고 아주 작은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너무나 충격적이기에 신경에 잠시 트러블이 간 것뿐이었다. 이 잠시간의 트러블이 지나자 눈물은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지며 남자는 좌절했다.
“흐으으윽·· 방년 15세인 내가·· 저런 우악스런 여자의 남자가 되다니··· 흐으으윽···”
본인의 뜻이 어떠하든 우악스런 여자로 신세가 전락해버린 여인은 길길이 날뛰며 광분하기 시작했다. 여인은 바람 속에 스며들듯 모습을 감추더니 어느새 남자의 면상 바로 앞까지 다가와 양 볼을 잡고 좌우로 죽~ 늘리며 외쳤다.
“우악스런 여자라고!? 저주할테닷!!”
“으헉! 으허헉! 으어어억!”
볼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고통이 한 순간에 남자의 전신을 휘감았다. 눈물이 찔끔 배어나오며 고통에 찬 신음이 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 한참을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실랑이를 벌이던 차 이제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잡고 있던 손을 때며 말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
이건 무슨 황당한 커뮤니케이션이냐! 대체 당신은 어디가 아픈데!! 라고 쏘아주고 싶지만 또 볼을 잡힐까봐 무서워서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여인은 양 손바닥으로 두 볼을 비비며 입술을 빼죽 내민 남자의 모습을 보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양 팔을 벌려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 남자의 얼굴을 박아 넣으며 애교를 부렸다.
“아앙~ 방금 그 모습! 너무 귀여웠어~ 너, 마음에 들어! 나와 진짜로 계약하자. 너의 영혼의 반려자가 되어줄게.”
뜬금없이 그건 뭐냐! 갑자기 반려자라니!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변하잖아!
게다가 전개도 빨라!
영혼의 반려자. 그건 약혼자를 말한다. 자신의 부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졸지에 마누라를 얻어버린 남자는 어벙한 표정으로 여인을 올려보았다. 대체 뭐가 뭔지··· 여인은 품안에 품었던 남자를 밀쳐내고 활짝 웃으며 입을 포갰다.
“나, 너의 여자가 되도 좋아.”
---------------------
저질러 버렸다;;;
니네집
다음 편 무지무지 기대하고 있어요~~~~~!!
p.s 중도에 그만 두지 않으시길......
2006-03-05 02:25:41
『오라관광』
야설?????????
(달려~~)
2006-03-05 12:59:04
쿠로사마
니네집//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못미칠지도;;;
ㅠ.ㅠ
오라관광// 야설이라뇨;;;
좀 야하게 쓸 생각이긴 하지만... 아직 필력 부족이라 공부를... 퍽!
